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강형욱·오은영…국민 멘토들은 왜 흔들리나
(시사저널=정덕현 문화 평론가)
한때 솔루션 프로그램들의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전문가들이 최근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흔들리고 있다. 무엇이 이런 사태들을 만들고 있고, 여기에는 어떤 문화적인 변화가 깔려 있는 걸까.
백종원은 외식업계의 '사부님'으로 불릴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로 인식됐다. '먹방'과 '쿡방'이 방송 트렌드로 떠오르자 외식 사업가이면서 방송도 잘하는 백종원은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떠올랐다. 여러 프로그램에 나왔지만 SBS가 연달아 기획했던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3대 천왕》을 거쳐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방송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의 솔루션을 타고 실제 상권이 바뀌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가 됐던 건 다름 아닌 포방터 시장편에 나왔던 돈가스집이었다. 오로지 맛으로 승부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과 정성을 들이는 사장님을 백종원이 알아봤다. 미담이 퍼지고 이 돈가스집은 그 집만이 아닌 그 상권 자체를 바꾸는 기적을 보여줬다. 너무 몰리는 손님들 때문에 민원도 많아지면서 결국 그곳에 머물지 못하게 된 사장님은 제주로 가게를 옮겼다. 백종원은 이 가게를 모태로 하는 '연돈볼카츠'라는 체인점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솔루션의 정점 '연돈볼카츠'에 불거진 논란
하지만 어찌 보면 백종원 솔루션이 정점의 영향력을 찍은 연돈볼카츠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연돈볼카츠의 일부 가맹점주가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더본코리아를 신고한 것. 더본코리아가 매출과 수익률을 과장했다는 게 이들 가맹점주의 주장이다. 백종원은 이에 대해 자신의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영상을 올렸다. 존속 기간과 영업 기간을 혼용해 더본코리아의 가맹점 수명이 현저히 낮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다. 평당 매출을 계산하지 않고 초기 대형 매장에서 현재 소형 매장이 많아진 현실에 가맹점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식의 내용도 악의적이라고 반박했다. 자세한 수치들을 내세운 반박이기에 실제 백종원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런 내용까지 게재했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역시 수치로 반박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과거 다큐멘터리 《트루맛쇼》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이 올린 이 영상은 백종원의 해명 방송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거짓에 가깝다는 내용을 담았다. 예를 들어 백종원의 주장대로 평당 매출액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살아남은 가맹점들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이기 때문에 실상 문을 닫은 가맹점들의 현실을 지워버린 수치라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이 사태가 백종원과 더본코리아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는 최근 불황으로 인해 더더욱 어려워진 현실이 촉발시킨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태로 볼 수 있지만, 그 사업에 백종원 역시 돈 안 들이고 홍보하기 위해 방송에 나섰다고 했을 만큼 방송이 가진 영향력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방송은 어떤 영향력과 그 반작용을 만든 걸까. 실제로 백종원은 방송으로 매해 각종 시상식에 수상 후보로 떠올랐지만 거부해온 바 있다. 자신이 방송인이라기보다 외식 사업가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전문성과 영향력을 증폭시킨 건 분명 방송의 힘이다. 따라서 방송이 만들어낸 이상화된 멘토로서의 이미지들은 어느 순간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 마찰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방송에서의 백종원의 모습과 프랜차이즈 대표로서의 백종원의 모습이 부딪칠 때 그 반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백종원과 함께 이른바 전문가 솔루션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오은영 박사, 강형욱 훈련사에게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아이들 육아에 대한 심리 상담으로 국민 멘토로 떠올랐던 오은영 박사에 대해서는 방송 출연이 너무 많아지는 순간부터 비판의 목소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방송으로 보여주는 특정 출연자의 육아나 부부 갈등 같은 상황에 대한 솔루션들이 과연 얼마나 일반인들에게도 적용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들이 생겨났다. 특히 갈등만 부추기는 영상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솔루션보다는 자극으로 흘러가는 방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현업을 가진 오은영 박사가 방송에 노출되면서 갖게 된 영향력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그 신뢰성의 문제로 비판받는 상황을 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강형욱 훈련사의 경우 퇴사한 직원들의 직장 내 갑질 고발이 야기한 논란이 원인이다. 하지만 그 역시 방송이 만들어낸 강력한 영향력이 오히려 그에 대한 높은 도덕적 위치를 요구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KBS TV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 하차한 강형욱 훈련사는 유튜브 개인 채널을 통해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건 어찌 보면 자신의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구독자들로 한정하는 방식의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문가 솔루션 시대 저물고 있나
백종원을 비롯해 오은영 박사 그리고 강형욱 훈련사가 모두 방송가를 장악하는 블루칩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건 방송의 트렌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방송의 전문인은 방송인이나 연예인들이었다. 이들이 방송을 거의 전유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영상의 일상화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방송이 연예인과 방송인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사라졌다. 대신 유튜브 등을 통해 저마다의 방송 경력을 가진 이들이 그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 이른바 '일반인 출연자' 전성시대로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리얼리티쇼가 이들이 떠오르는 공간이 됐다.
백종원, 오은영, 강형욱은 이 과도기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방송인은 아니지만 그만큼 방송을 잘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만의 전문 영역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과 매개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솔루션 프로그램을 한다는 점에서 이 과도기에 딱 어울리는 인물들이 아닐 수 없었다. 일반인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리얼리티 쇼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전문가인 이들이 그 키를 쥔다는 점에서 훨씬 안정감 있고 명분을 갖는 과도기적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모두에게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전문가 솔루션 시대가 조금씩 저물고 있는 징후처럼 보인다. 물론 여기엔 실제 이들이 현실에서 하고 있는 일에서 벌어진 사태들이 존재한다. 방송이 만들어낸 이상화된 이미지와 상충하면서 더욱 큰 마찰음을 내고 있다고 보인다. 또한 최근 강형욱 사태로 인해 《개는 훌륭하다》가 하루아침에 종영하게 된 것처럼 이런 전문가 1인에 의지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이 가진 리스크 또한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솔루션 프로그램들이 나온다 한들 전문가 1인에 의지하는 방식은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방송의 흐름은 결국 권위에서 비권위로 넘어가는 중이다. 따라서 권위를 가진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흐려질 전망이다. 한때 국민 멘토로 불리던 전문가들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바로 이 같은 변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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