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이제 'K-'파워의 시대...지속 가능성 고민해야"

김상희 기자 2024. 8.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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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인터뷰 - 김주희 동덕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김주희 동덕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사진제공=김주희 교수
세계 문화 산업의 핵심으로 떠 오른 K콘텐츠. 하지만 누군가는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콘텐츠의 앞에 'K-'를 붙이는 것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너무 많은 곳에 남발하면서 똑같이 'K-'를 붙이는 게 지겨워졌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더 이상 한국 콘텐츠라고 따로 구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우리의 문화 상품들이 글로벌화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플랫폼 산업과 혁신 생태계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김주희 동덕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는 이제 더 이상 'K-OOO' 등으로 K콘텐츠를 내세울 시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K-'는 대한민국 것임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프리미엄이 되는 'K파워'가 작동하는 시대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는 세계 최정상급 역량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에 대한 차별로 어렵고 힘들게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러한 차별이 없었다면 더 빠르게 뛰어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때와 다릅니다. 오히려 'K-'가 붙으면 더 경쟁력이 생기는 시대입니다. 그동안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던 세계가 큰 관심을 가지게 됐고 원래 한국 콘텐츠가 지니고 있던 경쟁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K 콘텐츠의 힘의 원천을 '공감'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에 대해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이 '떼창(관람객들이 콘서트에서 가수의 노래를 다 같이 따라 부르는 것)' 문화다.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은 한국을 찾았을 때 떼창을 보면서 감동을 느낀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공감 능력이 문화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영화, 문학, 책 등은 다른 문화권에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만큼 영화 산업이 발달한 프랑스는 할리우드 영화를 가볍다 느낍니다. 실제로 할리우드 영화는 정서적인 부분보다는 재미와 시각적 요소로 흥행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기생충, 미나리와 같은 영화는 한국적 정서인데 이러한 한국의 정서적 가치에 세계가 관심을 가집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단일민족으로 숱한 시련을 이겨내며 서로 공감하며 지냈습니다. 이런 공감 능력이 문화로 연결된 것이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IT 기술도 K 콘테츠의 글로벌화에 도움이 됐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연결이 핵심인 플랫폼 기술과 공감하는 문화가 시너지를 냈다는 것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가 가능했던 게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은 확산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잘 연결하고 전파하는 게 플랫폼인데 한국인이 이걸 잘합니다. 기업들의 플랫폼 서비스가 굉장히 고도화돼 있고, 고객 경험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기술적으로 접근하지만, 사실 플랫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연결과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입니다. 과거 문화 산업이 팬덤에 집중돼 있던 시절에는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야 팬들과 연결되고 교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플랫폼에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확산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과거 홍콩 영화, J팝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 그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과오를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최근 김 교수가 AI(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AI와 K콘텐츠, 한국의 문화 산업이 결합하면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지고 지속 가능하게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AI가 어떻게 유용할지 알아야 하는데 아직은 모르는 단계입니다. 먼저 기술이 나오면 그다음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이후 모방이 이뤄져야 합니다. 아직 AI 산업에서는 AI 리터러시(문해능력)가 없어 모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건 사람들이 언제 얼마나 성숙할지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평가를 하고 가치 판단을 해서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지금은 AI도 학습하듯이 사람도 AI에 대해 학습하는 시기입니다. 문화산업에서도 인간에게 유익하게 쓰는 방향을 찾아가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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