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자존심 찾았으나 자만은 없다…"지금부터 LA 준비" [올림픽]
이창건 감독 "상향평준화, 방심하면 다시 도쿄"
(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최소 금메달 1개를 목표로 프랑스 파리에 입성한 태권도 대표팀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았다.
한국은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에 걸린 총 8개의 금메달 중 2개를 얻어, 참가국 중 유일하게 복수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나머지 금메달 6개는 이란, 프랑스, 튀니지, 헝가리, 태국, 우즈베키스탄이 하나씩 가져갔다.
한국이 태권도 종합 순위 1위를 자치한 것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금 2·동 3)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2021년 개최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만 따내 사상 처음으로 '노골드' 수모를 당했는데 파리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출전 선수는 4명에 불과했지만 모두 4강에 진출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남자 58㎏급 박태준(20·경희대)과 여자 57㎏급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은 나란히 금메달을 땄으며, 여자 67㎏ 이상급 이다빈(28·서울시청)도 '마지막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웃었다.
서건우(21·한국체대)도 비록 입상하지 못했지만 취약 체급인 남자 80㎏급에 처음 출전해 4강까지 오르는 의미 있는 성적을 작성했다.
파리 대회를 앞두고 한국 태권도의 전망이 밝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박수 받을 결과다.
이창건 태권도 대표팀 감독은 "도쿄 올림픽 이후 성적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파리 올림픽에선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나도 이런데 우리 선수들은 훨씬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어느 대회라고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파리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더욱 세밀하게 대비했다.
도쿄 올림픽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전지훈련은커녕 제대로 스파링 상대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는 스페인과 프랑스로 2주 동안 전지훈련을 떠나 현지 선수들과 훈련, 대련을 하며 경험을 축적했다. 또한 선수별 맞춤형 훈련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보완할 점을 채웠다. 아울러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으로 떠나 상대할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분석을 면밀하게 했다.
올림픽 로드맵을 잘 짜기도 했지만, '첫 주자' 박태준이 첫 단추를 잘 끼워준 것도 좋았다.
박태준은 쟁쟁한 강자들을 제압하며 2016 리우 대회 여자 67㎏급 오혜리와 여자 49㎏급 김소희 이후 8년 만에 태권도 금메달을 안겼다. 박태준은 '할 수 있다'는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고, 이에 힘을 얻은 다른 선수들도 차례로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세대교체가 잘 이뤄졌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박태준과 김유진, 서건우는 20대 초중반으로, 다음 올림픽에서도 태권도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할 수 있다.
이다빈은 "동생들이 올림픽에 처음 뛰는 데도 정말 잘하더라. 3년 전의 나하고는 너무 달랐다. 저런 자신감 있는 모습은 배워야 한다"고 호평했다.
이 감독 역시 "박태준과 김유진, 서건우는 젊은 선수들이다.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한다면 더 성장할 수 있다. 다음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도 지금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세계 태권도의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도쿄 대회 같은 수모를 또 당할 수 있다.
올림픽 출전 선수 규모도 늘려야 한다. 국가별 출전 선수를 4명으로 제한한 규정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폐지했지만, 한국은 8개 체급 중 절반만 출전권을 따냈다. 지금은 올림픽 출전권 한 장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 감독도 "올림픽에 나선 모든 태권도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량을 갖췄기 때문에 매 경기가 결승과도 같았다. 현재 강세를 보이는 팀도 한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만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파리 올림픽이 끝났으니 곧바로 LA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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