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에 AI 바람 일으킬 ‘데이터의 바다’ 만들자
인공지능(AI)은 현재 가장 각광 받는 분야이다. 2016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대전으로 유명해진 ‘알파고’가 AI 기술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면 2022년 말 출시된 ‘챗GPT’는 경탄을 넘어 두려움을 주었다.
그 이후 모든 분야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AI는 현재 제조, 금융, 유통 등 산업 전 분야에서 효율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다른 연구 분야와 접목돼 기존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은 AI 기술 활용이 가장 급속도로 확산하는 분야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 데이터 처리와 신약 개발이다.
환자 데이터 처리는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정보를 종합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및 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분야이다. 자연어 처리, 딥러닝 등의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내원해서 의사와 대화를 나누면 자동으로 진료기록부가 완성된다. 그리고 진단기기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서 추정되는 질환을 AI가 의사에게 제시해준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 정보가 통합될수록 진료를 지원하는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에서도 AI 기술을 통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에 구글 딥마인드는 단백질 분석 AI 모델 ‘알파폴드3’를 공개했다. 신약의 원리가 결국 단백질과 생체분자 간의 상호 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를 예측할 수 있는 알파폴드3는 신약 개발 과정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의약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응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먼저 약물 분야에서는 ‘감별’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딥러닝 기술로 가짜 한약재를 감별해 약을 잘못 사용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에 전문가가 감별했을 때의 정확도(94.8%)보다 높은 최대 99.4%의 정확도를 나타냈다. 감별할 수 있는 약재 종류들도 점차 확대돼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환자 데이터 처리는 ‘활용’보다 ‘수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약물 분야와 달리 환자 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AI 발전이 더딘 것은 결국 데이터 양의 차이 때문이다. 약물 데이터와 달리 한방의료기관의 의료 데이터는 규모가 작고, 표준화돼 있지 못하다. 국가별로 언어와 표현이 상이하다는 취약점도 가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 과제들이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을 표방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과제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최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한 영상 연구가 확대되고 있고, 표준화된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을 활용한 환자데이터 수집이 진행되고 있지만, 데이터 수집의 양과 속도 면에서 AI 시대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향후 이런 데이터 상황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이제 AI 기술과의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의약도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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