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오르자 식당들도 '가격 인상'…탈퇴 움직임도
타사와 동일 가격 '최혜 대우' 요구에도 업주들 불만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배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지난 9일 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9.8%로 기존보다 3%포인트 인상하자 일부 외식업주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을 이용하는 점주들은 최근 음식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배민을 보이콧하는 식으로 수수료율 인상에 대처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배달 전문 카페 점주는 "1만원 초반대인 샌드위치, 커피 한 세트 팔아 1천∼2천원 남기는 우리 같은 배달 전문점은 가격을 안 올리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뉴 가격을 500∼1천원씩 올리고, 최소 주문 가격도 상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주류를 제외한 모든 메뉴 가격을 1천원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중국집 점주도 "수수료율 인상에 대응해 9일부터 짜장면 가격을 7천원에서 8천원으로 올렸다"고 전했다.
일부 점주는 '가격 현실화의 날'을 정하고 음식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이다.
김영명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모임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적절한 이윤이 남는 수준으로 음식 가격 현실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건당 수수료를 내야 하는 정률형 수수료 요금제인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쿠팡이츠, 요기요와 정액형 수수료 요금제이거나 수수료가 낮은 배민 가게배달, 땡겨요, 지역공공배달앱과 가격 차등 적용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지를 올리고 점주들의 참여를 유도 중이다.
배민을 보이콧하는 움직임도 있다.
경기도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배달앱 수수료 때문에 메뉴 가격을 올리고 싶지는 않고, 수수료를 많이 내면서 장사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며 "추이를 지켜보다가 배민을 탈퇴하고 다른 배달앱과 홀 장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후생이란 미명 하에 성장 파트너인 소상공인에게 눈과 귀를 닫고 성을 쌓아가는 배민의 배신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울산 소상공인들은 배민을 탈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치킨집 업주는 "더 이상 배민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이번에 (상생협의체로) 타협해도 끝도 없이 나빠질 게 보인다"며 "요기요, 땡겨요로 가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점주들 사이에선 배달 플랫폼의 '최혜 대우' 요구에 대한 불만도 많다.
그간 배민과 쿠팡이츠는 음식 가격, 할인 행사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해왔다.
가령 배민은 점주가 배민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과 다른 앱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을 일치시켜야 '배민1플러스 가게'로 선정된다고 공지했다.
배달비 무료 혜택을 받는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 이용자의 주문을 받으려면 배민1플러스 가게로 선정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점주는 음식 가격을 다른 배달앱보다 비싸지 않게 설정해야 한다. 최소 주문 금액도 다른 배달앱보다 높으면 안 되고, 할인 혜택도 동일한 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로 점주가 '와우 멤버십' 구독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선 이 같은 최혜 대우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기요는 최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한 점주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배달앱에서 음식을 저렴하게 팔고 싶어도, 이런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같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 배달앱 관계자는 "점주가 배달앱이 제공하는 홍보 효과, 할인 행사 등 이점만 취하고 음식 가격은 다른 앱보다 높게 받는 등 반칙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등은 배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수수료를 매겼으며 업주의 배달비 결정권을 빼앗고 최혜 대우를 요구하는 등 경영간섭 행위를 했다며 지난 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자영업자 단체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오는 22일 대통령실 혹은 배민 본사 앞에서 배달앱 규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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