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 공실률 34%인데, 韓판교는 고작 1.9%...비결은?

윤진호 기자 2024. 8. 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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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정작 현지 사무실 3곳 중 1곳은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자리 잡은 재택 근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테크 기업의 대규모 감원 등으로 인해 사무실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10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공실률은 34.5%를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 후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끝낸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는 지난 2분기 1.9% 공실률을 보였다. 임대차 만료 및 이전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공실률 수준인 5%보다도 낮다.

국내 테크 기업 관계자는 “얼굴 보고 일하는 문화와 실적이 나쁘더라도 쉽게 직원을 해고하지 못하는 고용 환경이 판교의 낮은 공실률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끝났지만... 美테크 직원들 “사무실 안나갈래”

샌프란시스코 2분기 공실률인 34.5%는 1분기의 33.9%를 웃도는 사상 최고치다. 1년 전 같은 기간(28.1%)에 비해 6%포인트 이상 올랐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전(5%)보다는 30%포인트 가까이 급상승했다.

공실률이 오르면서 임대료는 2015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분기 평균 호가 임대료는 제곱피트(0.09㎡)당 68.27달러(9만4553원)로 1년 전 72.90달러보다 6.3% 내렸다. 최고치였던 2020년 84.70달러보다는 19.3% 하락했다.

실리콘밸리 공실률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선 팬데믹 이후에도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빅데이터 분석전문기간 플레이서닷AI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사무실로 복귀한 RTO(Return-to-office) 비율은 작년말 기준 샌프란시스코가 45%로 미국 주요 대도시 중 가장 낮았다. 뉴욕(77%)과 마이애미(78%), 워싱턴(67%), 시카코(57%)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국내 테크 기업 관계자는 “구글이나 메타 등 기업들은 팬데믹 후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려고 했지만 자유롭게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고 싶은 직원들의 반발이 커 재택근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본사 방침에 따라 한국 법인도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재택근무 중인 미국 근로자. /AP 연합뉴스

◇하반기에도 美 테크 기업 감원 칼바람

또 빅테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공실률이 높아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AI 관련 엔지니어를 제외한 테크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면서 해고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고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이미 376개 테크기업에서 10만8591명이 해고됐다. 해고자 수는 2022년(16만5269명), 2023년(26만3180명)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지에서는 미국 테크 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이 실적 부진 등으로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즈가 올해 두 번째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천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번 감원은 지난 2월 4000명을 줄인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은 지난 1일 실적 둔화에 따른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은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인원 감축은 약 1만5000명에게 영향을 미치며 감원은 올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공실률이 치솟은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도 최근 공실률이 큰 폭으로 치솟았다. 베이징의 핵심 업무 지구 중 최근 공실률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중관춘으로 2019년 말 1.2%였던 공실률이 올해 2분기에는 12.6%로 상승했다. 이는 중국의 인터넷기업 실적 부진과 서방과의 관계 단절로 문을 닫거나 이 지역을 떠나는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韓판교 공실률 1.9%, 자연 공실률 밑돌아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테크 기업들이 몰려있는 분당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분당·판교 권역(BBD)의 올해 2분기 공실률은 1.9%에 불과했다. BBD의 공실률은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2.6%)이나 강남업무지구 공실률(2.7%)과 비교하더라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국내에서는 테크 기업들도 팬데믹 후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끝냈다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에서는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를 했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는 분위기까지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며 “미국과 달리 대중교통이 잘 돼있다보니 사무실에 나오지 않을 명분도 부족하다는 것도 판교의 낮은 공실률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판교에 본사를 둔 테크 기업 관계자는 “실적이 나쁘더라도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고용 환경도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며 “현대중공업, KT 등 국내 대기업들이 판교로 오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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