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희비 엇갈린 게임업계 ‘3N’···넥슨·넷마블만 웃은 이유[산업이지]
‘3N’.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대 기업, 넥슨(Nexon), 넷마블(Netmarble), 엔씨소프트(NCSOFT)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들은 모바일 시대로 접어든 2010년대부터 엎치락뒤치락하며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며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특수’를 누리기도 했죠. 하지만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게임업계는 힘든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3N 기업들은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넥슨과 넷마블은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엔씨소프트는 겨우 적자를 면해 한숨을 돌렸습니다.
현지화와 IP 전략 통했다
장사를 잘했든 못했든 올해 2분기 게임사들의 실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작’입니다. 국내나 해외 시장에 새로 내놓은 작품의 흥행 성공 여부가 기업을 울고 웃게 만들었습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64% 급증한 452억엔(3974억원·100엔당 878.7원 기준)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1225억엔(1조7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입니다.
1등 공신은 올해 5월 중국에 선보인 ‘던전앤파이터(던파) 모바일’입니다. 던파 모바일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던전앤파이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액션 게임입니다. 한국 시장엔 2022년 3월 출시돼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까지 받았죠.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파 모바일은 중국 시장 진출 한 달 만에 2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센서타워는 “한국시장에서 2년3개월 동안 올린 매출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고 전했습니다. 원작의 재미 요소를 모바일에 제대로 구현해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점,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배급사 ‘텐센트 게임즈’와 현지화를 철저히 진행한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힙니다. 참고로 던파 모바일의 현지 서비스명은 ‘지하성과 용사: 기원’입니다. 중국을 휩쓴 던파 모바일 인기에 ‘메이플스토리’ ‘FC 온라인’ 등 기존 게임의 안정적인 매출도 호실적에 기여했습니다.
넷마블의 경우 지난 5월 출시한 인기 웹소설·웹툰 IP 기반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이 깜짝 실적을 이끌었습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11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372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했습니다. 시장 평균 전망치 725억원을 크게 상회한 수치입니다. 매출은 7821억원으로 29.6% 늘며 창사 이래 분기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나혼렙이 전체 게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했습니다.
넷마블은 웹툰, 애니메이션 등 외부 IP를 재가공해 게임으로 만드는 데 적극적인 기업입니다. 나혼렙과 더불어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재해석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자체 IP를 활용한 ‘레이븐2’ 등 신작 성과와 비용 절감 효과가 시너지를 내면서 올해 2분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엔씨는 웃지 못했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74.9%나 줄어든 88억원, 매출은 16.2% 빠진 3689억원입니다. 일단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모바일 리니지 3형제’의 실적이 아쉬웠습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와 올해 6월 앞서 해보기 버전으로 선보인 ‘배틀크러쉬’도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고요. 당초 시장에선 엔씨가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효율화 노력 덕분에 간신히 흑자를 냈습니다. 엔씨를 대표하는 ‘리니지’의 뒤를 이을 IP가 절실하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옵니다.
돌파구도 ‘신작’에서 찾는다
‘3N’에서 범위를 더 넓혀보면 ‘2K’(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로 묶이는 카카오게임즈도 이렇다 할 신작이 부재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28억원)이 지난해 동기 대비 89% 급감했습니다. 오는 12일 실적을 발표하는 크래프톤은 ‘효자 IP’인 배틀그라운드 흥행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계속 상승 가도를 달리려는 업체도, 하락세를 뒤집으려는 업체도 내놓는 해법은 똑같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서 흥행에 성공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넥슨은 성장 전략을 기존 IP를 기반으로 장르와 지원 플랫폼을 늘리는 ‘IP 확장’, 완전히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신규 IP 개발’ 두 가지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신규 IP로 새롭게 선보인 PC·콘솔용 슈팅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가 인기작 반열에 오르면서 올해 3분기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게임사 최초의 연매출 4조원 달성이 유력해진 상황입니다.
넷마블은 올해 하반기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4종을 출시합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8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우리 경쟁력과 잘 맞고 좋은 외부 IP가 있다면 언제든 게임으로 개발하겠다”면서도 “가능하면 내부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8일 한국·일본·대만 시장에 신작 RPG ‘호연’을 출시하고 9월에는 ‘쓰론 앤 리버티(TL)’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며 새로운 기회를 엿봅니다. 특히 ‘블레이드&소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RPG 호연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60여 종의 캐릭터 중 5종을 선택해 팀을 구성하고 전투를 펼치는 방식입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실제 게임을 경험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형성됐다”며 성과를 자신했습니다.
올해 3분기에는 이들 기업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지켜볼만 하겠습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