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신유빈, "막판에 지치긴 했지만 언니들 덕분에...” [파리 올림픽]
한국 여자탁구 16년 만에 올림픽 메달 땄다!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고전 예상 뒤엎은 동메달 결정전, ‘난적’ 독일에 퍼펙트 승리
[OSEN=손찬익 기자] 한국 여자탁구가 16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 이은혜(29‧대한항공), 신유빈(20‧대한항공)이 팀을 이룬 대표팀은 10일 오후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치러진 2024 파리올림픽 여자단체 동메달결정전에서 유럽 강호 독일에 3대 0 완승을 거뒀다.
첫 매치 복식에서의 고전이 오히려 좋은 약이 됐다. 전력상 우세가 점쳐졌던 전지희-신유빈 복식조는 샨샤오나-완위안 조에 맞서 초반 두 게임을 빠르게 선취했지만 3, 4게임을 내리 빼앗기면서 전체 승부를 내줄 위기로까지 몰렸다. 하지만 2023 더반 세계선수권 은메달,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숱한 메이저 승부를 경험해온 전지희-신유빈 조는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버텨내며 내줬던 흐름을 되찾았다. 8-8까지 팽팽했던 5게임 마지막 순간 연속 3득점을 해내며 결국 승리했다.
역전 흐름을 버텨내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한국은 이후 이어진 단식매치를 일방 승부로 장식했다. 독일의 4강을 견인한 다크호스 아네트 카우푸만을 2매치에서 이은혜가 몰아붙였다. 8강 스웨덴전에서도 상대 에이스를 꺾고 감격했던 이은혜는 확실히 몸이 풀린 듯 공격적 스타일의 상대와 벌인 빠른 박자 싸움에서 확연한 우위에 섰다. 끝까지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주니어 연령인 아네트 카우푸만은 승부가 기울자 3매치에서 범실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한국이 승기를 장악하고 시작된 3매치 양 팀 노장대결에서도 전지희가 승리했다. 상대 샨샤오나는 2020 도쿄올림픽 8강전 5매치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긴 장본인이기도 했다. 경험 많은 상대와 맞선 전지희가 오히려 더 노련하게 경기를 풀었다. 샨 샤오나의 돌출러버 회전은 전지희의 톱스핀과 상성이 기막히게 맞았다. 포어 백 어느 쪽도 엔드를 벗어나지 않았고, 펜 홀더 샨 샤오나는 자주 약점을 드러냈다. 세 게임 내내 일방 우세 속에 전지희가 경기를 리드했다. 샨 샤오나의 마지막 반구가 엔드를 벗어나는 순간 전지희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도쿄올림픽 리벤지매치를 완성하면서 한국의 동메달을 확정했다.
동메달이 확정되자 벤치에서 응원하던 이은혜와 신유빈, 오광헌 감독이 뛰어나와 서로를 얼싸안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이후 올림픽 포디움에 서지 못했던 한국 여자탁구는 이로써 무려 16년 만에 다시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2016 리우, 2020 도쿄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선 전지희는 마침내 올림픽 메달을 만나며 감격했다. 선발과정에서 마지막 순간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던 이은혜는 첫 출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이은혜는 매치마다 귀중한 승점을 따내는 기대 이상의 맹활약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0 도쿄에서 좌절했던 신유빈은 두 번째 올림픽에서 남자대표팀 임종훈과 함께 따낸 혼합복식 동메달과 더불어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탁구 사상 하나의 올림픽에서 두 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경우는 지금까지 세 번밖에 없었다. 88년 서울 유남규(단식 금, 복식 동), 92년 바르셀로나 김택수(단식 동, 복식 동), 현정화(단식 동, 복식 동)다. 신유빈은 이번 올림픽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무려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메달리스트가 됐다. 여자선수로는 두 번째다. 신유빈은 단식에서도 4위에 오르며 전 종목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게다가 신유빈은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특유의 밝은 기운으로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될 만큼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다. 마지막 승부를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하며 파리올림픽 최상의 마침표를 찍었다.
값진 동메달을 따낸 선수들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신유빈은 “언니들 덕분에 메달 땄다. 언니들 최고!”를 외쳤다.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결정전만 세 번을 했다. 시합이 많아서 막판에 조금 지치긴 했지만 언니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은혜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시합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사실 힘들었지만 지희 언니와 유빈이가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전지희 역시 “유빈이의 랭킹이 아니었다면 시드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10년을 넘게 노력해온 은혜도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잘했다.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여자단체전 동메달은 앞선 혼합복식 동메달과 함께 한국탁구의 메달 갈증을 해소해준 의미 있는 전적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전용 밴과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등 현지에서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유승민 회장을 비롯한 대한탁구협회 임원들도 스탠드에서 함께 뛰었으며, 선수들이 값진 성과로 화답했다. 파리에서 합심으로 이뤄낸 성과는 한국탁구가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최고의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대한민국 탁구대표선수단은 오는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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