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인데 1억 싸게 산다"…'남다른 비결' 뭐길래
“저층에서는 예쁘게 꾸며진 단지 조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습니다. 자녀를 둔 집도 층간소음 논란이 없으니 선호하는 것 같아요.”(서울 강남구 아파트 저층에 사는 이모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아파트 저층의 매력이 부각하고 있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는 동 간 간격이 넉넉한 데다 필로티 구조(1층이 비어 있는 구조), 테라스 등 보너스 면적을 부여하는 등 특화 설계가 적용되면서 수요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저층 거래 늘고 가격도 쏠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5층 이하 아파트는 9623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거래 건수의 29.3%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열 건 중 세 건은 저층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저층 아파트는 사생활 보호가 어렵고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커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다. 그만큼 손바뀜이 활발하지 않고 팔더라도 고층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층 가구만의 장점이 부각하면서 낮은 층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전용 84㎡ 2층은 지난 10일 1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 같은 면적 13층은 17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층에 따라 가격 차이가 1억원 이상 벌어진다.
일부 저층 특화 단지에서는 낮은 층이 높은 층 못지않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 전용 59㎡ 1층은 지난 6월 17억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17억원, 5층)와 같은 가격이다. 지난달에는 같은 면적 4층이 17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성동구 옥수동 전용 76㎡ 테라스 타입은 지난달 15일 20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대가 낮아 지하 2층에 해당하는 물건이지만, 비슷한 시기 거래된 전용 84㎡(최고 20억원)보다도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특화 설계 등으로 차별화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저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특화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저층은 분양 계약률이 떨어지는 편이다. ‘완판’(완전 판매)을 노린다면 낮은 층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는 게 중요하다. 건설사는 저층 가구에 테라스 같은 보너스 면적을 부여하는 등 희소성을 높여 계약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5월 청약받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저층 테라스형 주택을 4개 타입, 24가구를 선보였다. 테라스 가구의 희소성과 쾌적한 주거 환경 등이 강조되면서 수요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청약 당시 테라스형인 전용 84㎡E 1가구 입주자 모집에 30명이 몰려 평균 30 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 84㎡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지난 5~7일 특별공급과 1·2순위 청약을 받은 대전 유성구 용계동 ‘도안 푸르지오 디아델’은 저층에서도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동 배치에 신경 썼다. 최근 주요 건설사가 앞다퉈 단지 조경에 신경을 쓰면서 저층의 매력이 더욱 부각하고 있다. 나무 등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 우려를 더는 동시에 집 안에서 정원같이 꾸며진 단지를 조망할 수 있어서다. 홍파동 경희궁자이 2단지는 전용 84㎡ 1층 가구 일부에 정원형 테라스를 제공한다. 아파트이지만 정원 덕에 단독주택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정원 테라스가 사생활을 보호 역할도 해 수요가 꾸준하다. 아파트를 필로티 구조로 지어 수요자가 적은 1층을 만들지 않고 2~3층부터 공급하는 단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도심 내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점 역시 저층 아파트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가치보다는 실거주를 중요시하는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편한 아파트 저층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고령자나 아이가 있는 집 등은 저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저층만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 예전보다 가치가 많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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