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작업장, 아빠 양조장 이어받은 딸 아들, 강화도를 '핫플'로 만들었다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4. 8. 11. 0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흥 여행지로 뜨는 도레도레빌리지·금풍양조장
오랜 시간에 요즘 감성 한 스푼 더해
유럽 수국으로 가득한 도레도레 빌리지ⓒ News1 윤슬빈 기자

(인천=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강화도가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2세, 3세 자녀가 만들어 낸 카페와 양조장이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기 때문이다.

외관만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곳들이 아니다. 적게는 20년, 많게는 10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만들어 낸 콘텐츠에 젊은 감각의 '남다른 감성'의 더해지면서 대체할 수 없는 공간들을 만들어 냈다.

샤스타 데이지가 만개한 마호가니 커피(도레컴퍼니 제공)

◇ 부모님이 만든 정원을 MZ세대 핫플레이스로

"어머니 작업실 1층에 세 들어 카페를 오픈한 게 첫 시작이었죠."

강화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하도면은 한 카페로 인해 하루 5000~7000명이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김경하 도레컴퍼니 대표(39)가 만들어 낸 카페촌 '도레도레 빌리지' 이야기다. 김 대표는 부모님이 은퇴 후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마련한 부지에 '도레도레 강화점'을 시작으로 '마호가니', '셀 로스터스' 3개의 카페 브랜드를 연다.

이곳이 유명해진 데엔 MZ세대 사이에서 '힙'하기로 잘 알려진 세 개의 카페 브랜드가 모여 있다는 것은 물론, '인증샷' 찍기 좋은 곳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인천시로부터 2022년 건축대상을 받은 셀 로스터스 2층ⓒ News1 윤슬빈 기자
김경하 도레컴퍼니와 10년 지기 친구인 배우 최다니엘이 셀 로스터스를 방문해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건물을 보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도레도레 빌리지 대지면적은 약 6356㎡(1922평). 뒤로는 마니산,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지며 5~6월이면 일명 '계란 프라이꽃'이라고 불리는 '샤스타 데이지'가 7~10월엔 뭉게구름을 닮은 '유럽수국'이 군락을 이룬다. 그야말로 봄부터 가을까지 온통 하얀 꽃 세상이다.

이에 더해 유수의 건축상을 받은 건축물까지 어우러져 사진을 안 찍으려야 안찍을 수 없는 풍경을 갖게 된다.

건물은 총 4개. 세 개의 카페와 프라이빗 공간으로 구분된다. 이중 도레도레 강화점과 셀 로스터스가 각각 인천시로부터 2014년 건축문화상, 2022년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모두 구영민 건축가 작품이다. 셀 로스터스 1층엔 미니어처로 건축물로 볼 수 있다.

김경하 도레컴퍼니 대표ⓒ News1 윤슬빈 기자

김경하 대표는 "건축을 전공하신 아버지와 인테리어에 조예가 있는 어머니, 사진을 전공한 남동생, 식음료(F&B) 하는 저까지 각자 잘하는 것을 꾸며 놓은 것"이라며 "샤스타데이지와 수국을 10년, 20년 전부터 부모님이 직접 심고 키우셨다"고 말했다.

특히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은 수국은 김 대표의 부모님들이 직접 전국 각지를 돌면서 수국을 100그루, 200그루씩 심으면서 지금의 군락을 이룬 것이다.

김 대표는 "도레도레빌리지의 경쟁력은 결국 '시간'인 것 같다"며 "자연은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더 좋아지지 덜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심 있게 애정을 담아서 20년 가꾼 정원을 다른 곳에서 따라 할 수 없다"며 "이곳엔 저희 가족의 시간이 녹아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향후 도레도레빌리지에 스마트팜과 스테이(숙소)도 들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인구 소멸 위기에 극복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유이다.

금풍양조장을 방문한 최다니엘과 양조장 지킴이 금풍이ⓒ News1 윤슬빈 기자

◇ 전직 마케터가 이은 100년 양조장

100년 된 작은 양조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세대들이 찾아가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전등사 인근 길상면 온수리에 3대째 이어온 '금풍양조장'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이 건축물대장에 등재된 시기는 1931년. 운영 시기는 그 이전일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49)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2020년부터 양조장을 맡게 된다. 양 대표의 할아버지는 1969년에 이 양조장을 인수했다.

체험장으로 이뤄진 2층ⓒ News1 윤슬빈 기자

단지 술을 만드는 목적이었던 양조장은 전직 마케터 출신인 양 대표의 손길에 거쳐 문화콘텐츠가 살아 있는 공간이 되었다.

양 대표는 먼저, 오랜 역사를 장점으로 살려 외관을 그대로 두면서 매장 안은 레트로 감성을 입힌다. 양조장은 생겼을 당시에 사용했던 우물뿐만 아니라 누룩을 보관했던 공간까지 그대로 유지하며 100년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100년 전통의 막걸리에 스토리텔링을 담고 각종 굿즈와 막걸리 빚기 등 체험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막걸리의 도수는 양 대표의 할아버지 양조장을 인수한 연도의 상징이 담겨 있다.

양 대표의 세심한 노력 결과, 금풍양조장은 2022년에 인천시 시도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되고 인천시 최초로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됐다.

막걸리 시음을 해볼 수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양태석 대표가 개발한 금풍 컵막걸리 키트ⓒ News1 윤슬빈 기자

금풍막걸리는 강화도 쌀을 사용한 무감미료의 비건 막걸리이다.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제조 및 가공 등 여러 단계에서 심사 과정을 거쳐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비건 인증을 부여받았다.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49)는 "현재 막걸리는 매장에 유통하고 있지 않아서 매장에 오셔야만 드실 수 있다"며 "한 달에 한 2000~3000병 정도 팔리는데 이를 많이 늘리려는 계획은 현재까진 없다"고 했다.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 News1 윤슬빈 기자
2층 나무 기둥에 새겨진 금풍양조장 주소 ⓒ News1 윤슬빈 기자

금풍양조장은 온수리 길상면에 있다. 양 대표는 길상(吉祥)이라는 지역브랜드를 남다른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

양조장 2층엔 양조장 주소를 새긴 나무 기둥이 하나 있다. 양 대표는 이 기둥을 만져보라고 권하며 "예전에 전등사 큰스님이 오셔서 '운수가 날 조짐, 경사가 날 조짐'이라는 길상의 의미를 알려주셨다"며 "저는 이 양조장을 찾는 분들이 좋은 기운을 받아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양조장의 또 다른 명물은 금풍이. 2021년 양조장 앞에 있던 강아지를 양 대표 아버지가 데려왔고 그 뒤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한 가족이 됐다. 방문객들은 입구에 나와 있는 귀여운 얼굴로 앉아 있는 금풍이를 보고 홀리듯 양조장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매장 안엔 금풍이를 닮은 술잔도 판매한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