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2m31' 스마일점퍼 우상혁, 2m27로 7위 마감, 한국 육상 트랙&필드 첫 메달 도전 '끝내 실패'[올림픽]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의 메달 도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우상혁은 1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을 기록했다. 우상혁은 세번의 시도에도 끝내 2m31을 넘지 못하며 7위로 파리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첫 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앞서 한국 육상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황영조가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이봉주가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모두 도로종목인 마라톤이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에 나섰던 우상혁은 2m26에 머물며 예선 탈락했다. 당시에도 기준 높이가 2m29였다. 직전 도쿄 대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 2m28를 뛰며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트랙&필드 선수로는 25년만에 올림픽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선에서 2m3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한국 트랙&필드 역사상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다.
우상혁은 앞서 7일 열린 예선전에서 2m27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결선행을 확정지었다. 2m27를 넘은 선수가 우상혁을 포함 5명 밖에 되지 않았다. 예선은 2m29를 넘는 선수는 모두 결선에 나서고, 2m29를 넘지 못한 선수들 중 순위를 가려 결선행을 결정했다. 우상혁은 2m15, 2m20, 2m24에 걸린 바를 모두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넘었다. 2m27은 1차 시기에서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서 바를 넘으며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2m27 1차 시기 실패도 우상혁 바로 앞 차례였던 '현역 최고의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종아리 근육 경련을 호소하는 장면을 보며 위축된 탓이었다. 우상혁은 이날 "올 시즌 들어 최고의 점프"라고 스스로 이야기할 정도로 좋은 기량을 과시했다. 3위로 예선을 마쳤다. 결선에 오른 우상혁은 올림픽 2회 연속 결선행에 성공한 최초의 한국인 트랙&필드 선수가 됐다.
"이왕 뛰는거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 애국가 한번 울려보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우상혁은 결선 무대에 섰다. 경기 시작 전 강력한 '메달 라이벌'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탬베리는 지난 도쿄 대회에서 바르심과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고, 지난 유럽선수권대회서 올 시즌 최고 기록인 2m37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탬베리는 경기에 나섰지만, 웜업 장면에서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을 여러차례 보였다.
특유의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입장한 우상혁은 1번 주자로 나섰다. 첫 시도라는 부담감에도 우상혁은 2m17을 가볍게 넘었다. 바르심과 탬베리는 2m17을 건너 뛰었다. 2번째 2m22. 우상혁은 한번에 뛰어넘었다. 여유롭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우상혁은 누워 휴식을 취했다. 바르심, 셸비 매큐언(미국), 해미시 커(뉴질랜드) 등 우승후보들이 무난히 이 높이를 넘은 가운데 탬베리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세번째 시도 끝에 가까스로 넘었다.
2m27이 첫번째 고비였다. 우상혁은 첫 시기에서 이날 처음으로 바를 건드렸다. 우상혁은 예선 때도 2m27 첫 시기에 실패를 한 바 있다. 두번 실패는 없었다. 예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두번째 시도에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탬베리는 예선과 마찬가지로 이 높이를 넘는데 실패하며 탈락했다. 얀 스테펠라(체코), 로메인 벡포드(자메이카)도 2m27에서 짐을 쌌다.
이제부터 진검승부였다. 우상혁이 가장 먼저 2m31에 도전했다. 아쉽게 1차 시기는 실패였다. 2차 시기 역시 넘지 못했다. 바르심과 매큐언, 로이치 아카마츠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도 이 높이에서 고전했다. 운명의 마지막 시기, 우상혁은 끝내 실패했다. 그래도 활짝 웃었다.
우상혁은 올림픽 메달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다. 도쿄 대회 후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 등 한국 육상 최초의 이정표를 연속해서 세운 우상혁의 시선은 오로지 파리올림픽만을 향했다. 우상혁은 "지난 3년 동안의 훈련과 경기 출전은 모두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준비"라고 했다. "높이뛰기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1㎝라도 더 높이 뛰고 싶다"는 열망으로 삭발도 했다. 군인 신분으로 출전했던 도쿄 대회 때보다 머리카락이 더 짧았다.
우상혁은 파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3월부터 4월까지 홍콩에서 훈련을 한 우상혁은 5~6월 실전에 주력했다. 경북 예천에서 제52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카타르 도하에서 왓 그래비티 챌린지, 일본 도쿄에서 세이코 골든 그랑프리,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 국제육상선수권대회를 치렀다. 부침이 있는 성적이었지만 과정이었던만큼, 개의치 않았다. 모든 대회를 마친 후 국내에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스피드를 올리고, 웨이트를 하는데 주력했다. 6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던 기분 좋은 장소, 체코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 후, 결전지인 파리로 입성했다. 그는 난달 14일에 파리 외곽 퐁텐블로의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차려진 대한민국 선수단 사전 캠프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으로 들어가 3주 동안 훈련에 매진한 후 4일 선수촌에 합류했다. "빨리 경기가 시작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다.
하지만 역시 올림픽 메달의 벽은 높았다. 3년 간 피와 땀을 흘리며 올림픽만을 준비했지만,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가장 높이 날아오르겠다"는 우상혁의 꿈도 날아갔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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