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범이 입은 티셔츠가 단서…배후에 1200만 유튜버 있나 [박민기의 월드버스]
티셔츠엔 독수리에 ‘데몰리시아’ 문구
찾아보니 1170만 유튜버 판매 상품
운영자 “정치적 성향 전적으로 배제”
유튜브, 시청 연령 상향 등 제재 강화
트럼프 후보의 생명을 앗아갈 뻔했던 암살 시도 이후 미 사회는 크룩스가 입었던 티셔츠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티셔츠의 출처를 쫓는 네티즌이 늘면서 판매처는 금세 알려졌습니다. 해당 티셔츠는 약 117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미 대형 유튜버 ‘데몰리션 랜치’ 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트럼프 암살 시도’ 주범인 크룩스가 생전 본인의 정체를 드러낼 단서를 온라인에 많이 남기지 않으면서 미 당국은 신원 파악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크룩스가 입었던 티셔츠는 그의 몇 안 되는 관심사와 사상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크룩스의 트럼프 후보 암살 시도의 배후가 총기유튜브 채널 데몰리션 랜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2011년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데몰리션 랜치는 권총과 같은 소형 총기부터 샷건, 돌격용 소총, 저격용 라이플 등 모든 종류의 총기를 직접 쏴보고 리뷰를 남기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채널 운영자 맷 캐리커는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시청자들이 평소 직접 접하기 힘든 다양한 총기들을 소개하면서 구독자 수를 빠르게 늘렸습니다. 사격 대상으로는 주로 대형 표적을 사용하는데, 수박부터 사람 형태의 마네킨까지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보다 확실한 타격감을 표현하기 위해 마네킨 안에 젤 형태의 액체를 주입하기도 합니다.
크룩스가 입었던 티셔츠는 데몰리션 랜치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26달러(약 3만5000원)에 판매 중인 제품으로 파악됐습니다. 미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크룩스가 평소 총기 애호가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데몰리션 랜치가 크룩스의 배후다, 아니면 적어도 해당 채널이 크룩스의 암살 시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데몰리션 랜치와 같은 총기 유튜브 채널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총기에 대한 미국의 사랑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각별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역사적·문화적·법적 요인들이 결합돼 있습니다.
미 초기 정착민들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사냥, 호신, 생존 등을 위해 총기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미국은 또 독립전쟁에서 총기 등으로 무장한 민병대의 중요성을 깨우쳤습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생존과 자기방어를 위해 총기가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총기 사랑은 수정헌법 제2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총기 휴대 및 소지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해당 조항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국가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총기는 미국에서 ‘자유와 독립’의 상징으로 거듭나면서 자유로운 소지가 허용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했습니다. 총기는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의 생활필수품 중 하나가 됐고,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총기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도 덩달아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입니다.
총기 유튜브 채널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바탕으로 급성장해 연간 수십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대형 콘텐츠로 거듭났습니다. 영상 뿐만 아니라 총기회사, 액세서리 브랜드 등과의 협업을 통한 광고 수익과 직접 후원 등이 늘면서 하나의 기업이 돼가고 있습니다.
이에 총기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정치 문제 등 민감한 주제는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법칙이 하나의 불문율이 됐습니다. 총기 관련 영상에서 불필요한 정치 이슈를 다루다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 수입도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시민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튜브 측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총기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총기 관련 영상에 대한 광고 수익을 줄이기 시작한 유튜브는 지난 6월에는 전자동 무기 또는 수제 무기를 다루는 콘텐츠 등에 대한 시청 가능 연령을 올리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무분별한 총기 판매를 막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와 총기 판매상들을 직접 연결해주는 통로를 감시하는 등 추가 제약도 포함됐습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유튜브 대변인은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정책 업데이트는 안전한 총기 환경을 구성하기 위한 유튜브의 지속적 노력의 일부”라며 “안전한 총기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총기 유튜버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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