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내일 취임…'1호' 경찰청장·민주경찰의 당부

김민수 기자 2024. 8.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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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의 경찰본색]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 김구
밀정 처단에 임시정부 보호 임무…교민사회 치안 활동

[편집자주] 영화 '영웅본색'의 팬 사회부 사건팀 김민수 기자가 '경찰 본색'을 연재합니다. 본색이란 본디의 생깔이나 정체, 특색을 말합니다. '경찰 본색'은 범인을 잡고 시민을 지키고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경찰다움'을 의미합니다. 내년 창설 80주년을 맞는 경찰의 역사에서 경찰다운 '본색'이 드러난 결정적 순간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국립경찰박물관에 전시된 김구의 약력. 김구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임명됐으며, 1932년에는 '의경대장'을 맡기도 했다. 2024.07.21/뉴스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조지호 서울경찰청장(56·경찰대 6기)이 오는 12일 경찰청장의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1991년 7월 31일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이 분리돼 출범한 후 24번째로 취임하는 경찰청장이다. 당시 경찰청이 내무부 외청으로 독립한 것은 신군부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는 국민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 독립 후 초대 경찰청장은 김원환 씨였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도, 학계에서도 '1호 경찰청장'으로 불리는 상징적인 인물이 따로 있다. 우리에게는 독립운동가로 잘 알려진 위인이다. 바로 백범 김구 선생(1876년 8월 29일~1949년 6월 26일)이다.

◇"임시정부의 문지기"…초대 경무국장 맡은 이 남성

"나는 안 내무총장(안창호)에게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보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1919년 8월, 마흔 네살이었던 김구의 말이다. 안창호는 김구의 청원을 국무회의에 제출했다. 그 결과 김구는 1919년 8월 12일 임시정부 경무국장으로 임명됐다. 지금으로 치면 경무국장은 '경찰청장'이었다. 임시정부가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주공화제이므로, 김구는 1호 민주경찰이라 할 수 있다.

경무국 사무실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 마련됐다. 청사 1층에는 내무부 부서가 자리했고, 2층 복도 한쪽엔 경무국 소속 경호원 20명이 정복으로 근무했다. 김구는 이들을 휘하에 두고 경무국 업무를 시작했다.

경무국은 지금의 경찰과 무엇이 같고 다를까. 경무국을 이해하려면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 시대상을 먼저 살펴야 한다.

경무국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임시정부 청사 보호였다. 안창호는 김구의 경무국장 임명 과정에서 "미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백악관만 수호하는 관리는 본 즉…정부 청사를 수호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요컨대 '미국에서 백악관만 지키는 관리가 있는 것처럼 경무국이 정부 청사를 지켜달라'는 요청이었다.

경무국은 임시정부나 교민단 등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와 집회 등의 안전을 유지하고 경비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192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신년축하회기념촬영' '안태국 장례식' 사진에 김구와 경호원이 자리한 모습은 경무국의 임무를 보여준다.

백범일지. (출처: 국가유산청)

◇"보통의 경찰 일 아니었다"…주요 업무는 밀정 처단

김구는 백범일지에서 "내가 맡은 경무국의 임무는 기성 국가에서 하는 보통 경찰행정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활동이었다는 의미다. 경무국은 일제가 보낸 밀정을 검거하는 한편 독립운동가가 변절하는 것을 감시했다. 이를 위해 경무국은 일본 영사관과 치열한 암투를 벌여야 했다.

김구는 "프랑스 조계 당국은 우리의 국정을 잘 알므로 일본 영사관에서 우리 동포의 체포를 요구해 올 때는 미리 우리에게 알려주어서 피하게 한 뒤에 일본 경관을 대동하고 빈집을 수사할 뿐이었다"고 백범일지에 적었다.

백범일지에는 경무국에서 독립운동을 방해하는 밀정을 처단한 사례가 기록돼 있다. 일제 밀정이었던 선우갑과 강린우를 추방하고, 일본 영사관 첩자인 김도순을 총살했으며, 독립운동가들을 독살하려던 황학선을 체포해 처형했다.

김구는 밀정 처단과 관련해 "혁명 시기이자 비상한 시기였던 만큼 일본 밀정 등 범죄자에 대해선 말로 타이르는 것이 아니면 사형이었다"고 적었다.

1925년 11월 1일자 독립신문 제3면 동포사회의 치안을 지키고, 일제밀정을 방지하는 임시정부 경찰(경무국)의 활약상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출처: 독립기념관·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교민사회 치안 유지…'가짜' 독립운동가 색출

경무국은 상하이 교민사회의 치안도 담당했다. '치안'이 주요 임무인 요즘 경찰과 가장 흡사한 모습이었다. 상하이에는 독립운동가를 사칭해 교민들에게 금전을 편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경무국은 이러한 '가짜' 독립운동가를 색출해 동포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했다.

경무국의 활약상은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 상해판'에 잘 드러나 있다. 상해판 독립신문의 1925년 11월 1일 자 제3면 '경무국방문기'에는 "민활하고 용감한 활동을 이어온 결과, 동포의 생명과 재산을 협박하던 '강도배'들은 그 그림자를 구경하지 못하게 됐다"고 쓰여 있다. 경무국의 치안 활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구는 1923년 내무총장으로 취임한 후 상해 대한교민단의 경찰조직인 의경대 설치도 추진했다. 1932년에는 교민단 단장과 의경대장을 겸하면서 교민사회의 질서유지와 반역자 교정·호구조사·풍기단속 등을 수행했다.

김구는 광복 후인 1947년 6월 경찰 잡지인 '민주 경찰' 창간호에 축사를 기고해 "사회혼란 극복의 노고를 치하하며 애국안민의 신 경찰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국립경찰 2주년을 맞아 '민주경찰' 1947년 10월호에는 "국민의 경종이 되소서"라는 축하 휘호를 선물했다.

김구 선생은 1947년 9월 26일 발행된 민주경찰 제4호(특호)에 ‘국민휘호 '국민의 경종이 되소서'를 선물했다(경찰대학 교수 이윤정 소장).

경종이란 잘못됐거나 위험한 일을 경계해 하는 주의나 충고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민의 경종이란 시민을 위한 '치안 예방 활동'으로 풀이된다.

12일 취임하는 조지호 청장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했던 경무국의 역사를 한 번쯤 되새기는 것이 어떨까. 공교롭게도, 105년 전 김구가 경무국장으로 임명된 날과 조 청장이 취임하는 날은 8월 12일로 같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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