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은 아쉽지만… 내리는 비가 괜찮았던 KIA? 이제 특급 거물이 광주에 뜬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9일 광주 삼성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한숨을 돌린 KIA였지만, 10일 경기를 생각하면 마운드 운영에 머리가 아팠다. 최근 불펜 소모가 심해 장현식과 곽도규는 이날 휴식 순번이었다. 최지민 임기영은 휴식 및 경기력 조정차 2군으로 갔다.
자연히 선발로 나서는 김기훈(24)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김기훈이 이날 얼마나 많은 이닝을 소화하느냐에 따라 불펜 운영의 처음부터 끝이 모두 달라질 수 있었던 까닭이다. KIA 마운드의 기대주였던 김기훈은 올해 기대에 못 미쳤다. 팀 마운드 한 자리에서 어떤 보직으로든 공헌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즌 초반부터 정상적인 구위를 보여주지 못한 채 표류했다.
시즌 중에는 구단의 전략 차원에서 미국으로 가 단기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런 김기훈은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세 경기에 나갔다. 3경기 평균자책점은 7.36으로 썩 좋지 않았지만 직전 등판인 7일 kt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나름 잘 던졌다. 미국에 가기 전보다 구위와 리듬 측면에서 조금 더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기훈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2020년 10월 23일 광주 LG전이었고, 이날이 1387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선수 나름대로 각오가 단단했을 것이다. 이범호 KIA 감독도 경기 전 은근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김기훈은 최대 60구 정도 생각하고 간다”면서도 “상황에 따라서 볼 스피드가 안 떨어진다든지, 아니면 본인이 괜찮다고 하고 이닝을 잘 먹어주면 그때는 투수코치님, 기훈이와 이야기를 해서 (강판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3~4회까지만 잘 던져주면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다만 이런 전략이 가동될 일은 없었다. 경기 약 30분 전부터 거세게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이었다. 이날 광주 지역은 해당 시간에 특별한 비 예보가 없었고 관중 입장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오후 5시 15분 2만500석이 모두 팔려 나갈 정도로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그라운드가 엉망이 됐고, 경기 개시를 결정해야 할 오후 6시에는 오히려 비가 더 내리면서 결국 취소됐다. 김기훈의 선발 등판은 없던 일이 됐다.
이날 김기훈의 선발이 예정됐던 건 캠 알드레드의 퇴출 때문이다. 올해 대권 도전을 노리는 KIA로서는 알드레드의 기량에 만족하지 못했고, 알드레드 이상의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었다. 최근 그간의 생각을 바꿔 한국행에 긍정적으로 바뀐 에릭 라우어와 협상을 진행한 끝에 계약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알드레드를 웨이버하고, 라우어가 로테이션에 들어올 때까지의 간격이 생긴다.
KIA는 라우어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던 시점에도 알드레드를 일단 남겼다. 알드레드는 8월 4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다. 다만 이날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고, KIA는 알드레드를 5일 웨이버했다. 라우어가 입국해 불펜 피칭을 하고 선발 등판을 준비하며 취업 비자를 준비하는 시간이 있어 10일 한 자리가 빈 상황이었는데 김기훈이 그 자리에 들어갔다. 다만 비로 취소되면서 알드레드의 대체 자리는 없었어도 된 셈이 됐다.
KIA는 10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11일 선발로 예정대로 라우어를 예고했다. 이날 경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라우어가 KIA 대권 도전의 마지막 퍼즐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다. 어깨 부상 이후 기량이 하락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적이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36승 기록을 자랑하기도 한다. 경기 운영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증이 된 선수다.
트리플A에서 꾸준히 선발로 뛰어 이날 투구 수에는 큰 제한이 없을 전망이다. 적어도 80구는 가능할 전망이다. 컨디션이 100%일 수는 없다. 한국에 입국한 뒤 불펜 피칭 한 번만 했을 뿐이다. 아직 예열이 덜 됐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남길 수 있다면 향후 기대치는 더 커진다. KIA도 은근히 기대가 큰 가운데 라우어의 첫 등판 내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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