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뚫고 금메달 거머쥔 칼리프 "나는 여자, 앞으로 나처럼 비난 받는 이 없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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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성, 앞으로 나같이 비난 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올림픽에 참가한 칼리프가 승승장구하자 그의 성별 논란은 점점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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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나는 여성, 앞으로 나같이 비난 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의 말이었다. 칼리프는 1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결승에서 양류(중국)에 5대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칼리프는 이날 승리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칼리프는 이번 파리올림픽의 뜨거운 감자였다.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칼리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을 판별한다며 칼리프의 복싱 여자 경기 출전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칼리프와 맞붙은 선수들이 "남자 선수의 주먹 같았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나섰다. 그들은 손으로 X자를 그리며 항의 표시를 했다. 정치인을 비롯해 유명인들이 칼리프 출전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며 논란은 더욱 가속화됐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대회 칼리프와 16강전에서 붙은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의 경기를 앞두고 "남자 선수가 출전하는 건 부당하다"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따져 물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유력 인사도 칼리프의 출전을 비난했다.
하지만 IOC는 단호했다.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발표했다. 칼리프가 승승장구하며 성별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이는 일부 네티즌들의 협박으로 까지 이어졌다.
논란이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올림픽에 참가한 칼리프가 승승장구하자 그의 성별 논란은 점점 거세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비난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해 칼리프가 성명문을 발표하게끔 만들었다.
칼리프는 이같은 시선을 뒤로하며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나는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았다. 내가 여성인지 아닌지는 여러 번 말했다. 비난이 내게 원동력이 됐다. 그들의 공격 덕분에 금메달이 더욱 기쁘다"고 했다. 이어 "내가 전 세계에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올림픽에서는 나같이 비난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칼리프는 "SNS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 그렇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이제 전 세계가 이마네 칼리프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난 알제리 아주 작은 마을의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가족들은 날 항상 자랑스러워하고 복싱하도록 응원했다"고 했다. SNS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것과는 달리, 경기가 열린 롤랑가로스는 온통 '칼리프'를 연호하는 소리만 들렸다. 칼리프는 "관객과 팬들이 응원해줘서 힘이 났다"면서 "알제리 여성은 강인하고 용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응원하러 와줬고,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웃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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