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방, 관세·고립 통한 中 대응 옳지 않아…상호 의존 구조 만들어야"

김상희 기자, 최성근 전문위원 2024. 8.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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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지난 4월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오토쇼에서 관람객들이 비야디(BYD) 부스에서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반보조금 조사에 이어 7월4일부터 중국산 전기자동차 수입에 최대 38%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2일 위협, 무역전쟁이 촉발될 위험이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2024.06.12. /사진=유세진

중국경제가 과잉 생산에 의존하고 자립적 경제 전략을 추구함에 따라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글로벌 무역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의 종위안 조 리우 중국 연구 담당 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중국 경제는 산업 생산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엄청난 과잉 생산과 부채를 초래했고 중국경제가 고립될수록 과잉 생산이 심화돼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과 경쟁을 방해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제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GDP)은 정부의 목표인 5%에 미달하고 있다. 소비지표는 위축됐으며 부동산 가격은 폭락해 최대 기업 중 일부는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리우 연구원은 중국경제가 이렇게 암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수십년 간 산업생산을 가장 최우선시했던 경제전략을 추진하면서 구조적인 과잉 생산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산업 정책은 원자재부터 배터리와 로봇 등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생산 시설에 대한 과잉 투자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중국 도시와 기업은 엄청난 부채 부담을 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리우 연구원은 "많은 부문에서 중국은 외국 시장이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그로 인해 중국경제는 가격 하락, 부실, 공장 폐쇄, 그리고 궁극적으로 일자리 손실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경제의 과잉 생산은 글로벌 시장에서 손익분기점 이하로 제품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는 지속불가능한 무역불균형을 야기하고 있으며 불공정한 무역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의 철강, 전기 자동차 및 기타 여러 상품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전 세계적인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우선 순위에 있는 기업들은 정치적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흔하다. 정부는 수요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오히려 생산 목표를 높였고 소비에 대해서는 거의 무시하다시피 했다.

리우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적 이점은 낮은 소비와 높은 저축률에서 비롯되며, 이는 국가 통제 은행 시스템이 기업으로 유입할 수 있는 자본을 생성한다. 이렇게 부풀려진 산업 기반은 생존을 위해 저렴한 자금 조달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업인들은 당의 이익에 긴밀히 구속되고 복종한다"고 말했다. 중국경제는 투자와 소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하지만 생산집약적 경제 정책 하에서 정치적 통제에 의존하기 때문에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구조적인 과잉 투자의 결과 제품 가격은 크게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거의 0에 가까워졌으며 심지어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 30%가 수익성 제로에 직면하고 있다. 그로 인해 민간 부채 상환비율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소비자 신뢰도가 추락해 국내 소비는 더욱 위축되면서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우 연구원은 "중국경제의 과잉생산 문제의 중심에는 중국의 산업 기반을 개발해야 하는 지방 정부에 부과된 부담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산업 정책은 지방 공무원에게 정책적 우선 순위가 높은 분야에 자본과 보조금을 할당하도록 돼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지방 간부들에게 빠른 성과에 대한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서 수익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우선 순위가 매겨진 분야에 대한 고도의 레버리지 투자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중국 인프라 투자의 30%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져 왔으며 이는 엄청난 산업 과잉 생산과 함께 천문학적 규모의 지방 정부 부채를 낳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총액은 최대 11조 달러에 달하고 이중 약 8000억 달러가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산업 정책을 제시할 때마다 지방정부의 중복투자는 불가피하게 국내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이나 제품 차별화보다는 가능한 빨리 생산을 늘려 경쟁자보다 더 낮은 가격에 생산을 함으로써 우위를 확보하는데 골몰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수요는 한정돼 있으며 해외 시장은 지정학적 불안과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고 수출대상지의 경기침체나 무역분쟁 등으로 수출 성장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은행 대출과 지방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해야 한다. 생산이 멈추면 현금 흐름도 중단되고 부채 상환도 어렵기 때문이다. 리우 연구원은 "기업은 과잉 재고가 늘어나면서 제품 가격을 낮추게 되고 결국 지방정부와 은행의 더 많은 지원에 의존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과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이들은 결국 신용 의무만 겨우 감당하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첨단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중국정부는 첨단 제조 및 전략적 기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은행시스템을 동원하고 우선 순위가 높은 부문을 지원하는 전담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속한 성과 도출이 용이한 로우엔드 기술과 제품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생산이 심화됐고 글로벌 시장에서 덤핑 판매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중국경제의 만성적인 과잉생산은 미국과 서방에 복잡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중국은 자본, 노동 및 에너지 비용을 부당하게 낮추면서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원가 이하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과 경쟁을 방해하고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회복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G7정상들은 중국의 비시장정책과 관행이 '유해한 과잉생산'으로 이어졌다고 경고했다. 또한 2023년 이후 베트남과 브라질 등은 중국에 대한 반덤핑 또는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으며, 브라질, 멕시코, 터키, 미국, 유럽 연합은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이 중국의 과잉생산과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리우 연구원은 주장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중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응했다. 동시에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미국내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경제가 가진 문제들을 미국이 그대로 답습하게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이점을 제한하는데 집착해 오히려 기술 혁신이나 시장의 선택과 자유, 자본의 집중적인 사용 등 미국이 가진 장점을 사장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경제는 미국과의 경제적,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국민과 자원을 동원해 중국 주변에 기술적, 재정적 장벽을 쌓고 자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리우 연구원은 "미국의 다음 행정부는 동맹을 육성하고, 손상된 다자간 기관을 복구하며, 고립과 자립에서 벗어날 새로운 상호 의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의 전문가와 엘리트들도 중국이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 시스템에 통합되는 것이 배제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 전쟁을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중국은 과잉생산을 더욱 강화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이나 서방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최성근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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