[세쓸통]흑자에도 웃지 못하는 한전…이대로면 부채 청산까지 140년
당기순이익 작년 4분기 이후 지속 감소 중
금리 인하로 물가↑ 우려 때는 요금↓ 압박
국제 유가 출렁일 경우 당기순이익에 악재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전은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입니다. 흑자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고, 지금과 같은 흑자 릴레이가 이어진다고 해도 누적 부채 청산까지는 약 140년이 걸릴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한전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한전은 올해 상반기 동안 영업이익 2조549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8조4500억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와 비교해 호전된 성적입니다.
이러한 호성적에도 웃지 못하는 한전의 속내를 들여다보려면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익을 살펴봐야 합니다.
영업이익은 단순히 총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제외한 수치인데, 여기서 이자비용과 법인세 등을 계상하고 난 뒤 남는 수치는 당기순이익으로,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재무 상황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흑자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조8156억원 적자였지만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103억원 흑자입니다.
문제는 흑자 규모가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상반기와 같은 실적이 계속된다고 해도 56차례 반복돼야 40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청산할 수 있습니다. 즉, 28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부채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0조원에 이르렀는데, 이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실적이 140년 동안 계속돼야 합니다.
부채 청산 140년, 적자 청산 28년은 모두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는 가정 아래 나온 결과입니다.
실제 상황은 가정한 상황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영업이익도, 단기순이익도 모두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지난해 2분기까지 9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3분기 1조9966억원 흑자를 달성한 뒤 분기마다 감소해 올해 2분기에는 1조2503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당기순이익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9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 83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1조2662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2분기엔 반년만에 1144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한전의 지난해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던 데는 지난해 세 차례 인상된 전기요금의 힘이 컸습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1월1일 킬로와트시(㎾h)당 13.1원(9.5%) 인상된 것을 시작으로 5월16일 8원(5.3%), 11월9일 산업용 6.7~13.5원 등 세 차례 올랐습니다.
2022년 한 해에만 당기순이익이 24조4291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대책이었습니다.
문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내려가 다시 고물가가 시작될 경우 전기요금 인하 압박이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5%인데 지난 2021년 8월부터 점차 올라 지난해 2월 3.5%를 기록한 뒤 동결됐습니다.
계속된 고금리 기조는 고물가를 잡는 데 필요하지만, 내수 경기 둔화에 기여합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됐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2.6%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2.5%로 제시했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내수 경기가 미약하고 물가가 안정되고 있어 금리 인하를 고려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 등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여당발로 전기요금 누진세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1만5000원을 추가 지원하는 '핀셋' 지원으로 방향이 바뀌었지만, 언제든 전기요금 인하안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국제유가 역시 출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2년 5월 배럴당 120달러 가까이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2023년 1월부터는 70~80달러대를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하마스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사망하는 등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만일 갈등이 격화돼 국제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한전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하게 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모두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요금을 정상화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전력 수요가 폭등하는 하절기 (인상은) 어렵다"며 "하절기가 지난 하반기에 관계 부처와 적절한 시점에 정상화 수준 등을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셈인데, 실제 전기요금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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