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파리]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꿈의 여정 마친 서건우, 성숙한 도약으로

권수연 기자 2024. 8. 10. 2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 서건우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 태권도 사상 첫 80kg급에 출전했지만 빈 손으로 꿈의 무대를 내려온 서건우(한국체대)가 아쉬움을 삼켰다.

서건우는 지난 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태권도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에디 흐르니치(덴마크)에게 라운드 스코어 0-2로 패하며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태권도 남자 80kg급 출전은 대한민국 태권도 사상 최초 기록이다. 

서건우는 앞서 16강에서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칠레의 호아킨 추르칠을 상대로 2-1로 승리했는데, 이는 판정 번복 덕분이었다. 

16강에서 호아킨 추르칠과 경기하는 서건우(우측)

서건우는 16강에서 1라운드를 먼저 내준 뒤 2라운드에서 결정적인 뒷발차기를 성공했다. 여기에 추르칠이 추가 감점까지 발생하며 16-16 동점으로 접어들었다. 라운드 동점인 경우에는 회전차기 득점이 많은 순서, 머리-몸통-주먹-감점 순으로 낸 점수,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오혜리 한국 대표팀 코치는 서건우의 회전 공격이 추르칠보다 1회 더 많다는걸 파악했지만 판정 결과 추르칠의 승리가 발표됐다.

오혜리 한국 대표팀 코치가 경기장에 올라와 판정에 항의한다

이에 수긍하지 못한 오 코치는 경기장에 난입해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본부석으로도 뛰어가 오심을 강하게 짚었다. 오 코치가 몸을 던진 덕분에 판정은 뒤집혔고 서건우는 겨우 16강을 통과했다.

그러나 4강을 지나 어렵게 오른 3위 결정전에서는 덴마크에 꺾이고 말았다.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오혜리 코치의 몸 사리지 않는 리더십과 서건우의 도전정신은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오혜리 한국 대표팀 코치가 서건우와 포옹한다

오 코치는 해당 항의로 인해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까지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했다"며 제자를 헌신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오혜리 코치는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67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챔피언 출신이다. 

서건우는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의 꿈같던 올림픽이 끝이 났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저희 태권도 선수들이 메달 소식을 가져오며 모든 국민과 팬분들의 기대가 컸을 것 같다. 밤 늦은 시각부터 아침 새벽까지 두 눈 비비며 응원해주신 마음 정말 감사드린다. 다만 저의 부족한 모습이 응원에 보답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로 시작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노력하여 얻는 힘든 고통보다 원하는 것을 달성하지 못하였을때 오는 고통이 더 크다' 제가 늘 가슴속에 품고 다니는 말인데, 이 말이 현재 응원해주신 분들의 마음같아 더 마음이 쓰인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고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렇게까지 준비 못하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 끝난 뒤에 부족했던 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절박했던 심경을 전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 서건우

"모두가 그리는 꿈의 무대에 태극마크를 달고 섰음이 행복했다"고 밝힌 그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며 "4년 뒤에 모두가 웃게 만들 수 있는 단단한 강철파이터로 인사드리겠다"고 재차 각오를 밝혔다.

아울러 '엄마 리더십'으로 필사적으로 자신을 감싼 오혜리 코치에게도 "늘 옆에서 잘하고 있다고 용기 주시고 믿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이제 갓 20세에 불과한 서건우의 발차기는 4년 후 로스엔젤레스 대회에서 다시 한번 금빛 무대를 꿈꾼다. 

한편 한국 태권도는 남자 58kg급에서 박태준(경희대)이, 여자 57kg급에서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2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하 서건우 SNS 게시글 전문
저의 꿈같던 올림픽이 끝이났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저희 태권도 선수들이 메달 소식을 가져오면서, 모든 국민과 팬분들의 기대가 컸을 것 같습니다. 밤 늦은 시각부터 아침 새벽까지 두 눈 비비며 응원해주신 마음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의 부족한 모습이 응원에 보답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노력하여 얻는 힘든 고통보다 원하는 것을 달성하지 못하였을때 오는 고통이 더 크다' 제가 늘 가슴속에 품고 다니는 말인데, 이 말이 현재 응원해주신 분들의 마음같아 더 마음이 쓰입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고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렇게까지 준비 못하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 끝난 뒤에 부족했던 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아쉬운 부분들은 잘 기억하고 보관해두었다가 보완하고 노력하면서 더 단단해지고 더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감탄의 감정이 될 수 있는 더 완벽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다시 뛰겠습니다.

이번 올림픽동안 저와 함께 경기장에서 뛰어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그 선수들이 있었기에 저 역시도 즐거운 기억 안고 갑니다.

모두가 그리는 꿈의 무대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점,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대표하는 선수로서 이 자리에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습니다. 또한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저를 다시 돌아볼 수 있어서 정말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을 늘 함께해준 태권도 선수 및 코칭스태프, 협회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또한 정말 감사의 인사를 꼭 드리고 싶은분이 계십니다. 오혜리 교수님, 정영준 선생님. 늘 옆에서 잘하고 있다고 용기주시고 믿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제대로 배웠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한국에 돌아가서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성실하게 훈련해서 더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4년뒤에 모두가 웃게 만들 수 있는 단단한 강철파이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의 올림픽은 끝이났지만, 아직 대한민국 선수들의 경기가 남아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다른 선수들을 통해 마지막까지 올림픽의 감동이 여러분에게 큰 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응원해주시고 힘을 보내주신 국민, 팬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연합뉴스, 서건우 SNS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