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희 한국물리학회장 "위기의 물리학 우수인재 돌아올 길 마련"

박소영 기자 2024. 8.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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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의 생태계가 붕괴되는 총체적 위기 상황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으로 돌아오는 길을 함께 마련하겠습니다."

1952년 한국물리학회가 설립한 이후 72년 만에 첫 여성 학회장에 당선된 윤진희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인하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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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2년 만에 첫 여성 학회장 "학회 변화 원해…다양한 목소리 낼 것"
"R&D 예산 삭감 기초학문 총체적 위기, 정부 차원 대안 요구"
1952년 한국물리학회가 설립한 이후 72년 만에 첫 여성 학회장에 당선된 윤진희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2024.8.10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물리학의 생태계가 붕괴되는 총체적 위기 상황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으로 돌아오는 길을 함께 마련하겠습니다."

1952년 한국물리학회가 설립한 이후 72년 만에 첫 여성 학회장에 당선된 윤진희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인하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1369명 중 1144명(투표율 83.56%)이 참여한 제31대 학회장 선거에서 653표(57.08%)를 얻으며 제31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바꿉시다. 우리 모두의 물리학회로!’를 슬로건으로 지역, 소속, 분야, 성별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공약에 적극적으로 담아내려 노력했다.

윤 교수는 학회장 자리가 어떤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자리인 것을 잘 알기에 선뜻 후보로 나서지는 못했다. 그는 평의원들의 추천을 받고 오랜 고민 끝에 후보 자리에 나섰다. 윤 교수는 "1만8000명의 회원을 거느리는 큰 학회인 만큼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국내 단일학회 중에서 몸집이 큰 편인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었던 것도 큰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럼에도 자신이 이번 선거에 뽑히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회원들 역시 '변화'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제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 회원들의 투표로 뽑혔다는 것은 학회 자체가 자정 작용을 원하고, 자정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윤진희 한국물리학회 학회장 모습.(윤진희 학회장 제공)2024.8.10/뉴스1

그는 현재 물리학계가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초학문 비인기 현상,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의대 쏠림 현상에 따른 과학계 인재 유출, 초저출생 시대가 성큼 다가와 물리학계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학문의 근간이 되는 기초학문이 무너지면 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그런데도 작년부터 R&D 예산이 삭감돼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연구비와 R&D예산을 되찾아오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올려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 중 하나로 삼았다. 윤 교수는 "아시아 신흥국의 물리학회와 협력해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 지역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며 "미국, EU, 일본의 주요 대학과 연구 기관과 협력 연구 프로젝트를 각국의 물리학회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여성 학회장이 됐다는 것에 윤 교수는 큰 의미는 두지 않았지만,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느꼈다고 한다. 그는 "학회 안에 여성이 15% 정도인데 10번 중 1번은 적어도 여성이 학회장이 돼야 한다는 소리다"며 "그럼에도 그동안 여성회원들이 나설 자리가 많지 않았기에 많은 회원이 기다려왔다고 생각한다.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학회장으로서 어떻게 많은 목소리를 담아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윤 교수는 "보통 학생들이 '물리학을 공부해서 잘돼봐야 교수, 그냥저냥 연구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물리학을 통해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종이 있다.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한국물리학회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약력 △1963년 출생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前)퍼듀대 박사 △(現)IUPAP(세계물리연맹) C12패널 운영 위원 △(前)한국물리학회 정책위부위원장 △(現)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前)국가과학기술심의회 ICT·융합 전문위원 △(前)한국연구재단 중이온가속기 전문평가위원 △(前)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정책조정 전문위원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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