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성폭행 피해 아동의 성장과 해방…영화 '러브 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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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까지 파인 드레스에 립스틱을 바른 새빨간 입술,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타킹까지.
프랑스 감독 에마뉘엘 니코의 영화 '러브 달바'는 그간 대중매체 콘텐츠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친족 성폭행 피해 아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납치범에 의해 좁은 방에서 수년을 갇혀 살던 여자와 아들의 성장기를 그린 '룸'(2016)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달바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응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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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가슴까지 파인 드레스에 립스틱을 바른 새빨간 입술,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타킹까지.
열두 살 소녀 달바(젤다 샘슨 분)는 성인 여성도 좀처럼 도전하기 어려운 옷차림을 평상복으로 입고 산다. 보는 사람은 거북한데 정작 자신은 무엇이 잘못된 건지 모른다.
그는 어릴 적부터 친아버지로부터 성 착취당해 정상적인 생애 단계를 밟지 못했다. 누군가 자기를 "여자애"라고 부르면 "여자애가 아니라 여자"라고 반박할 정도다.
심지어 아버지가 자신에게 저지른 일이 범죄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육체적 관계를 맺는 게 당연하다는 게 그가 아버지에게 배운 '상식'이다.
프랑스 감독 에마뉘엘 니코의 영화 '러브 달바'는 그간 대중매체 콘텐츠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친족 성폭행 피해 아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아버지가 만든 좁은 세계에서 풀려난 달바가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디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달바의 아버지를 체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달바는 쉼터로 옮겨져 난생처음 많은 또래를 만난다.
영화의 초반부는 달바가 겪는 혼란에 집중한다. 쉼터에서 달바는 백조들 틈에 낀 흑조 신세다. 아버지와 둘만의 세계에선 당연했던 모든 것이 타인들의 시선으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비로소 알게 된다.
달바는 아주 느린 속도로 인생 첫 사회화를 거친다. 납치범에 의해 좁은 방에서 수년을 갇혀 살던 여자와 아들의 성장기를 그린 '룸'(2016)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달바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응원하게 만든다. 그가 원래 입던 옷을 벗어 던지고 청바지 차림으로 아이들과 노는 장면에선 뿌듯함마저 느껴진다.
영화는 달바의 성장에서 그치지 않고 그가 아버지의 잘못을 직시하고 마침내 해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그가 앞으로 재건해나갈 삶을 기대하게 만든다.
니코 감독은 청소년 복지사로 일하는 지인이 들려준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단편영화 '스내치드'(2016) 제작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 아동들을 만난 경험도 녹였다.
'러브 달바'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작품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관객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달바를 연기한 샘슨은 신인 배우상을 가져갔다.
샘슨은 5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해 배역을 따냈다. 2009년생인 그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지만, 새로운 세상에 부딪힌 달바의 당혹감과 불안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14일 개봉. 88분. 15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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