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N 중 엔씨소프트만 추락한 까닭 : 신작의 경제학 [IT+]
3N 중 엔씨소프트만 추락
2분기 암울한 성적표 기록
넥슨과 넷마블은 함박웃음
신작 흥행 효과 톡톡히 누려
엔씨도 신작 준비 중이지만
게임성 나쁘단 평가 적지않아
3분기엔 달라질 수 있을까
국내 게임사 '3대장'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엔씨소프트는 5일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한 36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3억원에서 88억원으로 75.0%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든 건 하반기 신작 출시를 앞두고 대규모 마케팅을 집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 대비 152.0% 증가한 174억원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8일 수집형 RPG 게임 '호연'을 공개할 계획이다.
■ 넥슨‧넷마블 신작효과 톡톡= 반면 엔씨소프트와 함께 3N이라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은 역대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넥슨의 2분기 매출은 1조762억원, 영업이익 3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0%, 64.0% 증가했다.
넥슨이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예상했던 2분기 실적 전망치(매출 9318억원, 영업이익 2465억원)도 크게 웃돌았다. 지난 5월 중국에서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게 2분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메이플스토리' 'FC온라인' 등 기존 흥행작이 꾸준하게 롱런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지난 6월 30일 출시한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26만명을 돌파하고 글로벌 최다 매출 게임 1위를 달성해 3분기 실적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도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29.6% 증가한 782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112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5월 8일 출시한 '나혼자만레벨업:어라이즈(이하 나혼렙)' 흥행이 실적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울러 마케팅비 비율과 지급수수료율을 개선하는 등 비용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적이 좋아진 넥슨과 넷마블의 공통점은 '신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점이다. 일례로, 넥슨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에 출시한 직후 한달간 벌어들인 액수는 2억7000만 달러(3712억원)로 한국 2년치 매출(1억8000만 달러)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넷마블의 나혼렙도 원작 인기에 힘입어 2분기 넷마블 전체 매출의 20.0%를 차지했다.
■ 애매한 엔씨 신작들 = 3N 중 나홀로 실적이 곤두박질친 엔씨소프트도 3~4개 신작 출시를 앞둔 만큼 하반기 실적에 내심 기대를 품고 있다. 관건은 엔씨소프트의 신작을 게이머들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느냐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8월 28일 국내 출시를 앞둔 '호연'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7월 11일 엔씨소프트는 호연 쇼케이스를 진행하면서 인게임 플레이 영상과 수익구조 등을 설명했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이 어떤 유저층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쇼케이스 영상에서 엔씨소프트는 "호연은 서브컬쳐 장르와 거리가 있는 게임"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여성미를 강조한 캐릭터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배경 등이 서브컬쳐 장르의 특징인데, 정작 호연의 게임 내 디자인을 상당 부분 서브컬쳐풍으로 구현해 게이머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엔씨소프트의 말과 행동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시중엔 중국 게임사의 인기작 '원신' '젠레스 존 제로',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등 인기 서브컬쳐 게임이 차고 넘친다. 서브컬쳐 제작 경험이 부족한 엔씨소프트가 이들 게임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른 신작의 흥행 가능성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중국에 출시 예정인 '블레이드앤소울2'가 비교적 선전하고 있긴 하지만, 올 하반기 북미에 출시할 예정인 '쓰론 앤 리버티(TL)'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그래픽 외엔 이렇다 할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연 엔씨소프트는 신작 효과를 등에 업고 3분기에 날아오를 수 있을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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