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야, 기죽지 마”…‘역도 메달리스트’ 전상균이 박주효에게[파리올림픽]
박주효(27·고양시청)는 지난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역도 남자 73㎏급 경기에서 마지막 바벨을 떨어트린 뒤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용상 3차 시기, 196㎏에 도전해 동메달을 노렸지만 무게를 이겨내지 못했다. 인상 147㎏, 용상 187㎏, 합계 334㎏을 기록한 그의 최종 성적은 7위였다.
박주효는 2021년 군 복무 중 허리를 심하게 다쳤고, 수술 뒤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이 예상한 재활 기간은 3년, “무리하지 말라”는 경고에도 그는 고집스럽게 재활에 매진했다. 손으로 땅을 짚지 못할 때부터 봉을 잡았고, 1년 만에 재활을 끝냈다. 파리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주효는 “역도에 웃고, 역도에 울었다. 이것만 보고 살았던 시간이 떠올랐다”며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눈물의 의미를 전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허리로 참가한 첫 번째 올림픽, 그는 단 일주일만이라도 바벨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박주효는 언제쯤 바벨을 다시 보고 싶을 것 같냐는 물음에 “그래도 봐야 한다”고 망설임 없이 답하며 “조금 쉬면 역도가 또 생각난다”고 슬며시 웃었다.
박주효는 이번 대회에서 꼭 메달을 따 “한국 역도 아직 안 죽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역도를 잘해서 역도를 알리는 게 가장 멋있는 것 같다”며 “다음 올림픽엔 꼭 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상균(43) 조폐공사 화폐본부 차장은 박주효의 이번 여정을 관심 있게 지켜본 역도계 선배다. 앞서 2012 런던 올림픽 역도 남자 105㎏ 이상급에 출전했던 전상균은 당시 4위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3위를 했던 러시아의 루슬란 알베고프의 도핑 위반이 뒤늦게 밝혀지며 12년 만에 메달을 받게 됐다.
10일 트로카데로 광장 챔피언스 파크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전상균 차장은 “박주효 선수가 아쉽게 7위를 했지만, 그냥 7위가 아닌 세계 7위”라며 “너무 기죽지 말았으면 한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다음 올림픽 준비를 잘하면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2012 런던 대회 당시 전상균의 나이는 31살이었다. 4년 뒤 박주효의 나이와 같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배의 말처럼 박주효에겐 도전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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