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필리핀 가사관리사 입국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08월 1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공동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고요. 여기에 참여한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 8월 6일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여기에 대한 우리 언론 보도들 살펴보고요. 또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 사업이 어떤 사업입니까?
◆ 김언경 > 네. 고용허가제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고요. 이번에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총 100명 규모입니다. 이 사업은 내국인 돌봄 종사자 수가 점점 감소하고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돌봄 비용이 굉장히 많이 치솟았거든요. 이로 인해서 경력 단절이나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양육자들을 위한 대책으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 돌봄을 위한 대책으로 도입된 것이에요. 입국하신 분들은 4주간 한국어와 아이 돌봄 가사 관리, 성희롱 예방법 교육 등을 받고요. 9월부터 각 가정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각 가정집에 입주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러니까 그곳에서 사시는 것은 아니고요. 공동숙소가 역삼역 인근에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숙소 면적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라 4.8제곱미터에서 65제곱미터 정도 됩니다. 약 1.5~2평정도 되는 방이라고 보면 되고요. 본인이 1인실이나 2인실을 신청해서 내년 2월 말까지 약 7개월간 거주할 예정입니다. 8월 1일 기준으로 벌써 422개 가정이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신청자 중에서 300가구를 뽑아서 연결할 예정이고요. 서울에 살고 있는 12살 이하 자녀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가구가 신청 대상자입니다. 그리고 한 부모, 다자녀, 맞벌이 임신부가 있는 가정 순으로 선발하되 자녀 연령과 이용 기간 등을 고려해서 최종 선정한다고 합니다.
◇ 최휘 > 우리나라에 이렇게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도입된 게 처음이라고 알려주셨는데 이분들이 각 가정에서 어떤 일을 하시게 되는 건가요?
◆ 김언경 > 제가 지금까지 계속 가사관리사라고 불렀잖아요. 그래서 가사관리사 하면 처음에 딱 떠오르는 게 기존의 우리나라의 가사도우미를 연상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업무를 하는 분이라고 오해하실 수 있어요. 방금 전에 오프닝에서 최휘 아나운서님께서도 가사를 도와주실 분이라는 그런 의미의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분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가사를 도와주는 분들이 아니고요. 그런 업무를 시켜서는 안 되는 분들입니다.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업무 필리핀 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에 입국하는 100여 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주 역할은요. 아이 돌봄입니다. 가사는 아이와 관련된 영역으로만 제한되어 있습니다. 명칭 때문에 가사를 관리하는 것처럼 자꾸 이해하고 오해할 수 있는데 역할만 보면은 돌봄관리사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이 있는데요. 그게 케어기버 자격증입니다. 그러니까 자격증은 노인도 돌보고 장애인도 돌보고 어린이도 돌볼 수 있는 자격증이에요. 필리핀 정부는 우리나라에 양질의 돌봄 전문가를 보내야 하는 만큼 자국 내에 케어기버-NC2 자격증 보유자만 우리나라에 송출하게 이렇게 했습니다. 필리핀의 케어기버는 국가 대 국가 협약으로만 송출이 가능한 그러니까 굉장히 좋은 자격증이고요. 이들은 78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돼요. 아이와 노인 돌봄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특별 자격을 보유한 사람들인 만큼 이 케어기버들은 일본에서는 요양병원에서 요양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또 이스라엘에서도 많이 일을 하시는데 우리와 같이 그 아이 돌봄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양국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역할로 옷을 입히고 씻기고 먹여주는 등 아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사 업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 돌봄의 영역 안에서 관련된 가사 업무만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약간 추가적으로 다른 일들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게 동거 가족 구성원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직무는 수행할 수 있다고 포함되어 있어요. 따라서 집안일에 음식 청소, 아이 돌봄까지 하는 영어 능통한 가사도우미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기대하신다면 앞으로 큰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최휘 > 가사관리사라는 명칭 때문에 막연하게 집안일을 다 하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사실은 집안일보다는 아이 돌봄이 주 업무고요. 그런데 조금 전에 말씀해 주시기를 추가적으로 동거 가족 구성원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직무는 수행할 수 있다고 포함돼 있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구체적으로 이 가사 관리자분들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명시가 돼 있지 않아서 이용자와 관리사 간 갈등이 생길 것 같은데 어떤가요?
◆ 김언경 > 네 맞습니다. 그런 게 앞으로도 걱정이 되는데요. 고용노동부도 '돌봄의 일도 시킬 수 있는 걸로 본다. 이견이 생기면 중개기관이 알아서 한다.' 이런 입장을 지금 내고 있어서 앞으로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이고요. 또 언론도 이런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있다 보니까 굉장히 우왕좌왕하는 보도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명칭도 '가사관리사'이다 보니까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도들을 다 보면서 '가사관리사인데 당연히 가사 일을 다 해줘야지 무슨 소리야.' 이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8월 4일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정부가 말한 것에 따르면 이분들의 주 역할은 아이 돌봄이라는 거예요. 따라서 분유 수유, 젖병 소독, 이유식 조리, 아이 목욕시키기, 아이 픽업, 낮잠 재우기 등이 제시되어 있고요. 돌봄 외에 다른 가사 업무도 일부 가능한데 6시간 이상의 서비스를 받는 경우에만 어른 옷의 세탁과 건조, 어른의 식기를 설거지하는 것이 가능하고 단순 물청소 위주의 욕실 청소 그리고 청소가 가능한데 청소기와 마대 걸레로 하는 바닥 청소는 가능하지만 손걸레로 바닥을 청소하는 건 안 된다는 거. 그다음에 쓰레기 배출, 어른 음식 조리, 수납 정리는 할 수 없다는 것. 이런 정도가 지금까지 나온 정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정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 이외에도 집안일이라는 게 하다 보면 정말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것도 할 수 있어. 이것도 해주세요.'라고 하는데 '그건 제가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분명히 말씀하실 거란 말이에요. 그 가사관리사들은 그러니까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요. 어떤 보도에서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 돌봄 서비스 지부장의 인터뷰를 봤는데요. 내국인 가사관리사들에 대해서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추세인데 이 집안일이라는 것이 칼로 딱 자를 수가 없어서 항상 문제가 된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송출국 필리핀 입장에서도 모호한 범위에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걱정을 하더군요. 그러니까 앞으로 계속 이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최휘 > 집안일을 정말 하다 보면 무 자르듯이 '이건 하고 이거는 수행할 수 없습니다.'가 안 될 것 같거든요. 참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지금 언론 보도는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 김언경 > 제가 언론 보도가 어떻게 나오는지 좀 보려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인 빅카인즈에서 8월 1일부터 7일까지 보도량을 살펴봤습니다. 빅카인즈 보도량으로만 봤을 때는 164건이었는데요. 이 중에서 중복 보도 그리고 포토 뉴스나 뉴스 도입에서 나오는 오프닝 등을 빼니까 순수하게 138건이었어요. 이 138건의 보도의 제목만 가지고 제가 다시 분석을 해봤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대체로 기사를 자세히 읽기보다는 제목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제목을 좀 매우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먼저 업무에 대한 혼란이 있을 것 같아서 보도 제목에 어떤 언어가 들어갔는지를 좀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이제 보도 제목에서 집안일을 어떻게 시키는지 뭐 이런 것들 그러니까 어떻게 집안일에 대한 혼란을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를 봤거든요. 제목들을 좀 읽어볼게요. '영어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집안일까지 척척 역할은 어디까지', '아이 돌봄 필리핀 가사관리사 집안일은 어디까지 시키나', '설거지 되는데 요리는 안 돼, 논란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런 식의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11건 정도의 보도가 이렇게 집안일 어디까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이런 보도였어요. 이들 보도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이분들을 고용하게 되면 '일단은 무조건 시켜봐야겠다. 시켜보고 안 한다고 하면 업체에 따져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고용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왜냐하면 뭔가가 딱 정해져 있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가르마를 잘 타줘야 되는 것 아닌가. 가이드라인이 좀 정확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우리 언론도 그 내용을 토대로 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고 그래야 또 이 가사관리사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거잖아요.
◇ 최휘 >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장님 의견을 하나 듣고 싶은 게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식당에서 일하는 분이나 가사도우미에게 이모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거든요. 언론에서도 이 '필리핀 이모님'이라는 표현을 많이들 하더라고요. 이거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언경 > 그 이모님이라는 표현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이분들은 필리핀에서 굉장히 많은 교육을 받고 한국에 들어오신 한마디로 돌봄 전문가입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가사관리사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래도 그 공식 명칭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 자꾸만 이모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 이분들을 우리 모두 이모님이라고 부르라고 언론이 지침을 내리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이렇게 저에게 물어보신다면 제가 그걸 답을 딱 내려드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언론에서 버젓이 있는 직업을 두고 예를 들어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있는데 사회복지사분들에게 우리가 이모님이라고 부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버젓이 있는 가사관리사라는 직업을 두고 이모님이라고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심지어 보도 제목에 이모님이라는 표현이 제목에 들어간 보도가 15건이 있었어요. 이들 제목을 보면요. '필리핀 이모님 원해요. 서울시민 경쟁률 3대 1', '어른 옷 세탁되고 손걸레질 안 되고. 필리핀 이모님 집안일 범위 애매하네', '필리핀 이모님 입국했지만 설거지는 되고 요리는 안 된다', '시급 1만 3천 원 필리핀 이모님 100명 입국' 이런 식이었습니다.
◇ 최휘 > 또 관련 보도를 보면 '영어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라는 표현이 많이 보여요.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조기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다 보니 돌봄을 해주시는 분이 영어 사용자라면 내 아이 영어 교육까지 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을 갖고 고용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이랬을 때 기대한 만큼 효과가 없으면 불만을 또 표하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되는데 어떨까요?
◆ 김언경 > 이번에 보도를 보면 '영어하는'이라는 표현도 굉장히 많은 보도에 들어갑니다. 제목에 이 표현이 들어간 보도가 5건 있었는데요. '영어 유창한 필리핀 돌보미'라는 제목이 있었고요. '영어하는 필리핀 이모님 서울 도착' 그리고 '영어 유창한 필리핀 이모 왔다'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좀 화가 나는 보도도 있었어요. 조선일보 8월 6일자 단독 보도 '아이 돌봄 필리핀 가사관리사, 집안일은 어디까지 시키나' 이 보도에서요. 아까 최휘 아나운서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측면이 언급되거든요. 보도 내용을 보면 '실제 국내 중개기관에 접수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문의 대부분은 영어 능력 관련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3살 아이를 키우는 임 모 씨는 영어 유치원 가격을 고려할 때 집안일 도움을 받으면서 영어에 노출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사를 썼습니다. 그러더니 '이에 따라 유아 영어 학원과 비슷한 비용으로 집안일 등을 보조받으며 아이를 영어 사용 환경에 노출시키기 원하는 수요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까지는 아까 말씀하신 내용이잖아요. 그런데 뭐라고 하냐면 '다만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영어 능력과 발음이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전문성이 없어 제대로 된 영어 교육 기관에 보내는 게 낫다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아니 지금 이분들이 영어 가르치려고 들어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속내로 영어에 노출시키려고 고용한다더니 느닷없이 발음이 안 좋고 전문성이 없을 것이라는 이런 커뮤니티에나 떠돌 말을 이렇게 기사화하는 것은 정말 시범 사업을 앞두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게 이미 시범 사업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지금 굉장히 부족한 정말 손이 모자라서 할 수 없는 돌봄 노동력으로 이분들이 들어오시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효과적으로 이분들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권 침해는 없는지 잘 살펴서 정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최휘 >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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