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가 뭐길래…‘티메프’ 환불 책임을 지라는 걸까?[경제뭔데]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PG가 뭐지? 돈은 티몬·위메프가 떼먹었는데 왜 손실은 PG사가 떠안게 된 거야?
이번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낯선 단어가 ‘전자결제지급대행업(PG)’입니다. NICE페이먼츠·다날·토스페이먼츠·NHNKCP·스마트 등이 PG 회사인데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의 회사도 있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유명 간편결제사들까지 PG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낯설지만 알고보면 PG는 국내에서 온라인 쇼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조용히 알게 모르게’ 누구나 거쳐온 ‘지불을 위한 관문(Payment Gateway)’입니다.
온라인 쇼핑 시대에 탄생한 PG업. 우리는 이미 PG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 살면서도, 정작 그 역할과 법적 책임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오늘 ‘경제뭔데’ 코너에서는 PG가 도대체 뭔지, 어떤 책임을 지며 필요한 규제는 무엇인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PG “온라인 카드 결제? 내 밑으로 다 모여”
PG는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와 함께 태어난 사업니다. 그런 만큼, 온·오프라인 결제 시스템의 차이를 알아야 PG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어요.
요새 밤이 너무 더워 차렵 이불 하나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집 앞 마트에서 이불을 사면서 카드 결제를 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저는 마트에서 이불을 A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당장 오간 현금은 없죠. 그렇다면, 마트 사장님은 이불 값을 누구에게 받을까요? 가맹계약을 맺은 A카드사에게 바로 받습니다. 물론 수수료는 제하고요. 중간에 결제 정보를 전송하는 밴(VAN·부가가치통신망)사가 끼긴 하지만, 정산에는 관여하지는 않습니다.
이불을 온라인에서 산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B몰에서 이불을 A카드로 결제하고 배송까지 받았다고 쳐봅시다. 그럼 B몰은 A카드사에서 이불 값을 바로 받을까요? 아닙니다. 바로 여기서 PG가 등장해요. PG사가 A카드사에서 돈을 받고, B몰에게 건네 주는 과정이 생겨나죠.
똑같은 이불인데 왜 온·오프라인이 다를까요? B몰은 A카드사와 직접 가맹계약을 맺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카드사와 계약을 체결한 건 B몰 아닌 PG사입니다. 왜일까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카드사-업체간의 1대1 가맹계약이 쉽지 않습니다. 일단 온라인 결제 시스템 구축이 너무 복잡하고 비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의 숫자가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이 많다보니, 카드사 입장에서도 일일이 가맹 심사를 통해 개별 계약을 맺기 힘들죠.
그런 이유로 PG가 등장했습니다. PG사가 여러 온라인 쇼핑몰들을 모아 결제 시스템도 구축하고 카드사와의 계약도 대표로 맺는 ‘대표 가맹점’ 노릇을 하기로 한 겁니다. PG사가 온라인 시대가 낳은 업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긴 겁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PG사와 가맹 계약을 한 셈이니 정산도 PG에게 합니다. 그럼 PG사가 그 돈을 자신이 계약한 쇼핑몰들에게 다시 정산하는 시스템이죠.
그럼 티몬·위메프 등 오픈마켓을 2차 PG로 칭하는 이유는 뭘까요?
PG는 앞서 설명한대로 카드사의 ‘대표 가맹점’으로 출발했지만, 이후에는 ‘전자지급결제’를 대행하는 업무 자체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PG사가 카드사의 돈을 받아 하위 가맹점에게 정산하는 일을 하듯이 오픈마켓도 PG사에게 돈을 받아 똑같이 하고 있으니 이 역시 PG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2021년 금융위원회는 이런 이유로 오픈마켓 역시 이른바 PG 의 PG, 즉 2차 PG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카드사는 어디 가고, PG사가 왜 환불 책임을?
이제 최근 이슈로 다시 돌아가봅니다. 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23일부터 PG사들은 티메프에서 카드 결제를 중단했죠. 앞서 설명한 대로 PG사는 소비자의 돈을 카드사로부터 받아 티메프에 정산해주는 대표 가맹점인데, 소비자는 정작 티메프 입점업체들로부터 상품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카드 결제 자체를 막은 거예요.
문제는 결제와 함께 결제 취소도 막아버렸다는 거죠.
돈을 내고도 상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쳤지만, PG사들은 잠시나마 버텼습니다. 결제 취소건이 들어오면 PG사는 티메프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카드사에 돌려줘야 하는데, 티메프가 지급 불능에 빠진 상황에서 환불로 인한 손실은 결국 PG 몫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금융당국이 PG사에 결제 취소를 하지 않으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19조’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하면서, 현재까지 환불 조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말하는 PG사가 결제 취소를 해야 할 ‘법적인 의무’는 무엇일까요? 여전법 제19조는 ‘가맹점의 준수사항’에 관한 부분입니다. 신용카드 가맹점으로서 PG사의 의무 중에는 ‘신용카드 회원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이에 따를 것’이 포함돼 있어요. 즉 당국이 PG사에게 직접 팔지도 않은 상품에 대한 결제 취소·환불의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판매업체를 대신해 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대표 가맹점’으로서의 책임 때문입니다.
사실 PG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 이전부터 PG사가 ‘신용카드 대표 가맹점’으로서 받는 법적 책임이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티메프 등 2차 PG사는 대표 가맹점 지위를 갖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용카드사들이 PG사를 통해 온라인 상점의 가맹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회피한다는 지적도 있었고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PG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결제대행업 본연의 업무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도록 책임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티메프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온라인 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판매대금 정산일을 당기고, 판매대금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PG업에 관한 책임과 규제 논의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https://www.khan.co.kr/economy/finance/article/202408081711001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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