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자식들이 있죠”... 16년째 해외 빈곤아동 후원하는 김철진 SK 어드밴스드 대표
“사람은 공동체와 어울려야만 행복을 추구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 자신은 어떻게 살아갈지 늘 고민합니다”
지난 2일 오후 12시쯤 경기도 판교 사옥에서 본지와 만난 김철진(58) SK 어드밴스드 대표는 지난 1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해외 빈곤 아동을 후원해 왔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8년부터 인도에 사는 돔루(당시 9세)군을 시작으로 태국,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의 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지금까지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김씨는 “한 어린이의 손을 잡으면 그 순간 기적의 역사, 새로운 행복이 시작된다”며 “우리나라도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됐지만 기적이 일어났던 것처럼 가난으로 힘겨워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은 김씨가 후원했던 인도네시아 출신 이타(34)씨가 현지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의 한 대학에 진학해 최근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고 9일 밝혔다. 김씨는 2011년 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하고 있던 이타씨가 학부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약 3년 동안 매달 35만원을 후원했다고 한다. 그는 또 2013년 6월에 이타씨를 한국으로 초대해 서울을 함께 돌아보며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방문해선 구한말 가난하고 병든 조선을 위해 헌신한 선교사들의 뜻을 기리기도 했다.
김씨는 이타씨가 이때부터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타씨는 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장학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한국 순천향대 의생명융합학과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타씨는 현재 싱가포르 과학기술연구청인 에이스타에서 3세대 면역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또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국인과 결혼하게 돼 그의 후원자인 김씨가 직접 인도네시아로 가서 결혼식 축사를 했다. 김씨는 “후원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타와 같은 기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에게는 이타씨 외에도 ‘가슴으로 낳은’ 여러 명의 자식이 있다. 그는 콜롬비아에 사는 마리아(당시 5세)양을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13년간 후원했고,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태국의 메메쎄(당시 5세)양을 후원하고 있다. 김씨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며 “내가 부족한 것을 보면 결핍이 생기고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을 보면 행복한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젊은이들도 나눔을 통해 삶의 가치를 느끼며, 진정한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베푸는 삶을 살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966년 경북 안동에서 3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또래에게만큼은 지기 싫어했던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합격해 4년 내내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일찍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SK 이노베이션(당시 유공)에 입사했다고 한다.
현재 SK 어드밴스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씨는 “좌우명이 ‘은혜의 종착역이 아니라 통로가 되자’는 문구”라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릴 10명의 누군가를 후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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