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역할 톡톡…전지희, 3번째 도전서 단체전 메달 한 풀었다[파리2024]
"대표팀 지키면서 동메달로 마무리해 너무 행복"
[파리=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여자 대표팀의 '맏언니'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가 올림픽 3번째 도전에서 단체전 메달의 한을 풀었다.
신유빈(20), 이은혜(29·이상 대한항공)와 함꼐 팀을 이룬 전지희는 10일(한국시각)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매치 스코어 3-0으로 꺾었다.
한국 여자 탁구가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단체전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08년에 이어 16년 만에 역대 두 번째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전지희가 3번째 도전만에 메달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중국 출신인 전지희는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귀화했다. 신유빈이 에이스로 성장하기 전까지 전지희가 국내 여자 탁구 최강자였다.
2016년 리우,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에서 전지희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리우에서는 단식 3회전에서 탈락했고, 도쿄에서는 단식 8강에서 고배를 들었다.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일구지는 못했다. 한국 여자 탁구는 리우, 도쿄 대회에서 모두 8강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전지희는 도쿄 올림픽 단체전 8강에서 독일에 패배한 뒤에는 신유빈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부터 전지희는 에이스의 자리를 신유빈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신유빈은 전지희에게 견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함께 뛰며 메달의 한을 풀게 해줄 수 있는 '귀인'이었다.
전지희가 10년 가까이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한 가운데 신유빈이 성장하면서 한국 여자 탁구는 국제 무대에서 한층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지희는 신유빈과 호흡을 맞춘 여자 복식에서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다. '세계 최강' 중국 조를 제외하면 가장 높다.
둘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은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결승에 오른 것은 1987년 인도 뉴델리 대회 양영자-현정화 이후 36년 만이었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 한국 탁구에 21년 만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전지희는 신유빈과 함께 하는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단체전 4강 무대를 밟았다.
두 번이나 8강 문턱에서 좌절했던 전지희는 "보기엔 쉬워보일지 몰라도 올림픽에서 단체전 4강에 오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신)유빈이의 랭킹이 높아 단체전 시드(3번)를 잘 받았고, 덕분에 4강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중국과 만난 준결승에서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잡으며 꿈에 그렸던 메달을 품에 안았다.
단체전에서 전지희는 왕년의 에이스이자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에 패배한 준결승을 제외하고 16강전, 8강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복식, 단식에 나서 2승씩을 책임졌다.
동메달을 딴 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지희는 "동메달 확정 직후 동생들을 봤을 때에는 눈물이 살짝 났다.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똑같이 자리를 지키면서 세 번의 올림픽을 뛰었다.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은데 자리를 잘 지키며 좋은 마무리를 해 기쁘다"며 "파리 올림픽에서 두 선수와 함께 후회없이 싸워나가는 것도 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를 한국으로 데려오신 분들, 한국에 와서 만난 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 소속팀을 옮기고 나서 썩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김택수 감독님(대한탁구협회 부회장)에게 연락을 해주셨다.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내가 출전한 두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서 여자 탁구가 약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신)유빈이가 들어오면서 바뀌었고, 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내가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도 감사하다. 스스로에게도 고맙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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