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꽂은자, 美 버번 위스키를 만들다 [명욱의 술 인문학]
세계 위스키 시장을 주름잡는 지역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스코틀랜드다. 2023년도 수출액이 56억파운드로 10조원가량 된다. 10조원이란 금액은 우리나라 주류 총소비 금액 정도. 소주, 맥주, 막걸리, 그리고 와인 및 위스키 수입량을 더했을 때의 금액이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는 이 스카치위스키 하나로 경제를 일궈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카치위스키를 보러 오는 연간 관광객의 숫자만 200만명이 넘으며, 연간 식음료 수출의 21%가 위스키다. 철강, 섬유, 조선, 컴퓨터 사업보다 큰 곳이 영국의 위스키 산업이다.
이러한 버번위스키를 95% 이상 생산하는 곳은 바로 켄터키주다. 미국의 13개주가 영국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벌이고, 그 직후에 미국 영토가 된 곳이다. 켄터키주는 당시 버지니아주의 일부였고, 미국 정부는 1776년 버지니아의 옥수수 농장 및 주택 권리법(Corn Patch and Cabin Rights Act)을 시행하게 된다. 버지니아주(켄터키주)에 집을 짓고 옥수수 작물을 심는 사람에게 1.6㎢(48만평)의 땅을 주는 법이었다. 옥수수 농사를 장려하고, 흔한 말로 깃발을 꽂으면 그 땅을 준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옥수수는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작물이었다.
여기에 독립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은 켄터키주 주변에 도시를 세우는데 그 도시 이름이 바로 프랑스 부르봉왕조에서 따온 부르봉 카운티, 영어식 발음으로 버번이었다. 이 도시를 주변으로 수많은 증류소가 생기면서 버번위스키가 탄생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버번위스키의 유래다.
결과적으로 미국 위스키는 수많은 유럽의 이민자들에 의해, 원주민에 의한, 그리고 프랑스 왕조의 이름을 딴 위스키라고 볼 수 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이 얽혀있다. 그 복잡성과 다양성이 미국 버번위스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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