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싸워 얻은 금메달···‘여자 복싱’ 칼리프 “비난이 내게 원동력이 됐다”[파리올림픽]

김은진 기자 2024. 8. 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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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네 칼리프가 10일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우승 뒤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 | AFP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최대 화제의 인물은 단연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다. 분명히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왔는데 XY염색체를 가진 것이 드러나 대회 전부터 논란이 됐던 그녀의 성별은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 관심과 논평이 또다른 형태의 폭력 아니냐는 논란마저 생겼던 고통스러운 올림픽에서 칼리프는 기어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칼리프는 10일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결승에서 양류(중국)에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한 차례 기권승과 세 차례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칼리프는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았다. 내가 여성인지 아닌지는 여러 번 말했다. 비난이 내게 원동력이 됐다. 그들의 공격 덕에 금메달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다. 반대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규정할 수는 없다며 여권상 여성인 칼리프가 올림픽 복싱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그렇게 출전했지만 성별이 이슈가 되면서 개막 전부터 세상의 시선을 모았다. 상대 선수들 입장에서는 남성 염색체를 가졌다는 선수와 경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불공평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대회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칼리프를 만난 안젤리나 카리니(이탈리아)는 펀치 한 방에 46초 만에 기권을 했다. 이미 경기 전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 대진에 대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항의했고, 경기 시작하자마자 코를 맞은 카리니는 통증에 눈물을 흘리며 “너무 아파서 뛸 수가 없다”고 기권했다.

이마네 칼리프가 10일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파리 | AP연합뉴스



XY 염색체를 가져 IBA로부터 실격받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칼리프 외에 린위팅(대만)도 있다. 그러나 칼리프는 이 16강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 속에 올림픽을 치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거셌고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도 남자가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칼리프는 메달 세리머니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가 전 세계에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올림픽에서는 나같이 비난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또한 “SNS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제 전 세계가 이마네 칼리프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난 알제리 아주 작은 마을의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가족들은 날 항상 자랑스러워하고 복싱하도록 응원했다”며 “알제리 여성은 강인하고 용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응원하러 와줬고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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