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스푼] 전기차 배터리 '열 폭주' 원인 찾았다...음극 코팅으로 억제 가능
[앵커]
최근 잇따라 일어난 전기차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차는 한번 불이 나면 순식간에 1,000도까지 올라가는 열 폭주가 일어나는데요.
지금까지는 배터리 내부에서의 구체적인 열 폭주 과정을 알지 못했는데, 국내 연구진이 원인 규명은 물론 열 폭주를 억제할 방법까지 찾아냈습니다.
취재에 양훼영 기자입니다.
[기자]
주차된 자동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불길이 솟구칩니다.
진화 중인 전기차 밑 부분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되살아납니다.
전기차는 불이 나면 배터리 온도가 순식간에 1,000도까지 치솟는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나는데, 어떤 과정으로 열 폭주가 악화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낮은 온도에서부터 급격히 열 폭주 반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내부 미세구조까지 볼 수 있는 방사광 가속기 기반의 X선 회절 기법을 자체 개발해 배터리 셀 내부의 화학반응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배터리 내부에 열이 오르기 시작할 때 음극에서 나온 가연성 기체인 에틸렌 기체가 양극으로 이동해 산소 발생을 촉진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소는 다시 음극에서 에틸렌 기체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이 과정이 반복됩니다.
자가증폭루프로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음극의 리튬과 반응하면서 순식간에 온도가 치솟는 열 폭주가 일어나는 겁니다.
[조수근 / 포항가속기연구소 연구원(제1저자) : 일반적인 X선보다 10만 배 정도 강한 포항 방사광 가속기 X선 분석법을 활용했고요. 열 폭주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특수 배터리 셀을 만들어서 급격한 온도상승을 야기하는 자기증폭루프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연구팀은 열 폭주 현상의 원리를 찾은 데 이어 열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기존 흑연 음극재를 산화알루미늄으로 코팅하면, 셀 내부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도 음극재와의 반응을 막아 열 폭주 현상이 80% 정도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임종우 / 서울대 화학부 교수 : (이번 연구로) 체계적으로 열 폭주를 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연구를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이해하게 되면 열 폭주를 억제할 수 있는 코팅이나 억제할 수 있는 화학반응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번 연구결과가 배터리 열 폭주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만큼 억제 기술이나 코팅 물질 개발 등을 통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해결하는 새로운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영상취재 : 황유민
디자인 : 임샛별
YTN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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