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훈련 강도가 두 배"…'불혹' 비보이 김홍열의 파리 도전기
체력 한계 극복하고자 했지만…결국 조별리그서 고배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조별리그에서 발길을 멈춘 비보이 '레전드' 김홍열(Hongten·도봉구청)은 불혹이라는 한계를 불굴의 노력으로 넘고자 했다.
김홍열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남자부 조별리그 C조에서 조 3위에 그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1984년 12월생으로 곧 나이 마흔이 되는 김홍열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비보이 16명 중 최고령이다.
브레이킹 선수로는 '할아버지뻘'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최연소 비보이인 '16세' 호주의 제프리 던(J Attack)과는 무려 23살 차다.
브레이킹 종목은 무작위로 재생되는 음악에 맞춰 조별리그는 2분, 토너먼트는 약 3분 동안 기계체조와 비슷한 각종 고난도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게다가 올림픽에서는 16강 라운드로빈 세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하루에 열린다.
근력과 심폐지구력, 유연성 등을 필요로 하는 종목 특성상 체력 문제에 늘 부딪힐 수밖에 없다.
새파랗게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김홍열은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그의 훈련 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정형식 브레이킹 대표팀 감독은 김홍열에 대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다. 훈련 강도가 다른 선수들의 두 배 정도는 된다"며 "저녁에는 훈련을 덜 하도록, 그만하도록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트레이닝 기간, 브레이킹 대표팀은 오전에 1시간 30분가량 웨이트를 하며 체력을 다진 뒤 오후에는 3∼4시간가량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저녁에는 각자 체력, 기술 등 보강 훈련을 했다.
김홍열은 오전 대표팀 공식 훈련이 시작되기 전 러닝 등 자기만의 개별 훈련을 먼저 소화하고, 오후 개인 훈련 세션에서는 휴식도 뒤로한 채 끊임없이 몸을 움직인다. 저녁 자유 시간 역시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다.
김홍열과 도봉구청에서 한솥밥을 먹는 비걸 권성희(Starry)는 "홍열 오빠는 체력이 원래 좋은 것인지, 아니면 체력이 떨어지는 걸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맹연습하며 훈련 시간을 꽉 채운다"고 말했다.
특히 '마음먹은 날'에는 '나 홀로 무제한 배틀'을 한다.
정형식 감독은 "김홍열은 실제 배틀처럼 50초∼1분짜리 라운드를 한 차례 소화하고 난 뒤 상대 선수 차례가 있는 것처럼 40초 간격을 두고 다시 자신의 무브를 가져가기를 거의 2시간 동안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웨이트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한 정 감독은 "대표팀 훈련과는 별개로 김홍열 본인이 20년 넘게 갖고 있던 루틴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훈련해야 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살이 쭉쭉 빠지는 것도 당연했다.
김홍열은 지난달 올림픽 퀄리파이어 시리즈(OQS) 2차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헝가리로 출국하기에 앞서 "나름 잘 먹는 것 같은데 체중이 줄더라"라며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옥 훈련'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피곤함'을 느껴 선수촌 내 메디컬 센터를 방문해 의료진에게 증상을 얘기하니 "그게 바로 탈진"이라며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한때 채식에 도전했던 김홍열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다 잘 먹기'로 했다.
정 감독은 "초반엔 본인의 식단을 고수했지만, 훈련량이 늘어나다 보니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지금은 다 먹는다. 김홍열은 잘 먹었을 때 힘이 잘 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다시 체중을 불렸다.
불혹의 나이에도 오로지 근육으로만 2∼3㎏를 증량했다.
이 역시 잘 먹고, 훈련을 강도 높게 유지한 결과다.
정 감독은 "요즘 훈련 강도가 워낙 높아서 근육이 많이 사용되는 만큼 영양 섭취량도 크게 늘렸다"며 "이전 대회까지는 몸을 슬림하게 유지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타이밍에 체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홍열은 자기 나이의 절반에 불과한 선수들과 경쟁하고자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였지만, 결국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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