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만 10년째'… 업황 어려워진 저축은행, 장수 CEO 대세됐다
저축은행 업계 장수 CEO들이 눈길을 끈다.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변화 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에 방점을 찍으면서 5년 이상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공격적인 영업과 디지털 전환 등으로 경영 성과를 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1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자산 기준 10위(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BS저축은행) 저축은행 가운데 5년 이상 장수 CEO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OK‧웰컴‧페퍼 저축은행 등 세 곳이다. SBI‧애큐온‧신한저축은행 대표들도 연임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는 지난달 5연임에 성공했다. 정 대표가 이번 임기를 다 채우게 되면 지난 2016년부터 10년간 OK저축은행을 이끌게 된다.
정 대표는 OK저축은행을 업계 2위로 성장시키면서 1위인 SBI저축은행과의 자산규모 차는 줄이고 3위인 한국투자저축은행과의 격차는 키웠다. 올해 1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자산은 13조8000억원으로 정 대표 취임 직후인 2016년 9월말 기준 3조4000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부터 저축은행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OK저축은행이 ‘적자 충격’을 피한 것도 정 대표의 경영 능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OK저축은행은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지분 투자다. 충당금 확대 등 이슈에도 지분 투자 수익이 이를 상쇄하면서 흑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2017년부터 웰컴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디지털전환, 마이데이터 산업 진출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것이 김 대표의 성과다.
‘웰컴디지털뱅크’를 앞세운 모바일‧비대면 전환은 업계에서 단연 선두로 꼽힌다. 금융플랫폼인 지난 2018년 웰컴디지털뱅크를 내놓은 이후 금융플랫폼으로서 진화를 거듭해 회원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21년엔 저축은행업계 최초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획득해 다음해 웰컴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실적도 좋아졌다. 웰컴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017년 350억원에서 지난 2022년 936억원까지 성장했다.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는 2013년부터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을 단숨에 상위 저축은행으로 끌어올리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2015년까지 업계 중하위권에 머물던 페퍼저축은행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폭풍성장을 보여줬다.
2019년 연간 133억 흑자 전환 이후 2021년 순이익 81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5위까지 껑충 뛰어 올랐다. 이는 공격적인 여‧수신 전략을 펼친 덕분이다. 비대면 대출을 늘리고 중금리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개인 대출 시장을 공략했고 높은 수신금리를 내세운 특판 마케팅에도 적극 나섰다.
이후 조달금리 상승, 여신 출혈 경쟁의 후폭풍으로 수익이 급감한데 겹쳐 중금리 대출 부실이 커지면서 신용등급 강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건전성 관리와 수익 회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SBI‧신한‧애큐온저축은행 대표들도 연임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김문석 SBI대표는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고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역시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며 지난 2021년부터 3년째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한저축은행은 올해 2분기 기준 4대 지주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김정수 애큐온저축은행 대표도 최근 연임에 성공해 내년 7월까지 애큐온저축은행을 이끌게 됐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극적인 실적 개선에 성공해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41억원을 달성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반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월 5년만에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외형 성장을 이끈 권종로 전 대표에 이어 전찬우 대표이사를 신임 수장으로 선임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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