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박상우 국토장관 "매년 수도권 5만∼6만가구 착공…추격매수 말라"
"그린벨트는 미래세대 위한 것? 그 미래세대가 지금 세대"
"임대차 2법, 변동성만 키우고 누구도 보호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박초롱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8·8 주택대책'이 시행되면 수도권에서 연간 5만∼6만가구, 6년간 33만가구가 착공(분양)될 수 있다며 추격 매수를 경계했다.
박 장관은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직후인 지난 9일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통화량·경제성장률 등) 주택시장 외적인 요인으로 집값이 크게 오를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서울의 똘똘한 한 채만 오르고, 지역별로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좋은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 가격 불안은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빠르면 올가을부터 (공급 방안에 포함된) 신축매입임대주택 공급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장관과의 일문일답.
--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 부동산 대책으로 쓸 수 있는 금융·세제·수급 수단 중 가장 기본은 수급이다. 공급 없는 수요 관리는 사상누각이다. 주택 공급이 지속적·안정적으로 된다는 확신을 주는 데 초점을 뒀다.
이번 정부 대책을 통해 추가된 공급 물량이 21만가구, 재건축·재개발과 1기 신도시 등 이미 진행 중인 공급 물량을 조기에 앞당긴 게 21만7천가구로 (2029년까지) 총 42만7천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충분히 주택 공급이 되니 무리하게 추격 매수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 통상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이후 아파트 입주까지는 8∼10년이 걸린다. 당장 들썩이는 집값을 잡거나, 2∼3년 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키기에는 부족한 카드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단기·중기·장기 공급 물량이 망라돼 있다. 끊임없이 도시가 재생되고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단기적으로는 도심의 신축매입 임대주택이 올해 하반기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까지 11만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비(非)아파트 신축매입 임대주택에 지금까지 7만7천가구 신청이 들어왔다. 최소 땅은 확보하고 신청한 물량이기에 설계 보완 등을 거치면 50%는 매입 약정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약정 이후엔 바로 착공 가능하고, 이른 시일 안에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단축하고, 뉴빌리지 같은 노후 저층 주거지 재생사업을 통해 주택이 상시 공급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주택 공급과 도시정비는 공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단순히 민간에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적절하게 공공이 개입해 분쟁을 예방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더 빨리 조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 택지로 지정해 주택을 공급하겠다. 이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개발계획 수립, 지역주민과의 협의, 사회적 합의까지 거쳐야 하기에 7∼8년에서 길면 10년까지 걸릴 수 있는 장기 과제다.
--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때 집값 상승과는 분명히 양태가 다르다. 노무현 정부 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때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돈을 풀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화 관리를 굉장히 엄격하게 하고 있다. 거시경제 여건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는 외환위기 직후 확 성장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코로나로 전세계 경제가 안 좋았지만 우리 교역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상황이다. 수출이 잘되는 분야에서 일하는 국민은 풍족하지만, 자영업 폐업률은 무척 높다. 외생적인 요인으로 집값이 크게 오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서울의 똘똘한 한 채만 오르고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가 돼 있다. 시장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수급 문제나 업황이 좋은 일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주택은 오르고 있다.
--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지속가능한 도시와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할 자산만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미래세대가 바로 지금 세대다. 저출생 문제에 직면해 합계출산율이 0.7인 지금이 그린벨트를 써야 할 때다. 저출생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주택이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또 많은 분이 그린벨트가 훌륭한 녹지로 남아있다고 생각하는데, '비닐하우스 벨트'가 된 곳들도 상당하다. 훼손된 상태로 놔두는 것보다는 잘 관리해 제대로 쓰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 수도권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지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이는 오랜 논란거리다. 서울에 집을 많이 지으면 서울 집중현상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이분들이 현상적으로 겪는 집 문제, 출퇴근에 1시간 넘게 쓰는 교통 문제는 해소해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의지를 갖고 일자리를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 수도권 국민의 집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을 공급하는 문제와 국토 균형발전 문제는 다르다.
--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추가로 필요한 것 아닌지.
▲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9월 중 출시된다. 수요 조사 결과 5천가구 이상이 매입 의향을 보였다. 또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주택건설사업자에게는 원시 취득세를 50% 감면해주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방 경기를 살리려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공간도 살리고 일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기반 시설이 잘돼있어야 지방에서 창업하거나, 회사를 이전하는 고민을 할 것 아닌가.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지방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 재건축·재개발 절차 단축을 위해서는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떻게 국회를 설득할 계획인지.
▲ '재건축·재개발 특례법'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철도지하화 특별법처럼 지역 개발에 관한 법이기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례법을 만들 때 혹여라도 정치 쟁점화될 수 있는 내용은 다 뺄 것이다. 그야말로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공이 역할을 해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는 내용만 넣겠다. 이런 취지면 법이 통과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도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 재건축·재개발 특례법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어느 정도 단축할 수 있나.
▲ 서울 재건축 사업은 평균 14년가량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부는 이 기간을 6년 이상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8∼9년이면 완료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 목표는 일반 재건축 기간도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적용한 재건축처럼 기간을 6년으로 단축하는 거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재건축 초기 단계 절차를 대폭 단축했으며 정비기본계획도 지자체에서 세운다. 1기 신도시는 6년 만에 재건축되는데, 일반 아파트가 8년 만에 재건축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번 단계에는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추가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
-- 수도권에 향후 6년간 42만7천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기간 착공 가능한 물량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시행되면 6년 안에 착공할 수 있는 물량이 33만가구다. 연간 5만∼6만가구 정도가 착공되는 것이라 상당히 많은 물량이 분양시장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 정부가 제시한 2029년까지의 공급 물량에는 이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물량은 빠져 있다.
-- 미분양 주택 매입, 신축매입 임대주택 등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이 커졌다. 하지만 LH의 부채비율이 218%인 만큼 주택 공급이 늦어지는 것 아닌가.
▲ 120% 가능한 일이다. 매입임대주택은 지속적으로 해온 사업이기에 예산이 이미 편성돼 있다. 당초 계획보다 물량이 늘었으나, 추가된 물량은 대부분 예산 지원이 된다. LH 자체 자금이 들어가야 할 부분은 많지 않다.
바뀐 것은 기축 주택보다는 신축 위주로 매입한다는 점이다. 신축매입 임대주택으로는 LH의 위치·품질 가이드라인에 맞는 주택만 산다. 매입약정 후 준공까지 5차례에 걸친 품질 검사를 받기에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 서울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 임대주택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했다. 언제까지 빌라 매입을 하나.
▲ 평년 대비 26% 수준으로 감소한 비아파트 착공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내년까지 약속한 11만가구 매입은 채워질 것이라고 본다. 그 이후에도 신축매입 임대주택 제도는 몇 년간 지속될 것이다. 기축매입이 줄어들 뿐이다.
- '임대차 2법'에 대한 입장은.
▲ 폐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제도 도입 이후 3년간 전월세 재계약 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비율이 47%가 된다는데, 2년 더 살고 나와 훨씬 높은 전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건 보호받는 게 아니다. 버스에 타고 있을 땐 보호되는 것 같지만, 4년이 지나면 그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변동성만 키우고 누구도 보호할 수 없는 제도다. 임대사업자를 늘려 싼 전월세 주택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짜 세입자 보호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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