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극복…학교 현장 빅체인지 [창간 36주년, 빅체인지]

김경희 기자 2024. 8. 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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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인구절벽’.

교육 현장의 현실을 이야기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두 중 하나다. 급격하게 줄어드는 학생 수에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의 경우 농촌지역 학교들의 위기가 현실화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도내 학교들은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교를 아토피 치유학교로 만들어 편백나무를 활용한 찜질방을 갖추거나 학교 안 체력단련실부터 노래방, 안무연습실까지 갖춘 학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이 같은 변화는 학생 감소에 따른 위기 상황을 소규모 학교 만의 맞춤형 교육이라는 혁신의 기회로 바꾸고 있다. 소멸위기 속에 변화를 기반으로 한 특색있는 교육으로 위기를 극복한 학교 현장을 찾았다.

■ '나이스샷' 전학년 골프 수업에 전교생 엮어 가족 만든 용인 한터초

용인 한터초등학교 안에 마련된 실내골프장 모습. 한터초 제공

용인 처인구 양지면에 있는 한터초등학교는 도심과는 동떨어진 학교 중 하나다. 주변으로는 논과 밭이 있고, 용인 도심지의 휘황찬란한 풍경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학교다.

이러한 지리적 요건 탓에 한터초는 소멸 위기를 정통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터초는 다른 어떤 학교보다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이 같은 위기를 극복했다. 여전히 전교생이 7학급 규모의 작은 학교긴 하지만,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 덕에 가고 싶은 학교, 전입생 증가 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한터초의 대표적 프로그램은 전교생 골프교실이다.

한터초 학생들이 게임처럼 즐기는 스내그 골프를 배우는 모습. 한터초 제공

한터초는 학교 안에 실내 골프연습장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치원부터 6학년 학생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골프수업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또한 올해부터는 스내그 골프를 도입해 게임 방식으로 골프수업을 하며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한터초는 최근 온라인 게임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고질적인 운동부족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데, 매주 월요일 아침 학교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이 같은 활동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외에도 한터초는 전교생이 새로운 가족처럼 지낼 수 있도록 월 1회, 2시간씩 ‘두레’ 활동을 하고 있다. 두레는 학년별로 1~2명씩 조를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시간인데, 한터초에는 13개 두레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선배가 후배를 챙기고, 후배는 선배를 따르는 문화를 조성해가고 있다.

홍미경 교장은 “학생들이 몸을 움직이고, 아침 산책을 하면서 서로 협동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길 바란다”며 “학생들의 감성이 풍부해지고 행복한 마음이 쑥쑥 자라는 한터초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자연친화적 텃밭 가꾸며 태블릿으로 AI까지 섭렵…양주 상수초

양주 상수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에서 토마토를 심고 있는 모습. 상수초 제공

양주 상수초는 도내 학교 중 소멸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해낸 학교로 꼽히는 곳이다. 주변 환경을 십분 활용한 자연친화적 교육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을 결합하면서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양주 남면에 있는 상수초는 주변에 양주옥정신도시가 등장하면서 소멸위기를 겪은 학교 중 하나다. 통상 주변에 신도시가 등장하면 신도시로 인구가 급격히 빠져나가기 때문에 주변 학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상수초도 그랬다. 신도시로 떠난 인구가 늘면서 남면의 인구가 줄었고, 2015년 전교생이 47명으로 줄어들면서 폐교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에 상수초는 변화를 도모했다. 공동학구제를 도입해 주소지 이전 없이 학교장 허락 하에 전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고, 소규모 학교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혁신했다.

상수초는 우선 주변 환경을 활용해 학교 안에 텃밭을 뒀다. 학생들이 생태교육을 받기 어려운 요즘 상수초 학생들은 학교에서 직접 기르고 재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교육을 받았다. 또한 자연과 함께하는 교육으로 주변의 숲이나 지형들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대폭 도입했다.

교사들의 열정 역시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체험학습을 둘러싼 크고 작은 논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상수초는 1년이면 10번 이상 체험학습을 가면서 최대한 소규모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양질의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상수초등학교 학생들이 태블릿PC를 활용, AI활용 수업을 받고 잇는 모습. 상수초 제공

이 뿐 아니라 상수초는 전교생 1인 1태블릿PC를 확보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에도 박차를 가했다. AI선도학교로서 각종 AI교육을 도입하면서 작지만 특색있는 학교를 완성해 간 것이다.

그 결과 상수초는 전교생이 93명까지 늘었다. 신입생 입학에 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가고 싶은 학교가 됐다. 100명이 넘는 전교생을 둘 수도 있지만, 작지만 특색있는 교육의 혁신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학교 측이 학생 수를 늘리지 않는 사례가 됐다.

왕동순 교장은 “한때 상수초가 폐교 위기일 정도로 학생 수가 줄어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주변에서 오고 싶어하는 학교가 됐다”며 “다양한 혁신 교육을 도입하면서 전학률도 떨어지고,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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