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러 영토서 속속 `승전보`…허찔린 푸틴, `느릿한 러군` 망신살
우크라군, 세계가 놀란 승전보
향후 영토반환 협상 변수
약점 드러낸 푸틴엔 시험대
러시아 본토로 기습적으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이 연일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오른팔이었던 프리고진의 쿠데타 시도로 모스크바 코앞까지 용병 탱크가 밀고 왔던 이후로 최대 난제에 직면했다. 그의 지휘력도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6일 자국 북동부 수미주(州)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대규모 병력을 진입시켰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진 않지만, 4개 여단이 넘는 병력이 미국과 독일 등 서방제 기갑차량과 야포, 전자전 장비 등으로 무장한 채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이후 8일까지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에서 21마일(약 33.8㎞) 지점까지 전진해 135 제곱마일(약 350㎢)에 이르는 러시아 본토를 점령한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 전문가와 군사 블로거들도 "쿠르스크주의 소도시 수드자 일부와 20개가 넘는 국경 마을이 점령됐다"며 유사한 전황을 전했다. 9일에는 쿠르스크 원전이 있는 쿠르차토프시 당국자가 우크라이나군이 접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압도적 공군 전력을 지닌 러시아군이 반격에 나서면 적진 한복판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초기 전망이 완전히 뒤집힌 결과다.
미국 안보전문가 맥스 부트는 "우크라이나군이 전 세계와 러시아 수비군을 깜짝 놀라게 했다"면서 "러시아 측이 공격을 예상하지 않고 있었기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춤을 추며 쿠르스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적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주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로켓과 포병을 급파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단기간에 전황을 뒤집지 못한 채 후방 주요 군 비행장을 공습 받는 등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20마일(약 32.2㎞) 떨어진 쿠르츠크주 릴스크 지역에서 이동 중 파괴된 러시아군 차량들의 잔해와 탑승자들의 시신을 찍은 영상도 올라왔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제 다연장 로켓 무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러시아군 행렬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전체 전황을 뒤집기보다는 대내외 선전과 러시아 대중을 겨냥한 심리전 성격이 큰 공세'라며 이번 공세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한편에선 1차 세계대전 식의 소모전으로 진행되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이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친정부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이번 전쟁에선 "수비측이 유리한 양상을 보여왔다"면서 "그들(우크라이나)의 계획은 가능한 많은 영토를 차지한 뒤 러시아가 예비전력을 동원하는 동안 요새를 건설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국경지대 점령을 굳히는 데 성공한다면 향후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서 빼앗긴 영토를 돌려받기 위한 중요한 카드로 쓰일 여지가 있다. 실제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지난 7일 러시아 본토에서의 군사행동이 종전을 위한 대러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러시아는 본토방어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편으로 평가된다.
부트는 "러시아 내부는 방어가 취약했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러시아군은 새로운 위협에 신속히 반응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작년 여름 우크라이나가 후방의 러시아 본토에 '레프트훅'을 날리는 대신 왜 큰 대가를 치러가며 러시아 방어선에 무의미한 정면 공격을 감행했는지 모르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국 내로 밀고 들어온 우크라이나군을 조기 격퇴하는 데 실패한 이번 사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도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재계 중역은 "이건 러시아 당국과 군, 푸틴의 평판에 매우 큰 타격이다"라고 말했다.
마르코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파악했는데도 제때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국내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이는 정보체계 전체의 실패이고 이와 관련한 책임을 지는 푸틴에게도 타격이라는 점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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