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나비효과 [여의도가 왜 그럴까]
정치권은 9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으로 하루 종일 술렁였다. 아침 라디오 진행자들은 정치인 출연자들에게 김 전 지사 복권에 관한 입장, 향후 전망 등에 관해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당권 경쟁 중인 김두관 후보를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국회 출입기자들도 여야 대변인 등에게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사면은 형 선고의 효과 또는 공소권을 소멸시키거나 형 집행을 면제하는 것으로,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헌법 79조 1항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지난 8일 김 전 지사를 포함한 특사 건의 대상에 포함시켰다고는 하나 최종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 몫이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사면·복권 대상자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오는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결과가 바뀌면 무성한 억측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그대로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 애초 2022년 12월 김 전 지사를 사면하면서 복권은 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 많았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9일 CBS라디오에서 “그때(2022년) 이명박 대통령 사면·복권할 때 껴서 한 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어쨌든 복권 조치가 있게 되면 명분은 차고 넘친다. (특사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시행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 격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여당은 복권 카드를 야권 분열용으로 시기에 맞춰서 쓸 거다. 내년 3월이나 민주당이 약간 분열 기미가 있을 때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를 쓰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지금은 ‘야권 분열용 복권’이라는 지적을 덜 받는 시기라는 뜻이 된다. 10월쯤으로 예상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만에 하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이후에 복권한다면 ‘야권 갈라치기’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김 전 지사는 현재 국외 체류 중이다. 당장 정치권에서 보폭을 넓힐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통화에서 “내가 윤 대통령 참모라도 지금이 적기라고 건의했을 것”이라며 “더욱이 김 전 지사 복권 이슈가 워낙 커 조윤선·안종범·현기환 전 청와대 수석,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무더기로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덮여 버렸으니 남는 장사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의 속내…환영과 견제 사이
민주당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이) 사실이라면 만시지탄이지만 윤 대통령께서 아주 잘하신 결정”이라며 “김 전 지사의 복권은 더 큰 민주당이 되는 기회이며, 민주당의 인적 자산에 큰 보탬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 흥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에게 2027년 대선에 출마할 문이 열리면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박용진 전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야권 잠룡 풀이 넓어진다.
그만큼 이 전 대표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8·18 전당대회처럼 차기 대선후보 자리도 사실상 추대를 받는 식이 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김 전 지사가 당장 야권의 한 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당내 경쟁이 지금보다는 치열해질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가 정치권에 복귀하면 이 전 대표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 본인은 물론 측근들에게 자극·긴장이 되고, 대권 가도를 더욱 탄탄하게 닦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당원들께서 (이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김 전 지사가 복권돼더라도 차기 대권에 대한,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사그라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팝콘 준비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내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재명 일극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민주당의 특검·탄핵·청문회 공세로 수세에 몰렸던 분위기를 전환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재섭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 빼고는 다 즐겁다”며 “물론 친명 일부, 강성 팬덤도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분들은 다 통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다만 공식적인 입장은 자제하며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권은 대통령실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도 “김 전 지사가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복권을 받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가 여야 간 협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해진 바 없다”며 “정부에서 검토 중인 만큼 당은 신중히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 향후 행보는…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아직 내다보기 이르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런 만큼 김 전 지사의 복권 파급력은 내년 초 이후에나 구체적인 형태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대표의 1심 선고 결과, 조국 대표의 대법원 선고 등 야권 지형을 뒤흔들 변수도 많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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