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허락하는 한"…백령도 주민건강 지킴이 70대 약사

황정환 2024. 8.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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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섬에서 주민들과 함께할 겁니다."

북한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을 가야 하는 백령도에 하나뿐인 약국 주인인 약사 최영덕(75)씨는 11일 자신의 소박한 소망을 이렇게 전했다.

이 조례를 근거로 섬 안 약국과 약사 거주지 월세의 80%를 예산에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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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안 유일한 약국 1년 4개월째 운영 중인 최영덕씨
백령도에 약국 개업한 최영덕 약사 [인천시 옹진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섬에서 주민들과 함께할 겁니다."

북한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인천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을 가야 하는 백령도에 하나뿐인 약국 주인인 약사 최영덕(75)씨는 11일 자신의 소박한 소망을 이렇게 전했다.

최씨는 지난해 4월 백령도에 '종로약국'을 열고 1년 4개월째 운영 중이다.

주민 2천900여명이 사는 백령도에는 2004년 처음으로 약국이 생겼다.

이후 약국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다가 약사 개인 사정으로 2022년 8월 문을 닫았다.

최씨가 백령도에 다시 약국을 열기 전까지 주민들은 백령병원과 백령보건지소에서 약을 사야 했다.

하지만 먼저 진료를 받아야만 약을 구매할 수 있었던 탓에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최씨는 "원래 운영했던 약국을 자녀에게 넘겨주고 지내다가 백령도에 약국이 없어 주민 불편이 크다는 소식을 접하고 백령도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백령도의 유일한 약국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일요일은 쉰다.

하루 20∼30명 주민이 약국을 찾아와 증상을 얘기하고 약을 받아 간다. 섬에는 노인들이 많아 신경통약과 위장약이 주로 팔린다.

최씨는 새벽에도 주민들이 급하게 도움을 청하면 증상에 맞는 약을 지어주곤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70대 약사인 최씨가 직접 약을 집으로 배달해주기도 한다.

약국 영업시간이 끝난 뒤나 휴일에 최씨는 텃밭을 가꾸거나 색소폰 동호회에 참석해 시간을 보낸다.

지난 1년 4개월간 백령도 약국에는 위기도 있었다.

최씨가 지난 3월 급성 폐렴에 걸려 한 달 동안 휴업했다.

지난겨울 내내 난방기기가 부족한 약국 안에서 일한 최씨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게 원인이었다.

수술을 받고 다시 약국으로 돌아온 최씨는 주민들 생각에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최근 예정된 건강검진도 취소했다.

최씨는 3개월 전 직원 1명을 채용했고 낡은 건물에 있는 지금의 약국을 더 나은 환경으로 옮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백령도를 포함해 115개 섬으로만 이뤄진 인천시 옹진군은 2022년 말 전국 최초로 '민간약국 운영비용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이 조례를 근거로 섬 안 약국과 약사 거주지 월세의 80%를 예산에서 지원한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섬 물류비가 육지보다 비싼 특성을 고려해 조례를 개정하고 섬 약국의 약품 운반비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최씨는 "약국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고 약을 복용한 주민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음을 지었다.

백령도 유일한 약국 [인천시 옹진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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