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식당 차지한 주문 키오스크·서빙 로봇… 사람 일자리는 어떻게 됐을까
태블릿 주문기, 판매·서빙 근로자 줄이고 조리사는 늘려
“푸드테크 기업에 특성화고·전문대 졸업자 일자리 알선해줘야”
요즘 음식점에 가면 사람인 종업원보다 디지털 기기와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입구에는 주문용 키오스크가 놓여 있고, 국밥집에서는 테이블에 놓인 태블릿이 주문을 받는다. 조리가 된 음식을 손님이 있는 테이블까지 옮겨다 주는 서빙 로봇도 있다.
‘이러다 식당에서 사람 일자리가 모두 사라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종류, 사람 일자리의 직군 등에 따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키오스크가 음식점에 도입된 이후 판매·서빙 근로자 고용이 11.5% 감소했다. 예상한 대로다. 반면 태블릿 주문기는 총고용을 5.9%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서빙 근로자는 줄었지만 조리원 채용은 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키오스크, 태블릿 주문기, 서빙 로봇을 제조하는 업체는 인력난을 겪고 있어 이 분야에서 고용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
◇키오스크, 판매·서빙 고용 줄여…20대에 타격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외식업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무인 주문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2017년에는 0.6%였으나 2017년에는 4.5%로 늘었다. 한식(2.7%), 중식(0.9%)은 낮았으나 일식(6.7%), 서양식(13.1%), 기타 외국식(15.2%)은 높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음식점에서 무인 주문기 사용이 늘자 최근 발간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음식점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에서 키오스크, 태블릿 주문기, 서빙 로봇의 도입과 음식점업 노동시장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서울 지역 음식점업·주점업 2000개 업체다. 이중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업체는 746곳(37.3%)이었다. 이 가운데 키오스크 도입 업체는 605곳(30.3%), 태블릿 주문기 도입 업체는 110곳(5.5%), 서빙로봇 도입 업체는 50곳(2.5%)으로 나타났다. 고용과 매출 영향은 2018~2023년에 걸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키오스크 도입은 조리사 고용에는 특별한 영향이 없었으나, 판매·서빙 직종 근로자 고용을 평균 11.5%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인력은 대부분 임시 일용직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 고용을 줄였고 30~50대 고용은 증가했다. 주로 카페에서 고용이 늘었다.
키오스크가 음식점에 들어온 뒤 서빙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6시간 늘었다. 일 하는 사람은 줄었지만 일 하는 시간은 늘어 서빙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5.2%만 감소했다.
태블릿 주문기도 판매·서빙 직종 근로자 고용을 7.6% 줄였다. 그러나 조리사 고용이 늘어 전체 근로자 수는 5.9% 늘었다. 태블릿 주문기를 도입하면 임시 일용직 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상용직 고용은 업체당 0.21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판매·서빙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1.82시간 줄었다.
태블릿 주문기 도입 후 월 평균 인건비는 9.0% 줄었고, 조리사 인건비는 5.2% 감소했다. 매출액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렌털 형태로 판매되는 태블릿 주문기 단가는 태블릿 1대당 1만5000~2만원으로, 음식점에 테이블이 보통 15~20개는 있으므로 렌털 비용은 월 30만~50만원 선이다.
서빙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음식을 가져오고 빈 그릇을 치우는 기기다. 고용정보원은 분석 결과 서빙 로봇은 고용량, 근로시간, 매출액 등에서 어떤 유의미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지만, 분석 대상 업체가 50곳에 불과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런 결과는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 판단과도 비슷하다. 고용정보원이 개최한 좌담회에서 키오스크 제조업체들은 기기 1대가 근로자 1~2명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결제와 정산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한 명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고, 야간 수당과 주휴 수당을 고려하면 비용은 2명분까지도 아낄 수 있다고 했다.
태블릿 주문기와 서빙 로봇 제조업체는 두 기기가 근로자를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태블릿 주문기·서빙 로봇 제조업체들은 음식점주들에게 제품을 팔 때 ‘근로자 업무 부담을 줄여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인터넷·전기 배선·기계 조작 모두 아는 인력 부족해 관리 차질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키오스크, 태블릿 주문기, 서빙 로봇을 제조하는 업체는 모두 인력난을 겪고 있다. 기기 수요가 늘어나 설치, 수리, 유지, 보수 분야 인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충분히 구인이 되지 못했다. 인터넷, 전기 배선, 기계 조작과 관련한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내부 교육을 받고 업무를 할 수 있지만, 이런 지식과 기술을 모두 가진 사람이 적다고 한다.
고용정보원은 “푸드테크 기기 제조업 노동 공급을 증가시켜야 한다”며 “특성화고와 전문대 졸업자에게 인턴십과 졸업 후 취업 연계 같은 근로 기회를 제공하거나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중고령 퇴직자의 일자리 알선 방안이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