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 “내가 만난 최고의 감독님”…무명 설움 날린 오광헌 감독도 빛났다
◆ 2024 파리올림픽 ◆
16년만에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한국의 세자매 뒤엔 오광헌 감독이 있었다.
오 감독은 10일 동메달 확정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한게 별로 없다. 선수들 운동 열심히 할 환경 만들어주고, 스트레스 안 줬을 뿐”이라며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침체 늪에 빠졌던 한국 여자 탁구는 2022년 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상승세를 거듭했다. 신유빈과 전지희가 2023년 더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더니 이번 올림픽에서는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오 감독은 끝까지 그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오 감독은 “선수들의 메달에 대한 집념이 강했는데, 그게 통했다.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고 신뢰하는 부분에서 너무 잘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감독으로서 부족한 점이 있을 텐데도 선수들이 믿어주고 따라와 줬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오 감독은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까웠다.
은퇴 후에는 서울여상에서 코치로 일하다 1995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지도자 커리어 대부분을 쌓았다.
슈쿠도쿠 대학을 일본 정상으로 이끌면서 주목받았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여자 대표팀 코치 및 주니어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일본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등에 기여했다.
2017년 귀국해 남자 실업팀인 보람할렐루야를 이끌던 오 감독은 ‘한국 여자 탁구를 다시 일으켜달라’던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의 부탁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 선수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던 그를 두고 많은 탁구인이 ‘뒷말’을 했다.
오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기에는 한국 탁구를 너무 모른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 회장으로부터 이미 신뢰를 잃었다더라’는 소문은 그의 임기 내내 탁구계에 나돌았다.
오 감독은 “뭔가 해보자 하는 의지는 있었지만, (나를 향한 공격 때문에) 많이 서러웠다. ‘난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를 지탱한 건,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었다.
올 초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적이 부진하자 그를 향한 비관론은 더 커졌다.
오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으려 했으나 석은미 대표팀 코치가 ‘올림픽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더 참으라’며 그를 붙잡았다고 한다.
이정우 부천시청 감독은 4월부터 오 감독이 원할 때마다 소속 남자 선수들을 훈련 파트너로 파견해줬다.
오 감독은 “이 감독의 전적인 도움이 이번 동메달 획득에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선수들도 그를 믿어줬다.
신유빈은 부산 대회 뒤 슬럼프에 시달렸다.
이후 신유빈은 거짓말처럼 다시 상승세를 탔고,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3위 결정전 뒤 신유빈은 “오 감독님은 내가 만나 본 감독님 중 가장 좋으신 분”이라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아래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게 해 주신다. 내가 이 정도 표현력밖에 없어서 너무나 죄송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오 감독은 무엇보다,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유 회장에게 고맙다고 했다.
오 감독은 “대표팀을 세심하게 지원해준 유 회장 덕분에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오 감독님은 진짜 고집이 세신 분인데 난 믿었다”면서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똘똘 뭉쳐서 하는 건 역대 처음 본 것 같은데, 오 감독님의 리더십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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