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려온 벤츠, 전기차 화재로 '휘청'…수입차 전반 긴장
불 난 EQE 모델은 중고차 매물 급증
중국 배터리 불신에 정부, 업계와 배터리 정보 공개 논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올 들어 경쟁력 높은 신차를 내놓으며 순항의 흐름을 이어왔는데, 대규모 피해를 낳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수입차 판매 1위 왕좌를 탈환하려던 포부가 가라앉게 된 건 물론이고 이미지 실추 우려가 나온다.
벤츠 전기차 중고 매물로 쏟아져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은 결국 벤츠 전기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한 중고차 판매 관계자는 "결함이나 화재 같은 이슈로 중고차 시장에 매물이 나왔다는 자체가 이미 해당 모델을 기피하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신차 계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벤츠로서는 초유의 위기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전기차 EQE 모델이지만, 다른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벤츠의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노심초사하는 기류다. 올초 인기 모델인 E클래스 완전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총 9개 차량을 시장에 출시해 입지를 한층 더 견고히 하려던 터라 더욱 맥이 빠지는 상황이다.
앞서 7월까지만 해도 벤츠의 매출은 순조로웠다. BMW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4월과 6월에는 벤츠가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면서 여전한 저력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특히 벤츠의 최고급 브랜드인 마이바흐가 국내에 첫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벤츠의 기술력에 바탕을 둔 전동화 모델의 선전을 한껏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전기차 화재로 벤츠의 목표는 이제 왕좌 탈환이 아닌 위기 극복으로 바뀐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가 이번 전기차 화재 이슈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며 "주행거리나 충전 속도 등 전기차의 다른 기능보다는 화재 예방 기능에 벤츠의 기술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2억5천 마이바흐도…수입 전기차 절반 중국산 배터리
화재가 난 차량은 벤츠이지만, 그 여파가 벤츠에만 국한되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산 배터리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가 수입차 시장 전체에 번질 수 있어서다. 사고 이후 불이 난 벤츠 EQE에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으로 밝혀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향한 불신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노심초사하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다. 벤츠뿐만 아니라 상당수 수입 전기차 모델들이 현재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수입 전기차 40개 모델 중에 19개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고가 약 2억5천만원인 전기차 마이바흐 EQS SUV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한다.
시장 안팎에서는 전기차를 둘러싼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도 배터리 정보 공개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현재로서는 수억원대 차량에 검증되지 않은 저가의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깜깜이' 상태다.
정부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이같은 '깜깜이'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오는 13일 국내 완성차·수입차 업체와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고 배터리 정보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청취하기로 했다. 회의에는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를 포함해 벤츠코리아·BMW코리아·폭스바겐코리아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가 참석한다.
한편 벤츠 코리아는 지난 9일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을 찾아 주민 대표를 만나고 피해를 본 이들에게 45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아직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상 생활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결정했다고 벤츠 코리아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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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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