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엄청 썼지만 세상에 쓸모가 없다”…월가서 ‘이것’ 버블론 커지는 이유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4. 8.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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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올해 상반기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 섹터가 인공지능(AI) 버블론과 맞물려 전반기 상승분을 대거 반납했습니다.

전반기에만 2~3배 가깝게 오르면서 증시를 주도하던 반도체 섹터의 종목들은 이들 종목을 모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최대 35% 낙폭을 거두며 흔들리고 있죠. 지난 한 달 동안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주가 하락률 1~20위가 모두 반도체 상품일 정도로 이 섹터의 낙폭이 압도적입니다.

이유는 반도체 섹터의 상승을 주도하던 인공지능(AI)을 두고, 버블론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주식리서치 헤드인 짐 코벨로는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AI가 비용 효율적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세상에 쓸모가 없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을 과도하게 구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고 깎아내렸습니다.

코벨로는 “앞으로 수년간 IT 기업이 AI 분야에 1조달러 자본을 투자할 예정이다.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을 정당화하려면 AI 기술이 매우 복잡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데, 실제 설계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AI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천문학적인 비용만 든다는 겁니다.

“올해만 5000억 달러 구멍 생길 것”...월가서 뜨는 AI 물음표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사 중 하나인 세쿼이아캐피털에서는 AI 버블론을 촉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세쿼이아캐피털의 데이비드 칸 파트너는 ‘AI의 6000억 달러 문제’라는 보고서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멍이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칸 파트너는 각종 AI 프로젝트와 AI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올해 연간 추정치 기준으로 6000억 달러(약 830조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제 매출은 최대 1000억 달러(약 137조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수익성에 의문을 품는 것이죠.

칸 분석가는 앞서 지난해 9월에도 ‘AI의 2000억달러 공백’이라는 분석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3배나 비용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어떻게 6000억 달러가 필요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인공지능에 쓰는 비용인 6000억달러에 대한 계산은 일단 엔비디아가 올해 벌어들일 1500억 달러의 GPU(그래픽처리장치) 매출에서 시작합니다. 지난해 GPU로 475억달러를 벌어들인 엔비디아가 올해는 150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관측이죠.

역으로 엔비디아를 제외한 다른 빅테크들이 GPU 구매에만 1500억 달러 지출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빅테크들은 현재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경쟁을 위해 엔비디아의 GPU를 사들이고 있고요.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땅값이나 건설비, 전력 시설, 서버 냉각 등 각종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GPU 비용만큼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올해는 데이터센터 전체 건설에만 3000억 달러가 든다고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칸 파트너는 여기에 2배를 곱해 6000억 달러를 완성합니다.

GPU의 최종 사용자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업과 여타 기업들이 AI 관련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메우기 위해서는 50% 이익을 더 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AI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은 올해 대략 6000억달러가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죠.

그러나 최근 월가 추정치 등에 따르면 이 AI 서비스 관련 매출을 벌어들이는 곳들의 총합이 10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오픈AI 로고.
오픈AI의 올해 연 매출 목표는 약 34억달러이고요. 구글이나 MS 등 AI 데이터센터 기업이 연간 100억달러 매출을 만들죠. 테슬라,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가 연 50억달러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해서 모두 더해도 1000억 달러 안팎입니다.

딸깍, 5000억 달러의 구멍. 즉 ‘버블이 끼어있다’는 결론입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리가 최근 낸 보고서도 비슷하게 AI 수익성에 의문을 던집니다.

바클리는 “생성형 AI 열풍이 분 지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비자나 기업 대상으로 성공한 AI 서비스는 오픈AI의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코파일럿밖에 없다”고 꼬집었죠.

이들 빅테크가 2026년까지 AI 모델 개발에 연간 약 600억달러(약 83조원)를 투자하지만, 그때까지 AI를 통한 수익은 연간 약 200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AI 버블론을 말하는 이들은 ‘반도체 감가상각’에 대해 우려하기도 합니다

세쿼이아캐피털의 데이비드 칸 파트너는 “반도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좋아진다”라고 지적했죠. 엔비디아가 꾸준히 신규 GPU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기존 칩은 감가상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칸은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B100과 같은 차세대 칩을 생산할 것이다. 이는 이전 세대 칩의 감가상각을 더 빠르게 만들 것이다. 시장은 B100과 다음 세대 칩이 개선되는 속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칸은 이어 “현재 구입한 H100이 3~4년 이내에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철도나 통신 인프라를 예로 들면 한번 설치하고 나면 상각 기간을 길게 잡고, 오랜 기간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 인프라는 반도체 칩의 성능이 좋아질때마다 새 칩이 필요합니다. 비용이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겁니다.

모든 문제에도 당장 혜택이 크고 유용하다면 투자할만하겠죠. 시장에서는 아직 AI의 혜택도 적다고 인식합니다.

30여년간 테크기업을 취재해온 베테랑 애널리스트인 골드만삭스의 짐 코벨로는 ‘너무 많은 비용, 너무 적은 혜택?’ 제목의 보고서를 지난 6월 말 내기도 했죠.

그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 이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빅테크들은 향후 몇년 간 AI 설비투자에 1조달러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과소 투자의 위험이 더 크다”...투자 줄이지 않겠다는 빅테크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AI를 둘러싼 버블론에 대해 빅테크는 대답합니다. ‘투자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죠.

지난 7월말 구글의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구글에게 물었습니다. 현재 분기당 120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하는 AI 투자가 언제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AI에 대한)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고 답했습니다.

피차이는 “우리는 매우 변혁적인 분야의 초기 단계에 와 있다. AI 경쟁서 선두에 나서기 위해 투자하지 않는 것은 훨씬 더 큰 단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I 투자를 줄일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빅테크들은 AI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MS와 아마존, 메타, 구글의 AI 관련 투자는 총 1060억달러(약 144조원)에 육박합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것입니다.

이중 MS는 330억달러(약 44조9295억원)로 78%가 늘었고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252억달러(약 34조3098억원)로 90% 급증했습니다. 메타도 올해 AI 관련 자본지출을 400억달러(약 54조46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현시점에서 너무 늦기보다는 필요하기 전에 AI 역량을 구축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밝혔습니다.

AI 관련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지만, 수익 증가율은 지난해 50%대에서 올해 30%대로 떨어지니, 버블론이 가시지를 않고 있는 겁니다.

모건스탠리 로고.
물론 현재의 AI 기업 주가가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리포트와 전망이 늘 맞는 것은 아닙니다.

딱 1년전인 지난해 8월, 모건스탠리의 주식 전략가 에드워드 스탠리는 투자노트를 통해 “지난 100년간 약 70개의 버블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3년간 자산가치가 154% 폭등했었다. 엔비디아가 200% 폭등한 것은 버블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한 바 있죠.

그리고 1년새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120% 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월가의 분석만이 늘 옳거나 맞다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사진=챗GPT>
정리해보겠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산업은 분명 있습니다. 과거 철강, 자동차, 정유, 컴퓨터, 스마트폰의 시대를 넘어 이제는 ‘AI 시대’로 넘어오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주의해야할 것은 그런 미래가 당장이라도 다가올 것처럼 조장하는 투기적인 수요입니다.

칸 파트너의 보고서 마지막 문단의 내용을 가져와보겠습니다.

“투기적인 열풍은 기술의 일부이며,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순간을 냉정하게 넘기는 사람들은 매우 중요한 회사를 세울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나라와 세계로 퍼진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 환상은 AGI(범용일반지능)가 내일 오고,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될 것이며, GPU가 유일한 귀중한 자원이라는 착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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