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줄인상 불가피"...변수는 불안한 '물가'
올해 상반기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가스공사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이들 공기업이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재무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하반기엔 요금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1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늦어도 올해 4분기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물가가 변수다. 추석 이후 국내 물가 상황을 고려해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 차례 요금 인상과 연료 가격 안정화로 4개 분기 연속 흑자가 발생했지만 분기별 영업이익 규모는 감소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2분기 928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3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8조4497억원 감소한 41조2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감소했다.
한전의 누적 적자는 재무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부터 현재까지 41조867억원으로 한 해 이자비용만 4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 기준 부채 총액 또한 △2020년 132조5000억원 △2021년 145조8000억원 △2022년 192조8000억원 △2023년 202조4500억 원 등 200조 원대까지 늘어났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중동 분쟁이 지속되고 고환율 등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증가가 예상되므로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자구노력을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하고 전력구입비 절감 등 전기요금 원가 감축을 통한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스공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387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74.8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6602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808.11% 증가했다. 가스공사의 상반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돈 것으로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비용이 해소되는 등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다만 가스공사의 미수금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2분기 민수용 미수금은 1분기 대비 2000억원이 추가로 늘면서 13조7000억원이 됐다. 발전용 미수금까지 합하면 15조3645억원에 달한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되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장부상으로는 자산으로 분류돼 흑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업 손실이다.
정부는 가스공사의 재무상황 개선을 위해 8월부터 가스요금을 인상했지만 원가 미만 소비자 가격인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원가 회수율이 90%대로 여전히 미수금이 쌓이는 구조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8월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원료비 요금이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고 있어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나와 "하절기가 지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전기요금 정상화 수준과 적절한 시점을 협의해 하반기에 (요금 정상화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스공사도 한전과 마찬가지로 재무구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스요금 인상 효과와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문제들, 기타 산업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계속 (가스요금을) 현실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물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석유류는 8.4% 올라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휘발유가 7.9% 올랐고 경유도 10.5% 상승했다.
농산물 물가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5.5% 올랐고 농산물만 보면 9.0%로 상승폭이 더 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3배가 넘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피살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 등 물가불안 요인이 많다. 이런 분위기가 하반기에 계속 이어진다면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요금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정상화는 정부에서도 수년째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면서도 "국민들의 가계경제를 챙겨야하는 상황에서 물가는 중요한 변수다. 결국 물가 상황을 보고 적절한 (요금인상) 시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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