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 빛나는 '빅토리'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이혜리의 '빅토리'가 시작됐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를 입고 빛나는 청춘을 연기했다.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제작 안나푸르나필름)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혜리는 극 중 춤생춤사 필선 역을 맡아 춤에 대한 열망 가득한 인물을 열연했다.
이혜리는 필선에 대해 "감독님이 필선은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더라. 필선이는 너무 의리 있는 친구이고, 또래 사이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친구인 것 같다. 심지가 굳고, 하고자 하는 게 굉장히 뚜렷한 지점들을 잘 살리고자 했다. 특히 감독님이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로 '필선이는 사랑스러워하고 에너지가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혹시 그런 지점이 저랑 비슷한 건가 싶었다"고 웃었다.
당차고 사랑스러운 필선은 이혜리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다. 이혜리는 "제가 생각하는 저와 남들이 봤을 때 제가 다른 것 같다. 저는 늘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보고 나서 저렇게 틱틱거리는 게 언니랑 똑같다더라"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뭐 하나 시작하면 끝을 본다 할 정도로 후회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비슷하다. 다른 점은 저 같으면 코뼈 부러트린 것을 대신 뒤집어쓰진 못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선 필선이가 의리 대단한 것 같다. 전 소심하고, 겁이 많다"고 솔직히 말했다.
모든 치어리딩 장면과 힙합 춤을 대역 없이 소화한 이혜리다. 그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리스트를 만들었다. 총 11곡을 해야 하는 것을 알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제가 J(계획형)라"며 "11월 말부터 힙합을 준비했던 것 같고, 치어리딩은 12월 말부터 연습했다. 둘 다 너무 어려웠다. 치어리딩은 필선으로서도 처음 하는 것이지만, 힙합은 필선의 열정이 큰 춤이라 못 하면 개연성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대한 멋있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펌프 춤도 박세완과 직접 뛴 것이라며 "똑같은 펌프를 연습실에 놓고 연습을 했다. 실제 박세완과 밟아가면서 대역 하나도 없이 소화했다. 위에만 추고 발은 대역 아니냐 싶을 텐데 전부다 저희가 한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도 '빅토리'의 특징이다. 이혜리는 '하여가' '왜불러' 등의 90년대 명곡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끝까지 들어봤다고. 이혜리는 "친척언니, 동생까지 6명이 있는데, 어렸을 때 할머니집에 가면 노래방을 자주 가며 저희끼리 춤을 추고 했다. 그때마다 불렀던 노래가 NRG의 '할 수 있어'다. '빅토리'에서 다시 들으니 당시 추억이 생각났다. 또 '하여가' '왜불러' '나를 돌아봐' 등 완곡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들으면서 진짜 명곡들이 많구나를 다시 한번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필선이 춤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캐릭터라 의상, 비주얼에도 고민이 많았단다. 이혜리는 "댄서분들이 '춤은 90%가 옷'이라며 무조건 크게 입어야 한다더라. 그때 예능 '혜미리예채파' 찍고 있을 때라 리정한테 물어봤더니 '춤은 옷이 95%'라고 말해줬다. 그때부터 옷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머리도 분장 실장님이 99년도 시대에 맞고, 제가 안 해본 스타일을 찾다가 하게 된 거다. 그래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머리를 자르게 된 것"이라며 "또 제가 눈썹 산이 두드러지는 편인데, 평상시엔 일자로 예쁘게 그리고 활동을 했었다. 언젠가 이 눈썹을 쓰고야 말겠다 했는데 이걸 '빅토리'에서 활용하게 됐다"며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빅토리'는 이혜리를 비롯한 박세완, 조아람 등 '밀레니엄 걸즈'들의 순수하고 밝은 에너지가 넘쳐났다.
이혜리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향한 각별함을 드러냈다. 그는 "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사투리 연습, 치어리딩 연습을 때문에 계속 만나던 사이라 특별하게 뭘 하지 않아도 친해졌다. 친구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예뻐 보이더라. 극 중 마지막 치어리딩 장면은 밀레니엄 걸즈로서 진짜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때 진실게임을 했는데 제가 제대로 못 챙겨준 것 같아 눈물의 고백을 하기도 했다"며 "이번 작품이 데뷔인 친구, 아예 첫 작품인 친구들도 많다. 그 친구들의 열정이 밀레니엄 걸즈의 열정과 똑같더라. 덕분에 필선이로서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 너무 대견하고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다"고 솔직히 말했다.
특히 죽마고우로 호흡을 맞춘 박세완에 대해서 "'빅토리'로 처음 만났다"며 "제가 해왔던 장르를 생각해 봤을 때 남자 파트너가 많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호흡을 맞춘 또래 여자 파트너가 처음이였다보니 정말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사투리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 귀찮게 괴롭혔는데 한번도 그런 내색 없이 늘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처음 작품 들어갈 때 박세완이 저한테 '필선아 이 작품은 네가 편해야 하고 네가 빛나야 해. 난 너를 빛내주기 위해서 다 할 거야'라는 말을 해줬는데 충격적일 정도로 고마웠다. 정말 필선과 미나가 된 것 같아 진짜 세완이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얘기했다.
이혜리는 인터뷰 내내 '빅토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내보였다. 앞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빅토리'에 대한 호평을 듣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그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도 울컥울컥 하는 모습을 보인 이혜리는 "너무 떨렸다.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 만큼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기대하지 않나. 많이 떨리고 긴장됐던 것 같다. 그래서 시사회를 할 때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열심히 봤다. 너무 다행히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혜리는 "제가 그런 것에 약하다. 한 번쯤 돌아가고 싶었던 시절, '빅토리' 안에서의 시기, 상황들이 저한테 없었던 상황인데 뭔가 겪었던 것 같은 기억 조작을 일으키는 영화라 생각된다. 저는 제가 어렸을 때의 좋은 기억, 추억들이 너무 많다. 이번 영화가 계속 꺼내보고 싶은 작품,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원동력은 가족이라는 이혜리다. 그는 "확장해서 말하면 내 사람, 우리 팬들, 저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저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뭔가 이 영화로 인해서 너무 좋았다 응원받았어 할 때 고생한 게 잊혀지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따뜻함이 모여 이 영화가 완성된 것 같아요. '빅토리'를 들었을 때 풍겨지는 저의 이미지는 '전쟁터. 우린 승리할 거야'라는 느낌이었다면, 이 작품을 찍고 난 뒤 '빅토리'는 '소확행', '따뜻함', '청춘', '포근한 이미지'로 바뀌었어요. '빅토리'를 보시는 분들도 분명 그렇게 되지 않을까란 확신이 있어요".
어느덧 30대로서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 이혜리다. 그는 "걸스데이로 데뷔하고, '응답하라' 다음에 '놀라운 토요일'이었다. 10대 때 자기 성찰을 해야 했는데 활동하느라 바빠서 못했다. '놀라운 토요일' 할 때가 20대였는데 그때쯤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데 30살쯤에 또 챕터가 바뀐 것 같다. 지금은 앞으로 나올 작품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용기 있게 이걸 해보는 게 어때?라는 선택을 하나씩 실현해보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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