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보낸 보름, 두 번째 시상대 오른 신유빈 “언니들 덕에 버텼죠”[올림픽x인터뷰]

황민국 기자 2024. 8. 1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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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1경기에서 신유빈-전지희 조가 독일 샨샤오나-완위안 조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언니들이 있으니 버텼죠”라는 막내의 재잘거림에 언니들은 미소를 지었다.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와 이은혜(29·대한항공)는 신유빈(20·대한항공)과 번갈아 손뼉을 마주치며 동메달 피날레를 자축했다.

오광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탁구대표팀은 10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매치 스코어 3-0로 승리했다.

여자 단체전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혼합 복식에서 임종훈(27·한국거래소)과 함께 12년 만의 메달을 목에 걸었던 신유빈은 동메달 2개로 파리 올림픽을 빛냈다.

신유빈은 취재진과 만나 “솔직히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단체전이니까 정신력으로 버티려고했어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언니들이 옆에 있으니 힘이 났죠. 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데 포기할 수 있나요. 언니들이 잘해주셔서 메달을 또 걸게 됐어요”라고 활짝 웃었다.

신유빈의 파리 올림픽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보름간 쉼없이 라켓을 휘둘렀는데, 온전한 휴식일은 단 사흘에 불과했다. 또 이틀은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고된 일정이었으니 주변의 걱정도 적잖았다.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이 독일을 상대로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더군다나 신유빈이 치르는 매 경기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혼성 복식과 개인전(4위), 단체전까지 모두 4강을 넘어 동메달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신유빈은 이 모든 경험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신유빈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국가대표로 경기를 치른다는 게 영광스럽고, 또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것이 자신 만의 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신과 복식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지희, 단식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던 이은혜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신유빈은 “사실 (이)은혜 언니가 단식에서 붙었던 그 선수(카우프만 아넷)는 저도 4번에서 붙을 수 있어 분석했는데, (이은혜가) 너무 완벽해 ‘따봉’만 했죠”라고 말했다.

신유빈은 3년 전 도쿄에서 눈물을 흘렸던 자신이 파리에서 웃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오 감독도 잊지 않았다. 신유빈이 오 감독의 지도 아래 지난해 더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준우승,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우승 등의 성과를 낸 것에 대한 찬사였다.

신유빈은 “제가 만나 본 최고의 감독님”이라며 “표현력이 부족한 게 너무 아쉬워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고면서 선수로 원하는 걸 뭐든지 다 해줄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이죠. 단점을 보여주지 않으시는게 단점이에요. 제가 얼마나 감독님을 좋아하는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이라고 강조했다.

신유빈은 중국과 일본의 여자 단체전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리는 시상식에서 언니들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깜찍한 세리머니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에도 오래 기억에 남을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생각할 시간이 없어어 이제 찾아봐야 한다”는 신유빈의 미소가 한국 탁구의 밝은 미래를 증명하고 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IOC 선수위원으로 임기 마지막 행사로 이 시상식으로 낙점했다. 그는 “IOC 선수위원을 떠나 하나의 탁구인으로 놓치기 싫은 장면”이라며 “(신)유빈이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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