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과 관망 사이…민주 전대를 보는 엇갈린 시선
이재명 2기 ‘팀 민주당’ 불가피…중도확장으로 노선 전환 예고
[주간경향] 민주당 전당대회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8월 둘째 주 주말 경기·세종에 이어 셋째 주 서울 합동연설회와 선거를 마지막으로 당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뽑는다. 시·도당 위원장 선거도 같이 치러진다.
이번 전당대회의 공식 이름은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다. 2022년 치러진 전당대회의 공식 이름은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였다. 주체가 대의원에서 당원으로 바뀐 첫 선거다.
왜 대의원이 아닌 당원일까. 이번 전당대회의 본선 룰은 대의원 투표 14%, 권리당원 투표 56%, 일반 국민여론조사 30%로 결정된다.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2022년 전당대회의 경우 대의원 투표 30%, 권리당원 투표 40%, 일반 국민여론조사 25%, 일반 당원여론조사 5% 비율이었다. 대의원이나 일반 당원의 의견 비율이 이번보다는 높았다.
승패는 전체 당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경기 투표 결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를 합산해보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그러니까 이재명 당대표 선출에 대한 이견은 나오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선출직 당대표가 된다.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을 지휘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성공? 실패?
“일부 언론에서 2022년 전당대회에 비교해서 투표율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오보다.”
지난 8월 5일 최고위원회 후 브리핑에서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말이다. 민주당 공보국에서는 이날 ‘전당대회 투표율 관련 참고 자료(권리당원)’도 배포했다. 2022년 전당대회와 비교해 온라인 투표율이 0.79%포인트 감소한 강원도만 제외하면 8월 4일까지 치러진 전국 순회 경선 대부분 지역에서 온라인 투표율이 6~7%포인트 올랐다는 것이다. 거기에 투표일 당일 치러질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를 합산하면 투표율은 더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흥행 실패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8월 첫째 주까지 온라인 투표 당대표 선거인단 누계는 69만7351명이고, 참여자는 18만4605명으로 투표율은 26.47%다.
“2022년 전당대회는 그렇다면 흥행한 것인가. 그런 식의 설명자료를 낸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때도 이재명 대표가 대선 치른 후 당 대표 선거에 나오는 바람에 ‘이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벌써 잊은 건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2022년 전당대회와 비교해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흥행했다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직 서울 선거 일정이 남았지만 전당대회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는 정치평론가들은 거의 없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압승한 직후 치러지는 전당대회이니 일종의 허니문 기간인데 투표율이 높지 않다. 역대 전당대회를 보면 아무래도 정당 행사다 보니 원래 투표율이 높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직접민주주의 당원권 강화를 내세우며 규정을 바꿔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율을 높였다. 그러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은 건 역설적으로 더 큰 문제다.”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당대표는 거의 확정적이지만 8명의 후보 중 5명을 뽑는 최고위원 후보 순위는 대폭 변동을 거듭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 초반엔 원외의 정봉주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7일 부산·울산·경남 선거부터 뒤집히기 시작했다. 김민석 후보가 치고 올라갔다. 이때까지 전체 합산에서는 김 후보가 정 후보에게 뒤졌지만, 지난 8월 3일 전북 결과 합산부터는 역전해 앞서가기 시작했다.
정봉주 지지 여부로 갈라선 친명 지지층
김민석 후보의 선전에는 어떤 ‘동인’이 있었을까. 강원·대구·경북 선거에서 7000표 이상 정봉주 후보가 앞서가기 시작하자 지난 7월 23일 여러 단톡방과 온라인 게시판에는 과거 정 후보와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경선했던 김진애 전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정봉주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을 맡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영상이 편집돼 퍼졌다.
더 결정적인 것은 1차 경선(제주·인천)을 마친 뒤 김민석 후보에게 이재명 후보가 “왜 이리 표가 안 나와”라고 말하는 영상이다. 거의 찰나에 가까운 순간이지만 이 장면 역시 편집돼 여러 단톡방과 게시판에 퍼져나갔다. 출마한 모든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명을 표방하고 있지만 ‘명심(明心)’, 즉 이재명 사실상 차기 대표가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수석 최고위원, 1위 후보로는 김민석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삽시간에 대세가 된 김민석 후보의 최고위원 당선에는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관전포인트는 8명의 후보 중 턱걸이로 당선할 5위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다. 8월에 들어서면서는 초반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를 수석 최고위원에서 밀어내기 위해서는 김민석 후보와 함께 ○○○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와 같은 주장이 확산됐다. 확인되지도, 확인할 수도 없는 흑색선전까지 나오며 과열 양상이다. 지지 후보를 두고 ‘친명 정치 고관여층’도 분화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본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흐름을 보면 가장 많이 의지하는 스피커는 김어준이다. 유튜브에서는 박시영, 새날 등이 그 범주라고 볼 수 있다. 최고위원을 뽑는 것과 관련해서 과거 ‘나꼼수’ 인연 등으로 정봉주를 김어준과 박시영이 밀었고, 그러기 때문에 첫 번째와 두 번째 지역순회 경선에서 정봉주가 압도적으로 나왔다. 그 결과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원하는 사람은 김민석이라는 ‘시그널’을 내면서 지지층이 헤쳐서 모여 흐름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 정치 시사해설 채널을 운영하는 김두일 작가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같은 친명이라도 윤석열 정권의 탄생과 관련한 문재인 정권의 책임 여부에 대한 태도와 연장 선상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관점에 따라 입장 차가 벌어지는 중이다.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 단톡방을 제외하면 정봉주 비판 성향이 두드러지는 곳은 방송인 이동형씨가 개설한 커뮤니티 사이트 ‘잇싸’다. 김 작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나치게 성역화해서 옹호한다든가, 조국혁신당에 대한 우호적 관점을 갖고 정봉주를 미는 김어준 등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딴지·클리앙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있지만, 그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잇싸’ 게시판에 몰리게 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정치 비수기다. 하지만 고관여층에는 정치 비수기란 없다. 그들은 정치를 스포츠처럼 소비하니 전당대회도 흥미진진하고 탄핵이나 특검 여부도 높은 관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활성화된 정치 지지층이 아닌 사람은 관심을 끄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지율이나 흥행 여부를 따지는 것은 사실 거의 의미 없어 보인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 정치 고관여층에는 누가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하냐 또는 누가 5위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 저관여층이나 중도에는 별 의미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민주당 지지 성향 중 저관여층 또는 중도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 걸까.
민주당 지지자 20~40% 이재명 연임 반대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넷째 주 자체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 지지율은 3년차 1분기 24%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최저점을 갱신했다.
갤럽은 이 수치를 공개하면서 1988년 노태우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지지율을 같이 공개했는데 그중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가장 낮았고, 반대로 3년차 1분기 부정 평가율은 67%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7%, 국민의힘 35%, 조국혁신당 9%를 기록했다. 정권에 대한 강력한 반대 여론을 민주당이 끌어안지 못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NBS가 시행한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조사 결과도 있다. NBS가 지난 7월 둘째 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당대표직 연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찬성은 35%, 반대는 41%, 모름/무응답은 14%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들의 답이다. 찬성은 68%인 반면 반대는 22%, 모름/무응답은 10%다. 다시 자신의 이념성향이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58%는 찬성, 반대는 31%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 평가에 부정 평가를 한 사람들의 경우 찬성이 47% 반대가 40%다.
같은 기관의 7월 넷째 주 조사엔 민주당 차기 당대표자 적합도에 관한 질문이 들어 있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은 34%, 김두관은 14%, “없다”가 47%를 차지하고 있다(한국갤럽·NBS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관편향을 고려해도 민주당 지지자의 20~40% 내외는 이재명 당대표자 연임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연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의 간극과 이재명 대표가 얻고 있는 80~90%의 지지율상 숫자가 교합되지 않은 면이 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총선을 치르면서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됐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뜻이다. 과거 비명·반명 입장이었던 사람들이 ‘새로운미래’를 만들어 떨어져 나갔으니 이전보다 순도 높은 한팀이 됐는데도 지지율이 왜 현격히 늘어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민주당은 얻어야 한다. 총선 당시 각 지역에서 민주당이 얻은 득표율을 다 합치면 51.5%가 되는데 그게 순수한 민주당 지지율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당선돼선 안 되겠다’라는 반대표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지 민주당 힘으로 얻은 51.5%는 아니라는 점이다.”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은 “1기 이재명 대표 때는 그나마 비명 최고위원인 고민정이라는 균형추가 미세하게나마 있었다면 지금 만들어질 2기 이재명 대표체제는 다양성이 없는 일극 친명 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사결정은 신속하고 빠르게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중도확장 가능성엔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2기 이재명 당대표자 체제, 노선 전환 준비 중?
하헌기 소장은 이번 전당대회가 내건 당원 주권론이 정당민주주의의 관점으로 평가하면 후퇴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예컨대 전당대회 전에 총선이 있었다면 이전엔 총선에서 지역구 관리를 똑바로 하지 않았다면 뭐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재선, 삼선 의원에겐 지역구 관리가 최우선이었다. 그런 것이 무의미해진 것이 지난 총선이었다. 친명 유튜브 방송에 나가 떠드는 것이 공천에 더 도움 된 것이다.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하려면 여론 동향을 잘 파악해 ‘이재명을 지키겠다!’라고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친명을 넘어 찐명’ 경쟁을 하는 데는 아무런 장래성이 없다. 어차피 대세가 그렇게 흘러가니 지금은 침묵하며 관망하고 있는 민주당 당원들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앞으로는? 전당대회 이후 2기 이재명 대표체제에선 정치 저관여층이나 관망하는 중도층을 포괄하는 ‘팀 민주당’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유창오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현재 상태에서는 이재명 리더십으로 단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나 특검 등 현실 정치 사안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민주당이 기존의 친명 지지층을 넘어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정책적 스펙트럼은 더 넓혀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는 “1기 이재명 대표체제가 대선 이후 사법 위험성을 막아내기 위한 검찰과의 싸움이었다면 2기는 사법부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사법부와 싸움이 기다리는 2기 체제에서는 사법리스크 해결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대선 당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차기 대권주자 당대표자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당장 가을부터 가상대결 조사데이터가 나올 것이고, 그게 이 대표 재판을 담당할 판사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사법리스크 해결과 자기 대선 캠페인이 똑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콘셉트, 방향, 좌표는 이미 나왔다고 봐야 한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먹고사니즘,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세에 관해 기존 당 입장과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앞으로 나올 2기 이재명 대표체제의 방향이다.”
당대표 선거 이후 중도확장으로 노선 전환은 이미 예정돼 있고, 이재명 후보나 지지그룹이 지금 최고위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와 배제 입장을 취하는 것도 그 맥락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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