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연속 세계 제조업 1위 중국에 맞서는 한국의 세 가지 지혜 [송의달 LIVE]
“지금 전 세계에서 한국 제조업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경제가 계속 부상(浮上)하면,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중국 시장(市場)이 아무리 크고 먹음직스러워 보여도, 우리의 기술적 우위가 없으면 링으로 입장 조차 못한다.”
23년의 현지 근무를 포함해 올해로 48년째 ‘중국’ 한우물을 파고있는 박기순(66) 성균관대 중국학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1996년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외국인 1호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산업은행(KDB)에서 홍콩 현지법인 부사장, 베이징 지점장, 상하이 지점장 겸 중국 총괄 등을 지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년 동안은 베이징 소재 중국삼성경제연구원(SERI China) 원장으로 일했다.
◇한국이 중국에 ‘예속’되는 사태
이달 6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앞으로 한·중 양국의 대결은 어느 쪽의 기술 개발 속도가 더 빠르고 기술이 더 우월한가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반도체마저 중국에 추월당하면 한국이 중국에 예속(隸屬·남의 지배나 지휘 아래 매임)되는 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미국의 강경 조치로 다 죽었던 화웨이(華爲)가 더 강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고 전기차·디스플레이·가전·스마트폰·조선·태양광 등 거의 모든 제조업에서 중국이 세계 1위로 약진하고 있다. 배경이 뭔가?
“중국은 세계 1위의 인구 대국(大國), 토지 대국, 시장(市場) 대국이다. 그런 중국이 인력, 자본, 정책의 삼박자를 총동원해 제조업 육성에 전력투구한 결과다. 매년 1000만명 넘는 중국 대졸자 가운데 400만~500만명이 이공계 졸업생이다. 매년 80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 흑자로 자본이 풍부하고, 자국 기업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우려는 공산당 주도의 산업정책(産業政策·industrial policy)도 매우 효과적이다.”
- 중국 제조업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중국은 현재 세계 제조업 총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에 달한다. 중국은 2023년까지 14년 연속 제조업 생산력 세계 1위 국가이다. 2023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고, 세계 선박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한다. 조선(造船)업 세계 점유율 1% 미만에 머무는 ‘제조업 약소국’ 미국과 대비된다.”
◇‘첨단 제조 강국’ 진화하는 중국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공산당(약칭 중공)은 2015년 공표한 ‘중국제조(中国制造) 2025′를 금과옥조 삼아 10개 첨단·미래산업 육성 정책을 처절하게 펼치고 있다. 기술 로드맵을 통한 구체적인 실행과 외국 경쟁자로부터 국내 산업·기업 보호, 그리고 자국 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려는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 정책 지원에다가 정부 정책을 통한 애국 소비[國潮·궈차오]까지 동원하고 있다.”
- 중국 경제는 정치권력 즉 공산당이 시장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조롱(鳥籠·새장) 경제로 비유된다. 그런 중국 경제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중국의 기업과 공산당 모두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매진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 2차전지, 전기차, 태양광, 드론, 양자(量子)컴퓨터 등 개별 업종에서 중국 기업은 특유의 기술 혁신으로 선진 기업들을 차례로 추월하며 도태시키고 있다. 이제 첨단 반도체 하나 정도 남았다. 국가적으로도 과감한 전방위 혁신으로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이 주도하는 틈바구니를 뚫고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 중국공산당(중공)은 2024년 7월 18일 폐막한 20기 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20기 3중전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최우선 과제로 ‘고품질 발전(高品質 發展)’을 천명했다. 무슨 의미인가?
“중국이 독자적 발전 모델의 핵심으로 꼽은 ‘고품질 발전’은 제조업 역량을 첨단으로 고도화해 ‘중진국 함정’과 미국이 가하는 기술 봉쇄에서 모두 탈피하는 게 목표이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2023년 9월부터 화두로 꺼낸 ‘신품질 생산력(新品質 生産力)’을 통한 기술자립(技術自立) 역량 제고와 인재 육성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 주 : 중국공산당의 최상위 조직인 중앙위원회는 5년 마다 열리는 당 대회 휴회기간 중 7차례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어 국가정책을 결정한다. 1중전회에서는 공산당 새 지도부를 구성하며, 2중전회에서는 인사(人事) 문제를 처리하고, 3중전회의에선 경제를 포함한 국가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부동산 景氣 부양 않고 ‘기술 점프’ 매진
- 중국공산당의 이런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내부 위협은 막대한 지방 정부 부채와 부동산 침체이다. 중국 당국은 기존의 ‘부동산 중심 경제’를 ‘첨단 제조 경제’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있다. 20기 3중전회의에서도 부동산 경기(景氣) 부양 조치를 외면하고 TFP(총요소생산성) 제고를 통한 산업혁신에 매진(邁進·전심전력을 다함)해 첨단산업 경제구조로의 점프를 명확하게 내걸었다. 일부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중국이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그런데도 ‘차이나 피크(China peak)론’이나 ‘중국몽(中國夢)이 꺼져간다’는 식의 분석이 나돌고 있다.
“중국 부동산 부문 악화에 따른 내수 부진과 소비 침체 등을 너무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경제의 붕괴는 한국에 결정타가 되지는 않는다. 중국이 세계적 경제 강국(强國)으로 계속 부상(浮上)하는 게 훨씬 위협적이다. 현재 중국의 GDP가 17조달러, 한국은 1조 7000억달러인데, 중국이 매년 5% 정도의 성장만 해도 한국 시장의 약 50%에 해당하는 신규 시장이 생겨난다.”
박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과 제조업 방면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붙는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경제 구조 마저 매우 흡사하다. 한국은 자유민주 국제진영에서, 중국은 러시아·북한·이란 등 권위주의 진영에서 각각 1등 제조업 국가이다. 한국은 좁은 내수 시장으로 인해 수출과 제조업 주도 경제로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쟁 및 격돌은 한국의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이다.”
◇한·중 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
- 한국 일부에선 미·중(美中) 전략 경쟁 와중에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戰略的 協力)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중 수교후 30년 동안 한국의 기술, 자본과 중국의 시장을 활용하는 전략적 협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24년 8월 현재 기술과 자본에서 부족함이 없는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에 나설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할 당시 반도체를 뺀 나머지 9개 업종에 대해서는 독자개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중국에 전략적 협력을 제안해도 중국은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퇴출된 게 그 증거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은 향후 미·중(美中) 전략 대결 격화로 시장 분리, 기술 분리, 표준 분리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에 대비하는 차원 정도로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 올해 11월 미국 대선 후 미·중 관계를 전망한다면?
“미국의 정치인들과 엘리트들은 소속 정당과 당파(黨派)를 떠나 ‘후손들을 사회주의 국가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게 할 수 없다’는 결의(決意)가 확고하다. 따라서 미·중 대결은 결코 중단될 수 없는 싸움이다. 우리는 이것을 ‘새로운 정상(a new normal)’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은 강해지면 강해졌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다.”
◇미·중 대결 장기화가 ‘새로운 정상’
박 교수는 “미·중 전략 대결로 미국 등 선진국들이 중국 제품의 자국 진출을 막는 바람에 한국 기업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며 “미·중간 충돌의 강약(强弱)과 새로운 판(板)의 출현을 경계 내지 대비하면서 우리 스스로의 역량(力量)을 키우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좋았던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다.
“미·중 대결의 장기화로 세계의 판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응 전략을 짜는 게 현실적이다. 혹여 다시 세계화 시대가 오더라도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며, 우리가 30년간 누려온 대(對)중국 무역수지 흑자 같은 오아시스는 불가능하다. 반도체 마저 중국과의 격차가 소멸될 경우, 한국은 대중국 무역적자 시대 30년 또는 그 이상을 맞게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중 충돌없이 세계화 시대가 지속되었더라도, 중국 내수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높아진 경쟁력으로 한국 기업의 설 자리가 매우 좁아졌을 것이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없는 중국 기업들과의 혹독한 가격, 품질 경쟁 아래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잠식됐을 것이다. 중국 시장이 아무리 넓고 급성장한다고 해도 우리의 실력, 우리의 기술이 없으면 우리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한국보다 더 ‘절실’하게 기술 개발
-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에 맞서 중국은 기술 발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렇다. ‘중국제조 2025′ 공표후 ‘기술 발전’에 정책적 올인을 하고 있는 중국은 현 시국을 비상 사태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기술 유입 차단으로 중국은 독자 개발을 하느라 훨씬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덕분에 한국은 기술적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중국이 한 번 기술 제패에 성공하면 자체 내수만으로 독식(獨食)할 수 있으므로, 한국은 초격차 기술 개발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기술 유출 방지에 목숨 걸어야 한다.”
◇①생명줄인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
-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리의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반드시 지키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미래 세대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AI, 양자(量子), 항공우주 등의 기술수준 평가에서 한국은 이미 중국에 한참 뒤지고 있다. 양자 기술 컴퓨터의 경우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경우, 중국은 92이고 한국은 66이라고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식 발표했다. 현재 경쟁 산업은 물론 미래 첨단산업에서까지 한·중(韓中) 격차가 더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박 교수는 “우리가 경쟁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배터리, 반도체에서도 개별 기업 R&D 비중을 보면 중국 기업의 비중이 한국 민간 기업보다 훨씬 더 높다. 기술 개발에 대한 절박감과 절실함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중국 보다 뒤처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화웨이의 2023년 연구개발(R&D) 투자 비용(1647억 위안·약 30조 5800억원)은 같은 해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R&D 투자비(28조 3397억원)를 능가한다. 화웨이의 R&D 투자비는 대한민국 정부의 총R&D 예산(31조 1000억원)과 맞먹는다. 배터리 업계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2023년도 R&D 투자비(3조 4391억원)는 우리나라 배터리 3개사의 R&D 투자비 합계(2조4744억원) 보다 1조원 이상 더 많다.”
- 한국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한·중 경제 관계에서 우리가 재역전(再逆轉)하려면 ‘기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기술이야말로 한국의 생명줄인 동시에 한국 경제가 중국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다. 외교 무대에서도 큰 지렛대이다. 중국 대비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초격차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 등이 각성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민간기업이 하기 힘든 기초 부문 기술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 한국이 세계 최대 시장 대국, 인구 대국인 중국에 1 대 1로 맞서면 승산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전략적 묘수가 없을까?
“현재 세계 패권국이자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중 대결 격화는 한국 경제와 기업에 기술력 증대와 마케팅 측면에서 좋은 기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중국에 대한 전면 디커플링’ 공약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중국 없는 자유민주 국제 진영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제조업 강국으로서 ‘경제적 대박’을 낼 수 있다. 미국 등과의 공동 R&D 개발센터 설립, 한·미(韓美)간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 추진 등으로 선진 첨단 기술의 국내 유입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②오만함 버리고 겸손함과 배우는 자세
- 한국의 중국 시장 공략(攻略)이 지지부진하다. 왜 그런가.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꼽는다면?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준비, 겸손한 마음과 배우려는 자세가 선결 조건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현지 최고 경영진이 능통한 현지어 구사능력을 바탕으로 거래 상대방, 현지 중국인들과 깊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 중국인들은 한국 기업들에 대해 ‘매우 오만하다는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니 중국 시장에서도 통할 거라고 판단하는 것도 일종의 오만이다. 오만(傲慢)함이 한국의 중국 시장 공략에서 가장 큰 적(敵)이다.”
박 교수의 이어지는 말이다.
“오만함은 기술 개발에서도 드러난다. 2차전지 기술의 경우 한국은 삼원계 배터리라는 글로벌 표준에 매몰돼 중국 표준인 LFP배터리를 무시했다. 그러나 중국은 LFP배터리로 파괴적 기술 혁신을 이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자원은 기술의 종속 변수인 만큼, 기술 혁신에 대한 태도에서도 한국 기업과 기업인은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謙遜)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반도체도 설계, 비메모리, 장비, 검사 등 종합 반도체 역량을 보면 중국이 한국 보다 우위에 있다.”
- 한국의 대중 총수출액의 80%는 중간재이고 15%는 자본재, 5%만 소비재로 알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을 생산공장으로만 활용한 것 아닌가?
“그렇다.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은 우리가 중국 시장의 세밀한 특성을 모르고 중국에 대한 이해(理解) 정도가 낮아도 가능했다. 하지만 소비재 시장, 즉 14억명의 내수(內需) 시장을 파고들려면 중국에 정통한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③중국 전문가 육성과 중국 理解
그는 “기업마다 20~30년 앞을 내다보고 중국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 장기 전략(長期 戰略)을 갖고 체계적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다면, 갖고 있던 시장 마저 점점 잃어버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자유로운 중국어 구사 능력은 기본이며, 중국 문화·습관·상거래·관행·현지 사정·대(對)정부 관계 등 중국 사정에 밝고 중국에 익숙한 전문가들이 없으면 절대 내수 시장을 뚫을 수 없다. 특히 총책임자의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깊어야 한다. 문제는 대기업에 조차 제대로 된 중국 전문가가 잘 없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중국 시장 진출에 관심있는 기업을 위해 추가 조언한다면?
“무엇보다도 사전에 철저한 시장 분석과 사업 환경 파악 등을 통해 중국 시장을 이해하고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확보해 철저하게 준비하길 당부드린다. 대충대충 준비해 중국 시장에 들어갔다가 철수하면 국가적으로나 기업 또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기술적 우위가 없는 기업은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 우리나라의 중국 연구 풍토와 수준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축적된 중국 연구’가 별로 없다.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기초 연구나 응용 연구 없이 금방 효과나는 상품 연구에만 매달리는 꼴이다. ‘피크 차이나’ 담론에 대해서도 미국, 일본은 오랜 자료와 관점 축적을 통해 독자적인 심층(深層) 연구와 결과물을 내놓지만, 한국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피상(皮相)적 연구에 머물고 있다. 미국, 일본의 중국 연구 수준을 10으로 본다면 우리는 5~6 정도 아닐지…. 중국 연구를 하려면 중국 아닌 미국, 일본에 가라고 할 만큼, 두 나라의 중국 연구 수준은 높다.”
◇중국에서도 善戰해야 진짜 ‘글로벌 넘버 원’
- 힘들고 복잡한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미국·서방 시장에 한국이 역량을 집중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중국 내수 시장을 포기하면 더 강해진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까지 장악한다. 즉 중국 시장에서 밀리면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마저 빼앗긴다는 말이다. 더 강해질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수 시장에 들어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우리 몫을 따내야 한다. 자유민주 국제 진영에서 잘 나가고 중국 시장에서도 선전(善戰)할 때, 우리 기업은 각각 진짜 글로벌 넘버 원이 될 수 있다.”
그는 “파괴적 혁신을 거듭하는 중국에 제대로 대응 못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대 첨단 제조국가로 변신한 중국에 기생(寄生)하며 휘둘리는 2~3류 국가 신세가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대한민국(大韓民國)은 21세기에 또다시 자주독립이 위협받고 국가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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