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바로 잡았을 뿐인데' 오혜리 코치에 '경고+공개 사과 요구', '도대체 세계연맹은 왜?' [파리 2024]

안호근 기자 2024. 8. 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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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서건우(가운데)와 오혜리 코치(왼쪽)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 칠레의 호아킨 추르칠 선수와의 경기에서 심판진의 판정에 어필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6 리우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이자 이젠 코치로 변신한 오혜리(36)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가 때 아닌 경고 조치를 받았다. 오심으로 탈락할 뻔한 제자를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구해냈지만 돌아온 건 씁쓸함을 남긴 세계태권도연맹(WT)의 조치였다.

뉴스1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WT는 대한체육회를 향해 경고 문건을 발송했다. WT는 오혜리가 '판정 항의는 심판이 아닌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해야 한다', '관중에게 특정한 반응을 유도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경고 조치'와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9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 나선 서건우(한체대)는 호아킨 추르칠 마르티네스(칠레)에게 1라운드를 내주고 2라운드를 16-16으로 마쳤다.

태권도는 라운드가 동점으로 끝날 경우 배점이 높은 발차기(회전차기)로 더 많이 득점한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횟수마저 같을 경우 머리-몸통-주먹 순으로 득점이 많은 선수, 그 다음으로 감점이 적은 선수에게 승리가 돌아간다.

심판진은 추르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오혜리 코치가 뛰어들어 판정이 잘못됐다고 어필에 나섰다. 규정에 따르면 회전차기를 한 차례 성공한 추르칠이 아닌 두 차례 성공한 서건우가 2라운드의 승자였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 칠레의 호아킨 추르칠 선수와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서건우의 경기 때 오혜리 코치(오른쪽)가 경기 결과에 대해 어필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서건우(가운데)와 오혜리 코치(왼쪽)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 칠레의 호아킨 추르칠 선수와의 경기에서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혜리 코치는 매트로 뛰쳐나와 강력하게 항의했다. 오혜리 코치는 서건우가 더 높은 테크니컬 포인트를 기록했다며 다시 한 번 경기를 돌려봐 줄 것을 요청했다. 심판진은 다시 2라운드를 살펴봤고, 그 결과 회전차기가 아닌 감점이 우선시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심판진은 서건우가 2라운드에서 승리했다고 번복했다. 마르티네스 측 역시 이에 대해 수긍하면서 라운드 점수는 1-1 원점이 됐다. 오혜리 코치의 빠른 판단과 적극적인 항의가 서건우를 구해낸 순간이었다.

심판진은 재검토에 나섰고 서건우가 2라운드에서 승리한 것으로 판정이 번복됐고 3라운드에서 14-1로 완승을 거두고 8강으로 향했다.

그대로 불합리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제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오혜리 코치에게 돌아온 건 경고 조치였다.

물론 그만한 이유는 있었다. 잘못된 판정에 억울했던 오 코치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판정이 잘못됐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후 기술 담당 대표에게 향해 어필을 했지만 WT가 보기엔 '관중에게 특정한 반응을 유도하는 행동'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중에게 이러한 반응을 유도할 경우 심판진의 판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WT는 이러한 행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서건우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 칠레의 호아킨 추르칠 선수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항의로 심판진의 판정을 뒤집은 뒤 3라운드에서 승리 후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서건우(가운데)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 칠레의 호아킨 추르칠 선수와의 경기에서 3라운드 승리를 거두고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뒤 오혜리 코치(왼쪽)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오 코치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심판 대신 기술 담당 대표에게 말해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다"며 WT의 경고에 대해 "내가 사과해야 한다.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혜리 코치는 8년 전 한국 체육계의 영웅으로 등극했던 인물이다. 리우 올림픽에 67㎏급으로 출전한 그는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공부하는 지도자로서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임용돼 재직 중이기도 하다.

오혜리 코치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탈락 위기를 모면한 서건우는 8강에서 세계 23위 엔히키 마르케스 로드리게스 페르난데스(브라질)과 1,2라운드를 모두 동점으로 마친 뒤 우세 판정승을 거둬 준결승에 진출했다.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에 성공, 올림픽 랭킹을 4위까지 끌려 랭킹 5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이 확보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무대 남자 80㎏급에 출전한 건 서건우가 처음이었다.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지만 좀처럼 이 체급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지만 서건우는 메달 희망을 높인 기대주였다. 2022년 6월 무주 월드그랑프리 챌린지 남자 80㎏급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3월엔 맨체스터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80㎏급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 서건우(왼쪽)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에게 패한 뒤 오혜리 코치의 위로를 받고 있다. 오혜리 코치도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뉴스1
메달에 한 발 더 다가섰지만 4강에서 세계 9위이자 2022년 세계선수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에 라운드 점수 1-2(4-2, 9-13, 8-12)로 져 결승 진출이 무산됐고 동메달 결정전에선 세계 27위 에디 흐르니치(덴마크)에 라운드 점수 0-2(2-15, 8-11)로 져 고개를 떨궜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건우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잠시 미루고 김시상 의무 트레이너와 한참을 끌어안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서건우는 그대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갔고 20여 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발길을 돌려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금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마치고 힘이 다 빠져서 다들 못할 때 남아서 개인 운동을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남들보다 1~2시간씩 더 했다"며 "금메달을 따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지고 나니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하고 분석해서 나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것도 노력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며 "다음 올림픽을 뛰게 된다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4년 뒤 LA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 서건우(오른쪽)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덴마크 에디 흐르니치에게 패한 뒤 오혜리 코치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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