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식이는 짧게 1~2타자하고 싶다고” KIA의 오승환 침몰사건, 시작은 29세 마당쇠의 ‘하얀 거짓말’[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짧게 1~2타자 (상대)하고 싶다고…”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전상현을 제외한 모든 불펜투수가 등판할 수 있다고 했다. 8일 광주 KT 위즈전서 불펜 5명(정해영~곽도규~장현식~전상현~임기영)을 쓰며 12회 접전을 펼쳤음에도, 적절히 투구수를 관리해주면 총력전이 가능한 환경.
실제로 KIA는 9일 경기서 또 필승조의 피로도가 높은 경기를 치렀다. 시종일관 1점차 승부였기에, 이범호 감독으로서도 이기든 지든 일단 전상현을 빼고 다 투입하는 방향을 택했다. 1점 뒤진 경기였지만, 2연패를 한 상황이라 3연패를 막아야 했다.
흥미로운 건 가장 마지막으로 올라온 장현식이다. 장현식은 6-8로 뒤진 8회 2사 2루에 투입돼 또 다시 아웃카운트 4개, 멀티이닝을 책임졌다. 구자욱과 김지찬의 더블스틸로 쐐기점을 준 상황. 그러나 또 스코어링포지션에 주자가 있었다. KIA로선 무조건 막아야 했다.
장현식은 이재현을 초구 포크볼로 중견수 뜬공 처리했다. 사실 여기까지하고 9회 시작과 함께 바꿀 수도 있었다. 장현식은 8일 경기서 무려 2이닝(26구)이나 던졌다. 6일 경기서도 1⅔이닝을 던졌다. 때문에 이범호 감독은 애당초 9일 경기서 장현식을 등판조에 넣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장현식은 등판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장현식을 두고 “짧게 1~2타자를 하고 싶다고 해서 빼지 않았다”라고 했다. 경기상황에 따라 기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긴 이닝을 던지게 하지 않으려는 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로 ‘하얀 거짓말’이 됐다. 장현식은 7-8로 뒤진 9회초에 또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 전상현 대신 정해영이 마무리로 대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1점 뒤진 상황이었다. 오랜만에 마무리로 대기하는 정해영을 투입하기엔 애매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정해영은 어깨 통증을 털고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6회에 투입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의 선택은 ‘장현식 GO’였다. 장현식이 공 1개로 8회를 마친 것도 감안한 듯하다. 당연히 장현식이 동의했을 것이다. 장현식은 류지혁에게 2루타 한 방을 맞고 한 방이 있는 김영웅을 전략적으로 조심스럽게 상대하며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2사 1,2루 위기서 김지찬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KIA가 결국 9회말에 오승환을 무너뜨린 건, 장현식의 멀티이닝이 출발점이었다. 장현식은 올 시즌 58경기서 4승3패12홀드 평균자책점 4.30. 작년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돌아와 조심스럽게 기용됐다. 56경기, 51이닝 소화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시 58경기, 58⅔이닝을 던졌다.
최근 4경기 연속 멀티이닝이다. 그것도 8~9일은 연투였다. 시즌 16번째 1이닝 이상 멀티이닝. 무리한 듯하지만, 3연투는 딱 한 차례였다. 2연투는 17차례. 아슬아슬하게 관리는 되고 있다. 당연히 10일 광주 삼성전 등판은 안 될 듯하다.
KIA 불펜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필승조지만, 6~7회도 가능하고 8~9회까지 책임진다. 1~2점 앞선 상황, 1~2점 뒤진 상황, 애매한 상황. 몸 푼 사이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상황. 장현식은 모든 상황서 ‘OK’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작년보다 포심 비중이 줄어든 대신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사용이 늘었다. 평균 스피드는 작년 146.7km서 148.2km로 올랐다. 뼛조각 제거 수술 2년만에 정상화됐다는 얘기다. 이래서 KIA는 장현식을 더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장현식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많이 던진 다음날에 몸이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 감독님에게 그래서 나간다고 말씀드렸다. 9회에는 최대한 안 맞으려고 했다.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도 있었다.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으려고 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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