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후 삶의 질 위협하는 '이 암'…"로봇수술로 손실 최소"[인터뷰]

백영미 기자 2024. 8.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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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김상연 두경부암센터 교수 인터뷰
두경부암 조기발견 어렵고 5년 생존율 50%그쳐
구인두암 세계적 급증…로봇수술 치료효과 높여
수술수가 현실화·의료소송 부담 경감 등 대책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상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두경부암센터 교수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8.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두경부암은 먹고 말하고 숨쉬는 데 필요한 입·코·목·혀 등 30여 개 부위(뇌·안구 제외)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통칭한다.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5년 생존률이 50%로 보고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두경부암센터 김상연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서울 서초구 진료실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최근 두경부암 중 편도선, 목젖, 혀 뿌리 등 구강의 뒤쪽 목구멍 안쪽에 생기는 구인두암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면서 "구인두암의 80% 이상은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HPV) 감염이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두경부암 중 먹고 말하는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로봇 구인두암(편도암·설근부암) 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구인두암 로봇 수술은 얇은 로봇 팔로 좁은 입 안을 통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수술 범위를 좁히고 회복 기간을 줄여 수술 후 환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 기존 수술법과 동등한 치료 성적을 보여 구인두암에서는 표준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두경부암 환자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수술 후 말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구강을 통한 로봇 수술로 이런 기능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경부암은 암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지는 만큼 의료진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교수는 10년 넘게 쌓아온 풍부한 임상 경험, 꾸준한 연구, 동료와 환자들의 인정이라는 '삼박자'를 갖췄다.

김 교수는 지난달 유럽종양외과학회지에 조기 구강암 환자에서 로봇 림프절 절제술의 종양학적 안전성과 미용적 우수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연제상을 받은 같은 병원 같은 과 이오형 임상강사는 "김 교수의 지도 하에 좋은 결과를 공유하고 수상하게 됐다"며 공을 김 교수에게 돌렸다. 후두암에 걸린 외동딸이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자 이를 고맙게 여긴 아버지는 운명 전 그에게 편지를 남겼고, 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김 교수에게 손수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구인두암 의심 증상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구인두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무증상인 경우가 많죠. 임파선(림프절) 전이가 심해져 목에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상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두경부암센터 교수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8.05. jhope@newsis.com

-구인두암을 로봇 수술하면 기능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최소화할 수 있나요?

"과거 구인두암 수술 환자 중 절반 가량은 먹고 말하는 기능이 크게 저하돼 고형식 대신 평생 유동식을 드셔야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90% 이상 100% 가까이 일반 식이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고형 식이도 가능합니다. 구인두암의 절반 이상은 방사선 치료도 필요합니다. 보통 1,2기는 수술치료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3,4기는 추가 치료가 꼭 들어갑니다."

-구인두암의 또 다른 문제가 외모의 심한 변형인데요. 로봇 수술은 어떤 효과가 있나요?

"구인두암을 절제하면 목에도 흉터가 길게 남고 목의 여러 근육에 변형이 와 외관상 변형이 많아지는데요. 최근 최소침습수술인 로봇 수술은 기존 절제술에 비해 흉터가 덜 남고 목에 생기는 신경통증 같은 후유증과 육안상 변형이 많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적 부담(약 1000만 원)은 있습니다."

-구인두암에서 로봇 수술이 불가능한 병기가 있다면요.

"보통 편도선, 혀의 뿌리 부분인 설기저부에 생기는 구인두암을 타깃으로 로봇 수술이 이뤄지는데요. 3기 정도까지 로봇 수술이 가능합니다. 3기 같이 진행된 병기의 경우 항암 치료를 두 사이클 정도 하고 암의 크기를 줄인 상태에서 로봇 수술을 합니다. 4기는 수술 대신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하고요."

-재발한 두경부암은 완치가 더 어렵고, 치료 후 합병증도 많다고 하던데요. 이런 환자들의 경우 어떻게 치료하나요?

"전통적 항암치료 외에도 면역치료, 새로운 항암 치료제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구제 치료(완치를 목적으로 한 치료가 실패했거나 치료 중 재발한 환자에게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법)에 실패했을 때 세 번째 옵션으로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상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두경부암센터 교수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8.05. jhope@newsis.com

-최근에는 구인두암 외에도 하인두, 후두와 같이 몸 안의 좀 더 깊숙이 위치한 장기에 발생하는 암종에 있어서도 로봇 수술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하인두·후두암 로봇 수술은 기존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에 비해 시야 확보에 용이하고 손떨림이 없는 정교한 수술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유연한 입체 카메라의 움직임이 가능한 단일공(Single port) 로봇이 도입되면서 두경부의 심부 장기 수술에서도 점차 활용 빈도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경부외과도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 중 하나인데요. 수술 수가 현실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원발 부위 절제와 조직 재건을 포함한 두경부 수술에는 보통 10시간 이상 걸립니다. 인력이 4명 이상 장시간 투입되지만 수가는 재건 수술까지 다해도 갑상선 로봇 수술을 1~2시간 하는 것에 비해 절반 이상 낮습니다. 인력이 적은 상태에서 수가는 낮고 고난도 수술로 인한 의료 소송도 많다 보니 어려움이 있죠. 중환자는 입원 중 갑자기 기관 삽관한 튜브가 빠진다거나 큰 출혈이 발생하는 등 이벤트도 많아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했을 땐 당직을 서는 다른 과 동료·선배 의사 등이 의료 소송의 위험을 짊어지게 됩니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경부외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응급콜도 많고 익혀야 할 술기도 많지만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 보람이 있습니다. 고난도 수술이여서 하나의 허들을 넘으면 또 다른 허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배워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고요. 수술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긴 했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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