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안 될 때가 있지 않나"…'7월 타율 0.154' 주춤했던 마황의 타격감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MD수원]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나만 더 잘하면 된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에이스' 찰리 반즈가 선발로 출격한 가운데 수비에 조금 더 초점을 둔 라인업을 꾸리면서 황성빈은 지난 7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경기 출발 과정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 황성빈은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KT 선발 조이현을 상대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 5회에도 좌익수 뜬공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경기 막판 황성빈의 장점과 재치가 대폭발했다. 롯데가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1사 1, 3루의 찬스가 황성빈 앞에 마련됐다. KT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투수를 우규민으로 바꾼 상황. 여기서 황성빈의 플레이가 빛났다. 황성빈은 우규민의 초구 114km 커브에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바운드가 크게 형성됐다. 이때 KT 우규민과 1루수 오재일이 모두 공을 잡기 위해 뛰어들면서 1루 베이스가 비는 상황이 비었다. 황성빈의 재치가 통하는 순간.
황성빈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1루 베이스에 안착했고, 이때 3루 주자였던 박승욱이 홈을 밟으면서 천금같은 적시타로 연결됐다.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으로 경기가 이어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황성빈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가 만들어낸 번트 적시타는 매우 컸다. 반대로 KT 우규민은 황성빈의 플레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황성빈은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다시 한번 안타를 뽑아내며 2안타 1타점을 기록, 롯데의 2-0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황성빈은 '유독 수원에서 임팩트 있는 경기들이 많이 나온다'는 말에 "오늘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1, 3루 찬스에서 사인은 강공이었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 강공을 하더라도 병살의 위험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쳐도 괜찮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타석에 들어서면서 (고)영민 코치님께 '기습번트를 대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3루 주자였던 (박)승욱이 형이 빠른 발을 갖고 있어서, 굴려 놓기만 한다면 홈으로 들어오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이 (안타가 돼) 조금 더 운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황성빈은 KT의 야수 위치까지 고려해서 기습번트 작전을 떠올렸다. 이는 당황한 KT 내야진의 움직임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투수와 1루수의 경우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뛰어들었으나, 2루수의 1루 백업이 늦었기 때문. 황성빈은 "야수 위치도 봤고, 상황 자체가 한 점을 내느냐, 못 내느냐가 중요했다. 안타를 쳐서 득점권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시그널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황성빈은 번트를 대자마자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박승욱이 바로 홈으로 들어오지 않아 당황했지 않느냐'는 물음에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그래도 들어오지 않았나. 첫 바운드가 컸던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황성빈은 무더위가 찾아온 7월 타격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선발보다는 백업으로 나서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해에 갑작스러운 부진이 당황스러울 법하지만, 8월이 된 후 다시 감을 끌어올리며 선발 출전을 향한 무력시위를 펼치는 중. '마황'은 "7월에는 성적이 많이 떨어졌는데, 뭘 해도 안 될 때가 있지 않나. '7월이 끝났다. 다시 가보자'는 마음을 먹기 위해서 7월이 빨리 끝나고 8월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황성빈은 롯데 라인업에서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황성빈의 존재 유무에 따라 롯데의 공격 패턴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 어느덧 황성빈은 40도루의 고지를 밟았다. 특히 이런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유한 황성빈이 출루하게 될 경우 10일 경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변수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마황도 자신이 잘했을 때 팀이 많이 이긴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솔직히 타격감 유지는 어떤 선수에게 물어보더라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매 경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쏟아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선발로 뛸 때 나만 잘하면 우리팀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출루가 곧 득점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금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팀 선수들이 워낙 좋지 않나. (전)준우 선배님이 항상 잘 잡아주시기 때문에 나만 더 잘하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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