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 안에 1000℃ 치솟는 ‘배터리 열폭주’…“K-배터리, 新기술로 포비아 넘는다” [비즈360]

2024. 8.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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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등 연구팀, 열폭주 메커니즘 규명 연구 발표
LG엔솔, 46시리즈에 ‘디렉셔널 벤팅’ 기술 적용
SK온, Z폴딩으로 셀 스트레스↓…극한 환경서 검증
서울대 임종우 화학부 교수팀 등이 연구에서 제시한 ‘자가증폭루프’로 인한 급격한 온도 상승을 묘사한 표지 그림. 이번 연구는 지난 1일자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서울대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최근 잇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열폭주, 내부 단락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I 연구팀은 서울대 임종우 화학부 교수팀, 포스텍 화학공학과 김원배 교수팀 등과 배터리 열폭주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 온도가 수초 안에 1000℃를 넘어서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동안 이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극과 전해질이 배터리셀 안에 가두어져 있어 열폭주 도중 어떠한 화학반응이 셀 내부에서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하이니켈 양극재의 경우 용량이 크지만, 열 안전성이 떨어져 열폭주에 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서울대 연구팀은 방사광 가속기 기반 X선 회절 기법을 활용해 배터리셀 내부에서 화학종 교환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양극재와 흑연 음극 사이의 화학종 교환에서 중대한 발열 반응이 야기됨을 발견했고, 생성물이 반응물을 또다시 만들어내는 ‘자가증폭루프’ 반응이 열폭주를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자가증폭루프에 의해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음극 표면에 석출된 리튬과 반응하며 배터리 온도를 더욱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해소할 방안도 찾았다. 음극 표면의 리튬과 자가증폭루프에 의해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반응을 막을 수 있는 ‘고품질 알루미나 코팅법’을 개발해 배터리셀 내에서 일어나는 열폭주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일 유명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 출판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 밖에도 강한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단락(쇼트)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평상시 닫혀있다가 이상 상황이 생기면 가스를 배출하는 장치인 벤트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외부와 내부 간 연결된 에너지 흐름을 단절하는 과충전방지장치(OSD) ▷특정 전류가 흐르게 되면 회로를 끊어버리는 단락차단장치(FUSE) ▷충격과 열에 강한 특수소재로 만들어진 캔 등이 대표적이다.

5일 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원통형 46시리즈 제품의 경우 두꺼운 캔 구조로 설계, 높은 안전성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배터리에 LG에너지솔루션은 셀 레벨의 디렉셔널 벤팅(Directional venting)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 내부의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해 셀의 저항을 줄임과 동시에 셀의 안전성을 높이고, 연쇄 발화를 방지해준다.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열 제어 기술 향상, 모듈·팩 쿨링 시스템 적용, 열 전이 방지 솔루션 강화 등을 통해 안전성 높이고 있다.

배터리 제조 이후에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BMS 기술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해 사용자에게 보다 정확한 진단 및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보다 완벽한 BMS 개발을 위해 외부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퀄컴과 협력해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첨단 BMS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ADI와도 셀 내부 온도 측정 기술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충남 서산 SK온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 [SK온 제공]

SK온은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의 분리막 사이로 양극과 음극을 교차 적층하는 ‘스태킹 공법(Z폴딩)’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

Z폴딩 기법은 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양극과 음극을 균일하게 적층해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전극 간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터리 구성 요소의 정렬이 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해 안전성도 높여준다.

이외에도 SK온은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인 연면적 3392㎡ 규모의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를 지난해 개소했다. 컴퓨터 단층촬영(CT) 장비를 활용해 배터리 상태나 발화 원인 등을 파악하는 비파괴분석, 배터리 해체를 통한 구조 분석 등이 한 곳에서 가능하다.

SK온은 영하 40도, 영상 80도와 같은 극한의 온도에서 배터리 내구도를 검증하고, 열폭주, 과충방전, 외부 단락 등의 시험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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